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94 회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독서란 우리 인간의 본분(本分) |
새해 세 번째 주가 지나갑니다. 무서운 전염병에 공포를 느끼느라 정신이 없고, 요란한 선거운동 탓으로 한가한 시간을 내기가 불편한 세월입니다. 전염병도 선거운동도 개의치 않고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는 일을 찾다보니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 뿐입니다. 일생을 책과 함께 보내며 살아온 삶이지만, 어느 때나 이만하면 만족하게 책을 읽었다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다가 하루를 보내는 경우도 많고, 세간의 일에 마음쓰다가 며칠을 책과 멀리 지내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마음을 다잡기 위해, 500권이 넘는 저서를 남겼고 책만 읽고 글만 쓰느라 일생을 보낸 다산선생의 독서 이야기를 찾아서 또 읽어 보았습니다. 다산은 독서 이야기를 꺼내기에 앞서 인간 삶의 가치가 무엇인가부터 설명합니다. 아무리 아름다운 의복을 입고 살아가는 삶도 무의미한 삶이고, 진수성찬의 맛있는 음식만 먹고 살아가는 삶도 별 것이 아니고, 연지분을 바르고 눈썹을 그려 아무리 아름답게 보이는 여인들의 삶도 별로 의미가 없다고 전제하고는, “그러나 독서 한 가지 일만은 위로는 성현을 뒤따라가 짝할 수 있고, 아래로는 수많은 백성들을 길이 깨우칠 수 있으며, 어두운 면에서는 귀신의 정상(情狀)도 통달하고, 밝은 면에서는 왕도(王道)와 패도(覇道)의 정책을 도울 수 있어 짐승이나 벌레의 부류에서 초월하여 큰 우주도 지탱할 수 있으니, 독서야말로 우리 인간이 해야할 본분(本分)이다. <爲尹惠冠贈言>” 본분, 본질적인 직분, 근본적으로 해야만 할 타고난 직분이라는 뜻입니다. 인간의 가치는 독서에서 그 본질을 찾을 수 있으니, 책을 읽지 않고서는 인간의 가치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무서운 이야기를 했던 것입니다. 그러면서 맹자(孟子)의 말까지 인용합니다. “대체(大體)를 기르는 사람은 대인(大人)이 되지만, 소체(小體)를 기르는 사람은 소인(小人)이 되어 짐승에 가까워진다.”라고 말하여 인격을 갖춘 대인인 인간은 독서를 통해 이룩되지만, 책을 읽지 않으면 소인이 되어 짐승에 가까워지게 된다고 하니, 책을 읽지 않고 짐승되는 길로 갈 수 없는 것이 인간의 일이 아닌가요. 다산의 결론이 나옵니다. “만약 따뜻이 입고 배불리 먹는 데에만 뜻을 두고서 편안히 즐기다가 세상을 마치려 한다면 죽어서 시체가 식기도 전에 벌써 그 이름은 사라질 것이니, 이는 짐승일 뿐이다. 그런데도 이와 같이 살기를 원할텐가?”라는 경고를 내렸습니다. 책을 읽지 않고 호의호식만 하다가 죽으면 시체가 식기도 전에 이름도 사라지고 짐승과 같아져 버린다니 이 얼마나 무서운 경고인가요. 새해에 다산의 경고를 받고서, ‘그래 지금이라도 다시 책을 읽자’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염병에 시달리고 선거판의 요란한 세상을 이겨낼 방법이 독서에 있음을 여기서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다산은 가장 어려운 처지, 가장 비천한 삶에서 벗어날 유일한 길이 독서에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폐족(廢族)에서 벗어나는 길은 오직 독서 한 가지일 뿐이다”라고 거듭거듭 아들들을 채찍질한 이유가 거기에 있었습니다. 저부터도 당장 책 읽는 일을 시작하겠습니다. 새해를 맞이한 기념으로라도 우리 모두 독서의 삼매경에 빠지는 값있는 일을 시작합시다. 박석무 드림 |
'한반도 평화☆언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고 지도자가 갖출 덕목 [박석무] (0) | 2022.03.01 |
---|---|
설날 아침에 [김시업] (0) | 2022.01.31 |
거짓말 천국에서 벗어나려면 [박석무] (0) | 2022.01.13 |
새해가 또 밝았습니다 [박석무] (0) | 2022.01.03 |
스스로 목숨 끊는 일 막아야 [박석무] (0) | 2022.0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