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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 대통령이 진솔한 설명을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12. 18. 02:31

[사설]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 대통령이 진솔한 설명을

등록 :2020-12-16 20:13수정 :2020-12-17 02:44

 

대통령 재가…윤 총장 “법적 대응” 반발
추 장관은 징계안 제청한 뒤 사의 표명
문 대통령, 국민에게 직접 이해 구해야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2개월 정직’ 징계안을 재가했다. 추미애 장관이 이날 오후 청와대를 방문해 문 대통령에게 윤 총장 징계안을 제청했다. 사진은 지난 6월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한 문 대통령과 윤 총장(왼쪽 둘째)의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16일 ‘정직 2개월’의 징계를 의결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재가했다. 징계위는 밤샘 토론 끝에 이날 새벽 ‘네가지 비위’ 혐의를 인정하고 징계 수위를 결정했다. 정한중 위원장 직무대리는 “증거에 입각해 결정했다”며 “(해임을 포함해) 여러 의견이 있었는데 과반수가 되는 순간 윤 총장에게 유리한 양정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중징계 가운데 상대적으로 낮은 징계 수위를 택했다는 것이다.

 

윤 총장은 강하게 반발하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윤 총장은 입장문을 내어 “임기제 검찰총장을 내쫓기 위해 위법한 절차와 실체 없는 사유를 내세운 불법·부당한 조치”라며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잘못을 바로잡을 것”이라고 했다. 전직 검찰총장들도 “이번 징계 절차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위협의 시작이 될 우려가 너무 크므로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징계위에서 인정된 비위 사실들이 아무런 잘못도 아니라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법관 사찰’ 의혹 문건 작성 및 배포, 채널에이(A) 사건 감찰·수사 방해, 정치적 중립에 관한 부적절한 언행 등은 검찰총장의 권한을 남용하고 검찰의 생명이라고 할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 행위다. 법 적용에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 게 법치주의다. 검찰총장을 자신의 행위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성역으로 남겨두고 민주적 통제를 무력화하는 것이야말로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부정이다.

 

징계 과정에서 윤 총장 행위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본안보다 절차적 문제를 둘러싼 공방이 불거진 점은 되돌아볼 점이다. 윤 총장 쪽이 집요하게 절차적 문제를 제기한 측면도 있지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징계 절차를 진행하면서 빌미를 제공한 책임이 있다.

 

이번 사태를 두고 많은 국민이 피로감을 느끼는 데는 ‘추-윤 갈등’이라는 프레임에 검찰개혁이라는 본질이 묻혔던 탓도 크다.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으로 수많은 이들이 일상과 생계의 위기에 직면한 지금은 더더욱 소모적 논란에 마침표를 찍어야 할 때다. 추 장관이 이날 오후 문 대통령에게 징계안을 제청하면서 사의를 표명한 것도 이런 점에서 주목된다.문 대통령은 윤 총장 징계안을 재가하면서 “검찰총장 징계라는 초유의 사태에 이르게 된 데 대해 임명권자로서 무겁게 받아들인다. 국민께 매우 송구하다”며 “검찰이 바로 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소회를 밝힌 것이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본다. 사상 첫 검찰총장 징계와 법무부 장관의 사의로 귀결된 이번 사태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을 더 상세하고 분명하게 알고 싶어 하는 국민들이 많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을 징계할 수밖에 없는 이유와 그것이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라는 원칙에 비춰 어떤 의미를 갖는지 진솔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또 검찰의 중립성 훼손에 대한 일각의 우려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도 명확히 밝혀야 한다.

 

윤 총장 징계는 무엇보다 검찰개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문제다. 검찰은 정치권력에 예속돼서도 안 되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통제받지 않고 남용해서도 안 된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검찰개혁의 목표 또한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개혁에는 진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 지금의 혼란과 갈등을 한 단계 성숙한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문 대통령의 역할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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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974575.html#csidx9e54a4de0bf217fbecf47516d652a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