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5월의 광주’는 아직도 ‘외딴섬’이다
광주의 5월은 33년 동안 눈물로 흐르고 있다. 1980년 5월의 광주는 보호받을 정부도, 요구할 주권도 없었다. 광주는 대한민국이 아니었다. 학살과 통제와 두절로, 슬픔과 분노만이 가득찬, 버려진 외딴 섬이었다. 새벽에 계엄군이 도청에 총탄을 퍼부었던 27일 아침, 나는 마침내 섬을 탈출했다. 27일 오전 8시, 나는 계엄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광주가 평정되었으니 빨리 신문을 제작하라”는, 명령 같은 통보였다. 신문사 사장부터 직위순으로 전화를 걸었으나 통화를 못해, 다섯 번째로 내게 전화를 했다는 거였다. 나는 그때 전남매일신문사 편집국 부국장이었다. 나는 공무국장과 편집국 부장들한테 전화를 걸어, 계엄사 지시대로 신문을 제작할 수 없으니 모두 피하라고 일렀다. 나는 기자증 대신 내 소설집 <고향으로 가는 바람> 한 권과 돈 5만원을 가지고 집을 나섰다. 그때는 이미 계엄군에 의해 광주 출입이 철저하게 통제되고 있었다. 택시를 두 번 갈아타고 가까스로 장성에 도착한 후 걸어서 산을 넘어 고창에 도착해보니, 남은 돈은 겨우 전주행 버스비가 고작이었다. 전주에 도착하여 소설 쓰는 후배한테 돈을 구해 서울행 고속버스를 탈 수 있었다. 나는 15시간 만에 서울에 도착할 때까지 고속버스 앞좌석 등받이에 고개를 처박고 계속 울었다. 죽음의 섬이 된 광주와 바깥세상이 마치 현실과 꿈속처럼 너무 달랐기 때문이었다. 차창 밖 푸른 산야에는 눈부신 햇살이 평화롭게 꽂혀내리고 라디오에서는 이미자의 ‘동백아가씨’가 청승맞게 흘렀다.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노래와 눈부신 햇살 속에서, 얼굴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는 무덕관의 많은 시신들이 자꾸만 눈에 밟혀왔다.
33년 전에 버림받았던 기분은 지금도 여전하다. 광주만의 5·18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5월이 되면 광주 사람들은 그날의 상처 때문에 괴로워한다. 피흘린 영령들 앞에 살아있음에 대한 부끄러움으로 고개를 숙이고 눈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른다. 그러나 광주 밖의 현실은 어떤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조차도 못하게 하지 않는가. 33년 전 고속버스 안에서 느꼈던 단절감 그대로다. 광주항쟁이 세계 여러 나라에 민주주의 투쟁의 모델이 되고 불씨가 되어 타오르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아직도 광주만의 외침, 광주만의 넋두리로 외면당하고 있는 현실이 너무 슬프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박제화되어가는 듯한 광주정신이다. 5·18 행사는 해가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다채로워지는데 왜 그 정신은 국민들 가슴 속으로 파고들지 못하는가. 어느 기자는 매년 5월이 되면 습관적으로 취재를 하지만, 조선시대 사건처럼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서, 그런 자신을 부끄러워했다. 또한 중·고등학생들은 5·18과 6·25를 혼동하고 있어서 경악했다. 무엇보다 광주 시민들을 분노케 하는 것은 광주항쟁을 고의적으로 폄훼하고 왜곡하려는 음모이다. 이명박에 이어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이 같은 음모가 더 노골화되고 있다. 보수집단들이 탈북인사들을 앞세워, 5·18에 북한 간첩이 개입되었다는, 말도 안 되는 음모는 역사에 대한 도전이며 영령들을 모독하는 행위이다. 간첩의 사주로 무기고를 털었다는데, 파출소 경찰이 스스로 무기고를 열고 시민군에게 무기를 내어준 것을 우리는 분명히 보았다. 신군부가 시민군을 폭도로 매도하더니, 이젠 극단적인 보수주의자들이 음모론으로 광주정신을 왜곡시키고 있다. 이 땅에 음모로 광주정신을 모독하고 민주주의의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한 5·18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대학에 있을 때, 매년 5월이 되면 반드시 5·18 소설을 읽도록 과제를 내주고 토론을 했다. “교수님, 저는 5·18 소설을 읽고 광주가 자랑스러워졌어요. 광주는 역사 속에서 승리했잖아요.” 그때 한 여학생의 말이 가슴 속에서 칼날처럼 번뜩이고 있다. 5월의 푸름이 영원하듯 광주정신은 결코 퇴색되지 않고 역사 속에서 더욱 푸르게 빛날 것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박제화되어가는 듯한 광주정신이다. 5·18 행사는 해가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다채로워지는데 왜 그 정신은 국민들 가슴 속으로 파고들지 못하는가. 어느 기자는 매년 5월이 되면 습관적으로 취재를 하지만, 조선시대 사건처럼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서, 그런 자신을 부끄러워했다. 또한 중·고등학생들은 5·18과 6·25를 혼동하고 있어서 경악했다. 무엇보다 광주 시민들을 분노케 하는 것은 광주항쟁을 고의적으로 폄훼하고 왜곡하려는 음모이다. 이명박에 이어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이 같은 음모가 더 노골화되고 있다. 보수집단들이 탈북인사들을 앞세워, 5·18에 북한 간첩이 개입되었다는, 말도 안 되는 음모는 역사에 대한 도전이며 영령들을 모독하는 행위이다. 간첩의 사주로 무기고를 털었다는데, 파출소 경찰이 스스로 무기고를 열고 시민군에게 무기를 내어준 것을 우리는 분명히 보았다. 신군부가 시민군을 폭도로 매도하더니, 이젠 극단적인 보수주의자들이 음모론으로 광주정신을 왜곡시키고 있다. 이 땅에 음모로 광주정신을 모독하고 민주주의의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한 5·18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대학에 있을 때, 매년 5월이 되면 반드시 5·18 소설을 읽도록 과제를 내주고 토론을 했다. “교수님, 저는 5·18 소설을 읽고 광주가 자랑스러워졌어요. 광주는 역사 속에서 승리했잖아요.” 그때 한 여학생의 말이 가슴 속에서 칼날처럼 번뜩이고 있다. 5월의 푸름이 영원하듯 광주정신은 결코 퇴색되지 않고 역사 속에서 더욱 푸르게 빛날 것이다.
출처: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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