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언급없이 총기난사 희생자 추모… 美 “링컨 연설 버금” 극찬
‘오랜만에 들어본 최고의 연설이었다.’ ‘결코 꾸며낼 수 없는 진솔함과 슬픔이 배어 있었다.’ ‘한마디로 멋진 연설이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코네티컷 주 뉴타운 고교 대강당에서 16일(현지 시간) 열린 총기난사 사건 희생자 추모기도회에서 한 연설에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낙심하지 말라…. 보이는 것은 잠깐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하다”는 성경 문구로 연설을 시작한 오바마 대통령은 “어여쁜 어린이 20명과 용감한 어른 6명을 기억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고 총기난사의 비극을 막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총(guns)’이라는 단어를 한 번도 사용하지 않으면서 총기규제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했다.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이 게티즈버그 연설에서 ‘노예제도(slavery)’라는 단어를 쓰지 않으면서 노예제로부터의 해방과 자유를 설파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올 5월 베스트셀러에 오른 오바마 전기 ‘버락 오바마: 스토리’를 출간한 데이비드 마라니스 워싱턴포스트 에디터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링컨 대통령의 게티즈버그 연설에 버금간다”라고 극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인간은 나약하지만 단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아이들에 대한 우리의 사랑이다. 남아있는 우리는 이들의 기억에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수 성향의 인터넷 뉴스 사이트 드러지리포트는 오바마 연설 사진 밑에 ‘사랑’이라는 단 한 단어를 써서 톱뉴스로 올렸다.
또 희생자의 가족에게 “어떤 위로라도 하겠다. 어떤 슬픔이라도 나누겠다”며 공감의 메시지를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 연설이 “철학적인 깊이, 모든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 간단명료한 문구, 아름다운 은유 등 명연설의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으며 국가 위기 상황에서 지도자가 보여줘야 하는 리더십을 적절히 표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오바마의 뉴타운 연설은 여러 측면에서 1863년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과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시 링컨 대통령은 남북전쟁의 상흔이 휩쓸고 간 게티즈버그 국립묘지 봉헌식에서 단 266개의 단어로 이뤄진 짧은 연설로 ‘민주주의와 평등이라는 미국의 건국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갈등을 이겨내고 단결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희생당한 선생님과 어린이들, 현장에 출동한 구조대원들이 보여준 용기와 희생정신이야말로 미국을 지탱하는 힘”이라고 높이 평가한 뒤 “앞으로 수주 내에 부모와 교육가, 전문가들과 합심해 이런 비극이 더는 일어나지 않도록 조치를 강구하겠다”며 국가적인 단합으로 비극의 고리를 끊겠다고 약속했다.
마지막으로 희생당한 6, 7세 어린이 20명의 이름을 일일이 부른 뒤 “이 아이들의 기억에 부끄럽지 않은 나라가 되자”며 끝을 맺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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