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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역경의 열매] 윤복희 (4) 배고파도 힘들어도 죽을 수 없었던 ‘소공녀’ 복희

성령충만땅에천국 2012. 2. 25. 12:55

[역경의 열매] 윤복희 (4) 배고파도 힘들어도 죽을 수 없었던 ‘소공녀’ 복희

[2012.02.05 18:10] 트위터로 퍼가기싸이월드 공감페이스북으로 퍼가기

엄마가 묻힌 강원도 묵호에서 다시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아버지는 나를 서울 남산 밑 회현여관이라는 곳에 맡겼습니다. 아버지는 다시 아편중독자 수용소에 들어가야 했죠. 하지만 나는 그 여관에서는 오래 머무를 수 없었습니다. 돈을 내지 않으니 그럴 수밖에요. 아버지의 유명세 때문에 들어가긴 했지만 며칠이 지나자 구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길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배가 고팠습니다. 눈을 떠도 배가 고프고 눈을 감아도 배가 고팠습니다. 어린 나이에 혼자 길거리를 헤매고 다니면서 오늘 밤은 어느 집 처마 밑에서 이슬을 피하나, 어떻게 허기를 면하나만 생각했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식당에서 심부름을 하다가 운좋게 부엌에서 잘 수 있게 됐습니다. 고양이처럼 웅크리고 부뚜막에서 잠이 들었다가 밤중에 깨었습니다. 엄마 아버지 생각이 나면서 슬픔과 무서움이 밀려왔습니다. 엉엉 울었습니다. ‘엄마는 왜 갑자기 돌아가셨을까? 아버지는 왜 아편을 해서 수용소에 들어가셨을까? 나는 왜 이렇게 살아야 할까?’

갑자기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도저히 말도 안 되지만, 그땐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손으로 부엌칼을 움켜쥐고 배에다 갖다 댔습니다. 뱃가죽이 얼마나 아픈지요. 다시 다른 곳에다 대고 힘을 주었지만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처음엔 웃음이 나더니만 이내 울음이 터졌습니다. 머리를 무릎 사이에 처박고 엉엉 울었습니다. 철 지난 내 원피스에 피가 배어 나왔습니다.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않겠다고 혼자 다짐했습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회현동 아시아나항공 사옥이 있던 자리에 교회가 하나 있었습니다. 붉은 벽돌 건물이었던 것 같습니다. 나는 이 교회를 ‘밀가루 교회’라고 불렀습니다. 주일에 큰 소리로 찬양을 한 아이들에게 밀가루로 만든 과자를 하나씩 나눠 주었어요. 예나 지금이나 큰 목소리에는 자신 있었던 나는 있는 힘껏 소리쳤습니다. 가끔 사탕도 나눠 주었습니다. 사탕을 주는 날은 더 열심히 소리 질러 찬양했어요.

그때는 교회에 십자가와 예수님이 있다는 걸 몰랐습니다. 그저 교회하면 먹을 것만 떠올렸지요. 지금 생각하면 하나님의 뜻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너나 할 것 없이 배고프던 시절, 하나님은 교회를 통해 그렇게 만나를 공급하셨습니다. 그때는 몰랐지만, 배고프고 슬프고 외롭고 고통스러운 내 삶을 빛 가운데로 인도하기 위해 하나님은 매 순간 나의 손을 이끄셨습니다.

추운 겨울이 끝나갈 때쯤, 나는 아버지의 고향으로 가게 됐습니다. 충남 천안에서 한참을 더 들어가야 나오는 안골이라는 시골이었습니다. 거기엔 웬 아주머니와 항기 오빠보다 더 나이가 많은 남매가 살고 있었습니다. 큰엄마, 그러니까 아버지의 첫째 부인과 배다른 남매였습니다. 아버지가 경성음악전문학교를 졸업한뒤 천안에서 교편을 잡았고, 그때 결혼한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나는 안골에서 1년 가까이 지냈습니다. 지게도 지고 풀도 베고 낫질도 해보았습니다. 시골 촌년이 다 됐습니다. 어린 나이에 눈치가 늘어서 누가 하라고 하지 않아도 산에 가서 마른 나무를 주워 부엌에 갖다놓기도 했습니다. 안골 가족들은 나에게 참 잘해줬습니다.

큰어머니는 내게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교회 권사였던 그분은 시간만 나면 인근의 예배당에 가셨습니다. 하얀 소복을 입고 쪽진머리를 하신 그분은 밤낮으로 예배당 마룻바닥에 꿇어앉아 아편쟁이가 된 남편과 가족들을 위해 기도하셨습니다. 나와 항기 오빠를 위해서도 기도해주셨습니다. 나는 그분을 통해 강력한 기도의 힘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내 이름으로 무엇이든지 내게 구하면 내가 행하리라.”(요 14:14)

정리=정수익 선임기자 sagu@kmib.co.kr

출처 : 주님이 곧 오십니다.여호와를 경외하라.
글쓴이 : Jesus사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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