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재 장로(박사)소설 콩트 에세이

삶의 현장 1- 뒤돌아보면 거기 계시는 하나님

성령충만땅에천국 2021. 3. 26. 00:34

우리 가족 이야기 삶의 현장 1- 뒤돌아보면 거기 계시는 하나님

은혜 추천 2 조회 83 20.10.06 13:4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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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글 본문내용

2020년 11월 14일부터 한국장로신문의 배려로 <뒤돌아본 삶의 현장>이라는 이름으로 내 삶의 단편들을 돌아보는 연작물을 싣게 되었습니다. 읽어봐 주시고 제 이메일을 통해 채찍질 해 주시기 바랍니다. E-mail sjo1933@naver.com

 

뒤돌아보면 거기 계시는 하나님

 

아내는 큰 사진 앨범을 이벤트나 여행 순서대로 정리해서 40권 이상 가지고 있다. 나이가 들면 죽기 전에 먼저 사진부터 버려야 한다는데 아내는 더 열심히 사진첩을 정리하고 있다. 언제, 어디를, 어떻게, 왜 여행했는지 연도와 시간과 지명을 얼마나 정확하게 기억하는지 놀라울 정도다. 늙어서 과거에 파묻혀 살고 싶어서 그러는 것일까? 그러나 정반대다.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사랑은 앞을 보고 달릴 때는 깨달을 수 없으며 뒤돌아볼 때만 깨달을 수 있어서 사진첩으로 과거를 돌아보며 하나님께 감사하고 그분을 찬양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하긴 이런 생각은 또 앞날에 하나님께서 저희에게 베푸실 이적을 기대하며 오늘을 행복하고 충성스럽게 사는 힘이 되기도 한다.

1960년대는 이삼십 리는 도보로 걸어가는 것이 보통이었다. 어떨 때 빈 트럭이 지나서 손을 들면 태워주었다. 그럼 나는 앞은 보지 못하고 달려간 길만 쳐다보고 앉아 있게 된다. 현재 순간이 과거로 바뀌어 가는 길만 보는 것이다. 만일 운전하는 분이 하나님이어서 천국까지 이렇게 운전하고 간다면 나는 앞날은 하나님께 맡기고 내가 살아온 과거만 보고 감사하며 찬송하며 여행하는 샘이 될 것이다. 무한을 향한 여행. 재미있을 것도 같다.

천국을 향한 무한한 여행을 생각해보자. 영국의 그리니치 천문대를 지나는 본초 자오선과 적도가 만나는 점을 O라고 하자. O 점에서 적도 위를 서쪽으로 한없이 달리면, 바다와 육지를 무시할 경우, 다시 자기가 출발한 O 점에 이르게 된다. 이 여행을 더 쉽게 다음과 같이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내가 무한을 볼 수 있는 시력을 가지고 앞을 바라보면 결국, 나는 내 뒤통수를 보게 된다는 말이다. 내가 하나님과 함께 무한히 여행했는데 그 천국이 내 뒤통수에 있다는 말이 된다. 그럼 천국과 하나님은 내가 뒤돌아보고 걸어가 만날 수 있다는 말인가? 무한을 또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O 점에서 한 사람이 서쪽으로 무한히 가고 또 한 사람은 O 점에서 동쪽으로 무한히 가면 그 무한은 결국, 한 점에서 만나는 게 아닐까? 그 점은 O 점과 적도 위의 정 반대가 되는 경도 180도 지점일지도 모른다. 이제 무한을 볼 수 있는 그림을 그려보자. 직선상의 O 점에 접하는 원을 그리고 O 점의 수직선과 원이 만나는 점을 O’라 하자. 이 원은 무한한 직선을 한 눈으로 보게 그린 것이다. 직선상의 모든 점이 원 위로 옮겨졌다. 예를 들어 직선상의 한 점을 택하고 O’와 직선으로 연결하며 원주상에 그와 대응한 점이 유일하게 존재한다. 즉 직선 위의 한점은 원의 한 점과 1-1로 대응한다. 즉, 눈에 안 보이는 직선의 끝을 보게 되었다는 말이다. 다만 O’ 점만 다르다. 다시 말하면 무한 직선

 

에 찍혀 있는 점들보다 원에 찍혀 있는 점들이 하나 더 많다는 이야기다. 즉, O’ 점은 양쪽 무한이 얼굴만 마주할 뿐 열려(open) 있다는 말이다. 나와 하나님이 등을 맞대고 있는데 상대방으로 건너갈 수가 없다는 말이 된다. 나와 하나님 사이는 가깝고도 ‘동이 서에서 먼 것 같이’ 멀다. 그 사이는 육체를 입고 세상에 오신 예수님이 다리를 놓아주지 않으면 건너갈 수 없다. 아니면 인간의 이성을 버리고 신앙을 가져야 뛰어넘을 수 있다는 말이 되지 않을까? 김현승 시인이 <절대고독>에서 읊었던 것처럼 ‘나는 이제야 ~ 영원의 먼 끝은 만지게 되었다// … 나는 내게서 끝나는/ 아름다운 영원을/… 더 나아갈 수 없는 나의 손끝에서/ 드디어 입을 다문다.’

뒤돌아보면 거기 내가 놀라서 입을 다물 수밖에 없는 하나님이 계신다.

 

약력

1933년 전남 담양군 출생. 195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으로 등단. 소설집으로 『아시아제』, 『개구리 왕국』, 『신 없는 신 앞에』, 『급매물 교회』, 『요단강 건너가 만나리』 신앙 간증집으로 『일상에서 만나는 예수님』 등 10여 권. 기타 저서로 『지지 않은 태양 인돈』,(전기), 『한국 선교 이야기』,(역서,공동) 등 있음. 한국문학비평가협회 문학상, 창조문예 문학상 등 수상. 한남대학교를 거쳐 미국 북텍사스주립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음. 한남대학교 재단 이사 역임. 현재는 한국기독교문인협회 고문, 한국장로문인회 자문위원, 한남대학교 명예교수로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