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창] 디지털 시대의 상실과 애도 / 정대건 등록 :2020-09-11 17:23수정 :2020-09-12 15:41 정대건 ㅣ 소설가·영화감독 2013년 즈음에 내가 즐겨 하던 란도(rando)라는 앱이 있었다. 원형으로 된 프레임에 사진을 찍으면 그 사진이 세계 어디론가 랜덤으로 전송되고, 한 장을 보내면 세계 어디에선가 사진을 한 장 받을 수 있는 앱이었다. 채팅을 할 수도 없고 사진이 찍힌 지역만 알 수 있는 단순한 기능이 전부였다. 북유럽 끝에서부터 중동, 아프리카, 남미까지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지명에서 날아온 이국적인 풍경의 사진들(음식, 동물, 간판의 글씨 등등)을 보면 참 신기하고 세상과 연결되어 있는 기분이 들었다. 매일 어떤 사진을 받게 될지 두근거리고 설렜다. 그렇게 삶의 낙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