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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 왜 바이러스는 교회에서 퍼지는가 / 한승훈

성령충만땅에천국 2021. 2. 16. 10:52

[숨&결] 왜 바이러스는 교회에서 퍼지는가 / 한승훈

등록 :2021-02-15 13:59수정 :2021-02-16 02:40

 

 

한승훈 | 종교학자·원광대 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

 

오늘은 종교 연구자들이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질문에 답해보기로 하자. 왜 자꾸만 종교단체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는가? 이 문제에 대해 많은 이들이 분통을 터뜨리는 이유는 종교집단의 집단감염은 우연히 일어난 사고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왜 명절이 사라지고 자영업자들이 말라 죽어 가는 이 와중에도 ‘모이기’를 고집하는가? 왜 그들은 정부가 제시하는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을뿐더러 때로는 적극적으로 거부하는 것처럼 보이는가?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보고된 종교단체들의 절대다수는 개신교 교회, 그리고 주류 교계에서 ‘이단’이라 불리는 개신교 계열의 신종교들이다. 가톨릭 성당이나 불교 사찰 등이 집단감염의 경로가 된 사례는 극히 드물다. 물론 바이러스가 특정한 형태의 종교단체들을 식별할 줄 알아서 일어나는 현상은 아닐 것이다. 이유는 대단히 단순하다. 개신교 계열의 종교들은 꾸준히 모인다.대다수의 불교 신자들이 정기적으로 절에 ‘다니지’ 않는 것이나, 수많은 가톨릭 신자들이 ‘냉담자’를 자처하는 것에 비하면 분명 개신교는 모임의 종교다. 신자들은 일주일에 한번 예배에 참여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그 외에도 숱한 소모임들이 있다. 잦은 모임은 종교집단에 대한 소속감과 몰입을 강화한다. 바로 이것이 한국 개신교의 활력과 빠른 성장을 가져온 중요한 요인임은 분명하다. 20세기 이후 한국 개신교의 폭발적인 성장을 가져왔던 높은 참여도와 열정이 팬데믹 상황에서의 취약성을 가져왔다는 사실은 얄궂다.개신교 교회가 모임을 강조하는 데에는 좀 더 구조적인 요인도 있다. 한국 개신교는 조직, 재정 등에서 교단 조직보다는 개별 교회의 자율성에 의존하는 형태를 가지고 있다. 정기적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신자가 모여서 충분한 헌금을 하지 않으면 자립이 어렵다. 주로 인구가 밀집한 도시 지역에 집중되어 있는 개신교 교회들로서는 건물을 유지하는 데만도 상당한 비용이 든다. 대규모의 교역자 집단을 가지고 있으며 다양한 선교 사업을 운영하는 대형 교회들의 유지비용은 막대하다. 이런 상황에서 비대면 예배의 확대나 소모임의 제한 등은 종교에 대한 참여도를 떨어뜨리는 경향이 있으므로 일반적으로 교회의 수입은 감소한다. 이 또한 바이러스 확산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대면 예배와 모임이 강행되는 중요한 이유다.한편 대규모 집단감염의 진원지가 되었던 신천지(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 영생교(승리제단) 등은 개신교를 배경으로 등장한 새로운 종교들이다. 사랑제일교회와 인터콥 등은 스스로 주류 개신교 밖에 있다고 주장하지는 않지만 극우 정치 운동이나 무리한 해외선교 등으로 사회적 비난을 받고 있다. 주류 종교 내 다수파와 구별되며 외부 사회와 강한 긴장 관계에 놓인 이런 종교집단들을 ‘종파’(sect)라고 한다. 전체 개신교 인구 내에서 이들 단체가 점하는 비중이 그렇게 크지 않은 것에 비하면, 종파 집단에서 감염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것은 기이하다.종교사회학자 로드니 스타크는 배타적이며 종교집단 외부와의 긴장 및 적대감이 큰 조직일수록 신자들의 열정은 커질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종교경제행위론>, 로드니 스타크, 로저 핑키 지음, 유광석 옮김, 북코리아, 2016) 종파 집단은 주류 교단 및 사회 일반과의 차별성에서 결집력을 얻는다. 그들에게 감염병 확산보다 두려운 것은 외부 집단의 통제를 받아들여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세계가 무너지는 일이다. 재난 상황에 대해 교회가 아무런 대책이 없을뿐더러 오히려 방역에 방해가 된다는 것은 그들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이다. 정부의 방역조치에 대한 거부 주장이나 백신에 대한 음모론 등이 주로 종파 집단을 통해 퍼지는 것은 이런 이유다.이 문제의 원인은 이렇듯 여러 측면에서 분석할 수 있지만 대책은 찾기 힘들다. 방역수칙을 곧이곧대로 지키면 많은 교회는 망할지도 모른다. 물론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가게 문을 닫는 상황에서 종교업종만 예외가 되어야 할 이유는 딱히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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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82994.html?_fr=mt5#csidxed541fa155d1e729373b0179ed23d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