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박보영 목사 설교

빈둥빈둥 놀기-김진홍 목사

성령충만땅에천국 2012. 7. 6. 07:58

빈둥빈둥 놀기2012-7-6

김진홍 목사

 

이번 주간은 나에게는 특별한 주간이다. 간만에 스케줄이 하나도 없어서 한가롭기 그지없는 주간이다. 돌이켜 보면 1971년, 30세 되던 나이에 청계천 빈민촌으로 들어가 사역을 시작한지 41년 동안에 이번 주간처럼 일정표가 완전히 비어져 있었던 주간은 없었던 것 같다. 물론 중간에 13개월 동안 옥살이를 하던 기간은 제외하고서다.

그래서 월요일이 시작될 때에 한 가지 다짐을 하였다. 이번 주간만큼은 새로운 일을 만들지 말고 한 주간을 빈둥빈둥 노는 주간으로 삼자는 다짐이었다. 늘 일정표에 매여 살다보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여유가 없어지고, 여유가 없어지게 되면서 호연지기(浩然之氣)가 사라져 왠지 자신이 좀스러워져 가는 느낌을 느끼던 요즘이다.

한평생을 살아가면서 호연지기를 지니며 살아간다는 것이 중요하다. 호연지기란 단순하게 설명하자면 높은 산꼭대기에 올라섰을 때에 느끼는, 사방이 탁 트이는 느낌이 호연지기이다. 그래서 생각이 커지고 사람을 대할 때에 너그러워진다. 나는 한참 나이에는 호연지가가 있는 사람이라는 평판을 듣곤 하였다. 그래서 넝마주이 동네에 왕초(?)도 하였고 간척지에서는 수백세대를 이끌고 개척사역도 하였다. 두레마을 공동체를 세워서는 150명 가족이 한 솥에 밥 먹으며 너 것, 내 것 없이 살기를 십여 년을 계속하였다. 이런 일들이 나름대로 호연지기가 없이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이다.

그런데 기존 교회의 목회에 몸을 담으면서 교회의 특유한 분위기랄까, 혹은 문화에 맞추어 처신하다 보니 젊은 때의 그런 장끼가 사라져 간 것이다. 이에 모처럼 한가로운 한 주간을 맞으며 아무런 일에도 간섭하지 말고, 빈둥빈둥 놀며 지내자는 다짐을 하며 한 주간을 시작하였다. 그렇게 한 주간을 시작하여 목요일이 되니 참 잘한 일이라는 느낌이 든다. 심신이 한가로워지고, 창조적인 발상이 떠오르며, 나 자신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