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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신문사상 최고 문제작”…동아일보 ‘채동욱 칼럼’ 파문

성령충만땅에천국 2013. 9. 20. 03:28

 

“한국 신문사상 최고 문제작”…동아일보 ‘채동욱 칼럼’ 파문

한겨레신문 등록 : 2013.09.17 16:33수정 : 2013.09.19 00:13

 
동아일보 인터넷판 캡쳐.

논설위원 ‘채동욱 아버지 전 상서’ 칼럼에 비판 봇물
진중권 “소설로 칼럼을 대신…유치찬란한 수준”
세이브더칠드런 “아동 인권 심각하게 침해” 성명

<동아일보> 17일치에 게재된 최영해 논설위원의 ‘채동욱 아버지 전 상서’ 칼럼이 큰 문을 일으키고 있다. 인터넷과 페이스북 공간에서 하루종일 어린이의 인권을 짓밟고 저널리즘의 가치를 저버렸다는 비판 글들이 쏟아졌다. 또 국제 아동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은 이 칼럼이 아동 인권과 존엄성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성명을 냈다.

 

최 위원은 <조선일보>가 의혹을 제기한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 아들’로 보도된 11살 아이의 입장이라는 전제를 달아 ‘아버지에게 보내는 가상 편지’를 썼다. 그는 이 칼럼 마지막에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존재 여부와 관계 없이 엄마의 말을 듣고 자라온 아이의 입장에서 쓴 창작물’이라고 밝혔다.

 

최 위원의 칼럼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아버지, 미국에 온 지도 벌써 보름이나 됐네요. 태어나서 이렇게 비행기를 오래 타 보기는 처음이에요. 저는 뉴욕의 초등학교 5학년에 들어갔답니다. 이모와 함께 학교에 가서 교장선생님 만나고, 영어 수학 시험을 본 뒤에야 며칠 전 반 배정을 받았어요. 백인과 흑인, 중국인, 히스패닉 등 우리 반 아이들은 피부 색깔이 참 다양해요. 어머니는 8월 마지막 날 저를 비행기에 태우면서 ‘아버지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미국에서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면서 한참 우셨어요. 진짜로 열심히 공부해서 아버지처럼 존경받는 사람이 될 거예요.”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최 위원의 칼럼에 대해 “그로테스크합니다. 소설로 칼럼을 대신하는 발상의 황당함과 그 문학적 상상력의 유치찬란한 수준이 자아내는 우스음. 거기에 초등학교 5학년 아이까지 정치투쟁의 도구로 이용해 먹는 인성의 잔혹함이 콘트라스트를 이루며 하나로 결합하죠”라고 말했다.

 

최 위원의 칼럼은 “아버지, 그런데 며칠 전에 어머니가 신문사에 보낸 편지를 인터넷에서 우연히 읽었어요. 어머니는 ‘제 아이는 현재 검찰총장인 채동욱씨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아이’라고 했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요? 제가 아버지의 아들이 아니라뇨? 저는 아버지가 검찰총장이 됐을 때 뛸 듯이 기뻤어요. 아버지가 나쁜 사람 혼내 주는 검사 중에서도 최고 짱이 됐잖아요. 우리 반 애들은 무척 부러워하는 눈치였어요”라고 이어진다.

 

진 교수는 이에 “발상과 창작의 유치함은 유쾌한 폭소를 자아내나, 인권 유린과 아동 학대는 불쾌한 분노를 자아냅니다…. 아무튼 대한민국 신문사상 최고의 문제작(?)이 될 거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을 듯”이라고 꼬집었다. 진 교수는 이어 “동심이 물씬 묻어나는 탁월한 칼럼입니다. 이 드높은 문학적 성취는 오직 최영해 논설위원의 정신 연령이 실제로 초등학교 5학년 수준이기 때문에 가능했겠죠”라고 지적했다.

 

최 위원의 칼럼을 본 누리꾼들은 “끝까지 읽기가 민망하다” “논설위원의 수준이 이럴수가” “참으로 못되고 못났다”라며 격앙했다. 무엇보다도 어린 아이 시점으로 아이의 인권을 짓밟고 조롱하는 그의 심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대다수의 견해다. 한 누리꾼은 “세상 물정 모르는 아이의 눈을 찔러 흐르는 피를 펜에 찍어 웃으며 칼럼이라는 걸 쓰는구나”라고 비판했다.

 

온라인에서는 아이에 최 위원을 대입해 패러디한 ‘최영해 아버지 전 상서’까지 돌고 있는데, 이 역시 또 다른 아이의 인권을 침해하는 조롱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언론의 추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기자가 칼럼으로 소설을 쓰는 우리 언론은 어디까지 추락할 것인가”라는 댓글과 “동아일보가 문예지가 되었다. 문제는 수준이다” 라는 비판들도 잇따랐다.

 

언론계에선 ‘동시대 언론인 모두에 대한 테러’라며 글을 쓴 논설위원뿐 아니라 이를 내보낸 동아일보가 중앙일간지로서 뭔가 책임있는 조처를 내놓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한편, 세계 120여개 국가에서 아동의 권리 실현을 위해 일하는 비영리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은 이 칼럼이 아동 인권과 존엄성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 성명을 냈다. 성명은 “아무리 ‘창작물’이라는 설명을 붙였을지언정 해당 아이가 현실에 존재하는 이상 본인의 사생활과 가족, 심지어 본인 이외에 그 누구도 알 수도, 간섭할 수도 없는 감정과 생각을 추측하여 공적 여론의 장에 내어놓는 것은 아이에 대한 심각한 모욕이자 폭력”이라며 “우리는 더 이상 ‘알 권리’나 ‘표현의 자유’ ‘진실 규명’이라는 미명 하에 누구보다도 존중 받고 보호받아야 할 아동의 권리가 침해 당하는 폭력적인 보도가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언론의 각성과 자제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채동욱 파문’과 ‘유신 검찰’의 그림자 [#167- 성한용의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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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는

동아일보 인터넷판 캡쳐.

[오늘과 내일/최영해]채동욱 아버지 前 上書

동아일보 기사입력 2013-09-17 03:00:00 기사수정 2013-09-17 08:53:56

 

 

 

최영해 논설위원

 

아버지, 미국에 온 지도 벌써 보름이나 됐네요. 태어나서 이렇게 비행기를 오래 타 보기는 처음이에요. 저는 뉴욕의 초등학교 5학년에 들어갔답니다. 이모와 함께 학교에 가서 교장선생님 만나고, 영어 수학 시험을 본 뒤에야 며칠 전 반 배정을 받았어요. 백인과 흑인, 중국인, 히스패닉 등 우리 반 아이들은 피부 색깔이 참 다양해요. 여기선 전부 영어로 말해야 돼 아직은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아요. 어머니는 8월 마지막 날 저를 비행기에 태우면서 “아버지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미국에서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면서 한참 우셨어요. 진짜로 열심히 공부해서 아버지처럼 존경받는 사람이 될 거예요.

아버지, 그런데 며칠 전에 어머니가 신문사에 보낸 편지를 인터넷에서 우연히 읽었어요. 어머니는 ‘제 아이는 현재 검찰총장인 채동욱 씨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아이’라고 했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요? 제가 아버지의 아들이 아니라뇨? 저는 아버지가 검찰총장이 됐을 때 뛸 듯이 기뻤어요. 아버지가 나쁜 사람 혼내 주는 검사 중에서도 최고 짱이 됐잖아요. 우리 반 애들은 무척 부러워하는 눈치였어요.

아버지가 검찰총장이 된 후 우리 가족은 사실 조금 피곤했어요. 여의도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할 때 서울 삼성동에서 도곡동으로 이사를 갔고, 거기서 다섯 달만 살다가 다시 미국까지 왔잖아요. 어머니와 떨어져 이모와 함께 뉴욕에서 사는 게 불안했지만 아버지처럼 높은 사람이 되려면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눈물을 꾹 참았답니다.

아버지가 저 때문에 회사에 사표를 썼다고 한 친구가 페이스북에서 알려줬어요. 그 친구는 한국에 아버지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그러던데, 그게 사실인가요? 간첩 잡는 아저씨들이 지난해 선거에서 못된 짓을 하다가 아버지에게 걸려 혼났다고 어머니가 그러던데, 그 일 때문에 그러는 건가요? 힘없는 전두환 할아버지 재산을 너무 많이 빼앗아서 아버지를 미워하는 건 아니에요? 매일 밤늦게까지 고생하는 아버지에게 큰 상은 못 줄 망정 왜 저를 갖고 이렇게 난리인가요?

어머니는 저에게 “당장은 떨어져 살지만 언젠가 아버지와 함께 살 날이 올 것”이라고 늘 얘기하곤 했죠. 우리 가족은 평화롭게 잘 살고 있는데, 왜 사람들이 자꾸 수군거리는지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아버지가 예전에 부산에서 어머니를 만난 것까지도 트집을 잡는다니 정말 이해할 수 없네요. 아버지, 어떤 사람들은 제가 진짜 아버지 자식이 맞는지 머리카락 뽑고 피도 뽑아 검사해보자고 한다는데 정말 미친 사람들 아닌가요? 이모가 그러는데 어머니는 그것 때문에 울고불고 야단이었대요.

아버지, 근데 전 진짜 피 뽑는 것은 싫거든요. 사람들은 제 피와 아버지 피가 같다는 것을 왜 조사하려고 하나요? 검사 뒤엔 유전자가 조작됐다느니 하면서 또 시비를 붙을 수 있잖아요. 아버지, 그래서 그러는데 저한테 피 검사 하자는 얘기는 하지 말아주세요. 만에 하나 피 검사가 잘못돼 가지고 저하고 아버지하고 다르게 나오면 그 땐 어떡해요? 하루아침에 아버지 없는 아이가 돼 버리잖아요. 여태껏 아버지라고 부르지도 못했는데, 앞으로도 다른 사람들 있을 땐 아버지라 부르지 않겠다고 약속할 테니까 제발 제 부탁 좀 들어주세요.

2013년 9월 16일

뉴욕에서 아버지를 사랑하는 아들 올림

※이 칼럼은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존재 여부와 관계없이 엄마의 말을 듣고 자라온 아이의 입장에서 쓴 창작물입니다.

최영해 논설위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