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숨진 뒤 신문에 부고가 실린다면 누가 쓰는 것이 당신의 삶과 추억을 가장 잘 담을 수 있을까. 가족이나 친구라면 분명 당신이 남기고 싶은 발자취를 잘 기록해 줄 것이다. 하지만 그들조차도 당신이 인생의 반려자를 만났던 운명적 날의 떨림은 알지 못할 것이다. 부고에 이를 제대로 담을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서 단 하나 당신 자신뿐이다.
미국 일간지 시애틀타임스에는 지난달 28일 6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여성 작가 제인 로터의 부고가 실렸다. 761단어로 구성된 이 부고를 쓴 사람은 바로 로터 자신이었다. 유머 칼럼니스트로 활약했던 로터가 쓴 자신의 부고는 SNS 등을 통해 미 전역에 퍼지며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그리고 그가 원했던 대로 많은 이를 울리고 웃음짓게 했다.
로터의 부고는 시작부터 그다웠다. “말기 자궁내막암으로 죽어가는 것의 몇 안 되는 장점은 바로 내 부고를 쓸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귀찮게 자외선차단제를 챙겨 바르거나 콜레스테롤 걱정을 할 필요 없는 것도 좋다).”
로터는 자신이 1952년 시애틀에서 태어났고 워싱턴대에서 역사학으로 학사 학위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작가협회 콘테스트에서 수상한 자신의 코믹 소설 『베티 데이비스 클럽』을 소개하며 “아마존닷컴에서 구입할 수 있다”는 홍보도 빼놓지 않았다. “내 유머 감각을 보여주기 위해 농담 몇 개를 하고 싶지만 부고 양이 길어지면 시애틀타임스가 지급해야 하는 원고료도 많아지니 이만 생략하겠다”는 농담도 했다.
그는 결혼 30년째인 남편 로버트 마르츠에 대해 “밥(로버트의 애칭)을 만난 것은 75년 11월 22일 파이어니어광장의 술집이었다. 그날은 정말이지 내 생애 가장 운 좋은 날이었다. 밥, 당신을 하늘만큼 사랑해”라고 사랑을 표현했다. 딸 테사와 아들 라일리에게는 “인생길을 가다 보면 장애물을 만나기 마련이란다. 하지만 그 장애물 자체가 곧 길이라는 것을 잊지 말렴”이라는 조언을 남겼다.
유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