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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살 새댁이 선택한 ‘존엄사’ 사연…세계가 ‘울컥’

성령충만땅에천국 2014. 11. 4. 08:37

29살 새댁이 선택한 ‘존엄사’ 사연…세계가 ‘울컥’

한겨레신문 등록 : 2014.10.08 10:54수정 : 2014.11.03 20:13

브리트니 메이나드 / 사진 브리트니 기금 제공

‘말기암’ 고통스러운 죽음 대신 ‘존엄사 예고’ 동영상 올려
“절대 자살이 아니다, 나는 살고 싶었지만…” 절절한 심경

말기암으로 ‘6개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다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악성 뇌종양을 앓고 있는 29살 미국인 브리터니 메이너드가 고통스런 연명 대신 약을 먹고 편안히 눈감는 ‘존엄사’를 결정하고, 그 심경을 인터넷에 동영상으로 올려 보는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고 있다.

 

2012년 결혼한 메이너드는 최근 남편의 생일(10월31일) 이튿날인 11월1일 의사가 처방한 약물을 먹고, 남편과 부모, 친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남편과 함께 지냈던 침대에서 세상과 작별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이너드는 존엄사 인정 확대를 주장하는 단체 ‘연민과 선택’의 도움으로 심경을 담은 영상을 누리집에 공개했다.

브리트니 메이나드 결혼식 / 사진 브리트니 기금 제공

 

‘100살 시대’라지만, 인공적 생명연장 장치에 의존해 항생제를 투여받으며 ‘의미 없는’ 삶을 이어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 메이너드 역시 그런 ‘기로’에 섰었다. 올해 1월 심한 두통 증세로 병원을 찾았다가 뇌종양 진단과 함께 길게는 10년을 더 살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추가검사에서 ‘6개월밖에 살지 못한다’는 시한부 선고가 나왔다. 악성 뇌종양이 환자를 천천히 고통스럽게 죽음으로 몰고 간다는 얘기를 듣고, 메이너드는 고통 속 연명보다 사랑하는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담담하게 죽음을 맞기로 마음먹었다.

 

그러고는 거주지를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오리건주로 옮겼다. 오리건주는 1994년 ‘존엄사법’(Death with Dignity Act)을 제정한 미국의 5개 주 가운데 하나다. 워싱턴·몬태나·버몬트·뉴멕시코주에도 존엄사법이 있다. 존엄사를 택하려면 6개월 이하 시한부 환자이면서 두 차례 구두 신청과 두 명의 증인이 있어야 하고, 복수의 의사에게 진료와 상담을 받아야 한다. 미국 언론들은 오리건주가 1997년 존엄사를 합법화한 뒤 1170명이 이 ‘허가’를 받았고, 그 가운데 반이 안 되는 수가 실행에 옮겼다고 전했다.

 

메이너드는 자신의 선택에 대해 “절대 자살이 아니다. 나는 살고 싶었지만 아직 치료할 수 있는 약이 없다”고 했다. 그는 동영상에서 “옐로스톤과 알래스카 등 많은 곳을 여행했다. 죽기 전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그랜드캐니언에 가보고 싶다”며 “삶을 반추하고 가치 있는 것들을 놓치지 말고 오늘을 즐기라”고 했다.

 

한국에선 연명치료 중단 법률을 만들자는 움직임이 있지만 제도적으로 존엄사를 뒷받침하는 것은 없다. 하지만 대법원이 2009년 식물인간 상태인 김아무개(당시 77살)씨 가족들이 낸 소송에서 “회복 불가능한 사망 단계에 이른 환자가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에 기초해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연명치료 중단을 허용할 수 있다”며 존엄사의 기준을 제시했다. 이 판결에 따라 인공호흡기를 제거했지만 김씨는 200여일 더 생존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사진 출처: 브리터니 메이너드 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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