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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거는 한겨레] 돌아가는 다리 불사르기 / 이봉현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11. 4. 17:11

[말 거는 한겨레] 돌아가는 다리 불사르기 / 이봉현

등록 :2020-11-03 16:31수정 :2020-11-04 02:39

 

디지털 기사는 그에 적합한 문체, 구성 및 전개 방식이 있다.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정치 이슈를 독자에게 친절하게 전달하기 위해 한겨레가 운영 중인 ‘정치바(BAR)’ 페이지.

이봉현 ㅣ 저널리즘책무실장 (언론학 박사)

 

5점 만점에 1.75점.

 

<한겨레> 디지털 기사의 완성도를 독자 입장에서 매긴 점수다. “보통은 된다”고 하기에도 많이 부족한 평가이다. 세명대 저널리즘연구소는 한겨레 의뢰로 8월과 9월 두달의 디지털 콘텐츠를 분석해 최근 ‘모니터링 보고서’를 제출했다. 연구팀(연구책임자 심석태 교수)은 매주 대표적인 한겨레 기사 3건을 골라 △내용 △디자인 △기술 및 데이터 측면에서 얼마나 디지털에 적합한지를 평가했다.

 

디지털 세대인 언론학 석·박사 과정의 20~30대가 주축이 된 연구진은 한겨레 기사가 내용이 비교적 충실하고, 노동자, 청년, 여성 등 사회적 약자에게 관심을 많이 기울이는 점을 높이 샀다. 하지만 콘텐츠를 디지털로 구현하는 능력이 떨어져 내용이 양질이라는 “장점마저 퇴색시킨다”고 지적했다. 유난히 긴 장마에 취약하게 노출된 주거 빈곤 아동의 실태를 다룬 기사 ‘푸른곰팡이에 빗물 뚝뚝…긴 장마가 상처인 아이들’(8월12일)이 한 예다. 사회적 ‘울림’이 있는 소재인 만큼 사진과 통계를 적절히 넣고, 다양한 사례를 생생한 묘사로 ‘스토리텔링’하면 디지털에서 빛을 볼 기사였다. 하지만 종이신문에 나간 평면적 기사를 디지털에 그대로 옮겨 내보낸 정도에 그쳤다.

 

보고서는 또 한겨레 디지털 기사에 사진, 일러스트 등 이미지 활용이 “심각한 수준으로 부족”해 “독자의 가독성과 주목성을 현격히 떨어뜨”린다고 진단했다. 긴 기사에도 사진이 한장뿐일 때가 많았다. 보고서는 “많은 통계와 숫자가 나열된 기사에서도 간단한 도표와 정보그림을 삽입하는 것조차 상당히 인색하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예로 ‘맞벌이 여성 가사 시간 아직도…‘남성의 3.4배’’(9월2일)는 통계청이 제공한 그래프 8개를 사용하면서 하나씩 떼어서 관련 내용 근처에 배치하지 않고 한장으로 모아서 보여줬다. 스마트폰으로 보면 크기도 작고 해상도가 떨어져 무슨 내용인지 알기 어려웠다.

 

최근 인터랙티브나 증강현실 같은 디지털 기술을 기사에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러나 보고서는 “한겨레에서 그러한 시도를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한국 의사 증가율 높다? OECD 보다 의대 졸업생 40% 적어’ (8월25일)는 통계숫자가 즐비하게 나오는데 도입부에 사진 한장을 쓴 것이 전부였다. 간단한 인터랙티브 기술을 활용해 지도에 커서를 대면 각 지역 인구, 의사 수, 급여 등에 대한 정보가 뜨도록 하면 한눈에 비교가 될 것이라는 게 보고서의 조언이다.연구팀은 디지털 강화를 선언하고 신문과 디지털의 조직 분리를 실행한 <중앙일보>와 <한국일보>와도 비교했다. 같은 내용을 다뤘어도 두 신문의 기사가 사진 한장, 정보그림 한개라도 더 있을 때가 많았다.

 

종이신문과 디지털은 다른 세상이다. 디지털 기사는 그에 맞는 구성과 문체가 있다. 연관 기사나 정보를 링크하고, 사진과 동영상을 풍부하게 첨부할 수 있다. 데이터와 기술을 활용해 대화형 콘텐츠를 만들 수도 있다. 유통과 소비에 독자가 참여해 내용이 계속 진화해가는 것도 신문과 다른 점이다.

 

요즘 독자는 대부분 디지털에 있다. 그래서 독자에게 만족스러운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언론사가 선택받고 살아남는다. “디지털은 디지털답게, 신문은 신문답게”가 <뉴욕 타임스>나 <가디언>이 보여준 성공 방정식이다. 한겨레도 디지털 혁신 노력을 해왔으나 이번 보고서가 보여주듯 갈 길이 멀다. 인력도 투자도 리더십도 부족했기에 늘 해오던 일, 즉 종이신문 제작의 관성을 돌파하지 못했다.

 

한겨레는 지난주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는 조직개편과 인사를 했다. 회사가 직원에게 보낸 ‘디지털 전환 제안서’는 “읽을 만한, 볼 만한 콘텐츠는 부족하고, 일단 들어온 독자를 떠나지 못하게 붙잡는 장치는 부실하다”고 진단했다. 구체적인 목표로 ‘10만명 후원 독자, 100% 디지털, 500만 페이지뷰’를 제시하며 “종이신문으로 돌아갈 잔도를 모두 태워”버리자고 제안했다. 부디 이번에 태우는 다리가 마지막이길 기대한다.b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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