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박보영 목사 설교

산은 구름을 탓하지 않는다.(2)-김진홍 목사

성령충만땅에천국 2013. 2. 13. 09:57

산은 구름을 탓하지 않는다.(2)

2013-2-13

두레수도원이 있는 왕방산은 눈에 파묻혀 있다. 그런 눈속을 걷노라면 마음도 생각도 정화되고 순화되어진다. 그래서 산을 오를수록 하늘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느낌이다. 올 해는 눈 오는 날이 유달리 잦아 쌓인 눈 위에 다시 눈이 쌓이니 산짐승들과 산새들이 먹거리가 없다. 그래서 수도원 뒤뜰로 멧돼지, 노루가 내려와 어슬렁거린다. 그리고 상수리나무, 잣나무 꼭대기엔 까마귀들이 무리를 지어 수도원을 내려다보고 있다.

수도원 식구들은 먹거리를 챙겨 산짐승들의 발치에 가져다 두고, 산새들이 보이는 숲 속에 놓아둔다. 사람들끼리 만이 아니라 산짐승들도 산새들도 함께 살아가기를 원하는 것이 하늘의 뜻일 것이란 생각에서다. 오늘 산행을 가는 길에 수도원 가족들이 가져다 둔 음식을 먹고 있는 산짐승들을 보며 어제 읊었던 <산은 구름을 탓하지 않는다.>는 제목의 글 나머지를 읊조리며 걸었다.

 

<산은 구름을 탓하지 않는다.(2)>

거문고 줄을 늘 팽팽한 상태로 조여 놓으면
마침내는 늘어져서 제 소리를 잃게 되듯이
쉼을 거부한 삶도 마침내는 실패로 끝나게 된다.
그것이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의 이치요, 섭리이다.
쉼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쉼은 삶의 정지가 아니라 삶의 일부분이다.

쉼이 없는 삶을 가정해 보라.
그것은 삶이 아니라 고역(苦役)일 뿐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가락이라도
거기서 쉼표를 없애 버린다면 그건 소음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쉼은 그 자체가
멜로디의 한 부분이지 별개의 것이 아니다.
저 그릇을 보라.
그릇은 가운데 빈 공간이 있음으로써 그릇이 되는 것이지
그렇지 않다면 단지 덩어리에 불과하다.



사람들의 가장 큰 병은 마음에 쉼을 누리지 못하고,
영혼에 안식을 누리지 못하는 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