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윤 총장 징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 손원제
등록 :2020-12-02 16:12수정 :2020-12-03 02:09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배제와 징계를 둔 예선전이 끝났다. 일단 윤 총장이 유리해졌다. 서울행정법원이 지난 1일 직무배제 집행정지 결정을 내렸다.
결정문을 보면, 재판부는 직무배제를 검찰의 독립성 및 정치적 중립성과 연관 지어 판단했다. 형사사법 기능의 일부를 담당하는 검사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지휘·감독권엔 일정한 제한이 따른다고 결정문은 지적했다.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총장만을 지휘하게 한 것이다. 이런 제한에도 ‘총장이 장관 지휘에 맹종하면, 장관이 총장을 통해 사실상 모든 검사를 지휘하게 될 수 있고, 이는 검사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재판부는 봤다. 따라서 총장이 장관에게 맹종하지 않도록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검증하고, 2년 임기를 보장하는 등의 장치를 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검찰이 독립성만 강조하다 보면 중립성과 공정성을 잃게 될 위험성도 있다. 재판부는 이 두 측면을 종합할 때 “장관의 총장에 대한 구체적인 지휘·감독권 행사는 법질서 수호와 인권 보호, 민주적 통제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 최소한에 그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런 법 정신에 비춰, 총장 직무배제는 예외적으로 엄격한 요건하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결정문의 논리 전개는 교과서적이다. 이런저런 법 조항에 비춰볼 때 총장 직무배제가 지나치다는 식이다. 현실과의 긴장 위에서 법조문의 의미를 담금질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가령 결정문은 ‘윤 총장이 직에 계속 머무를 경우 공정한 검찰권 행사에 지장이 우려된다’면서도, 동시에 ‘직무배제 땐 검찰사무 전체 운영 등에 지장이 발생할 것’이라고 둘을 상쇄한다. 중립성을 핵심 가치로 지목하고도, 이를 윤 총장의 실제 행태 등에 비춰보며 ‘공정한 검찰권 행사’와 ‘검찰사무 운영’의 경중을 따지는 숙고를 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법원은 직무배제 정지만 결정했다. 윤 총장 징계 본안은 끝난 게 아니다. 윤 총장의 6가지 비위 혐의는 어느 하나 가볍지 않다. ‘판사 사찰’ 의혹은 물론 정치적 중립성 논란 또한 이번 법원 결정에 비춰봐도 중대한 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 윤 총장은 이제 방어권을 확보했다. 징계위가 독립적이고 엄정하게 결론을 내리는 과제가 남았다.
손원제 논설위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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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72500.html#csidx8640d987b7b943ea9e4326f18eeacd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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