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부부Fun더하기 이병준입니다.
제가 상담을 요청해 오는 분 중에는 꼭 저와 상담을 해야겠다고 고집을 피우는 분이 있습니다.
제 아내도 상담을 전공했고 또 같은 여자 입장에서 더 도움이 될 수 있을텐데도 꼭 고집을 피웁니다.
아마 방송에서 보았거나 강연현장에서 보았거나 잡지 같은 곳에서 저를 보았던 분들입니다.
이분들이 상담을 오시면 무의식적 기대를 얼마나 많이 하고 있는지 보게 됩니다.
방송에 나올 정도의 실력있는 상담가 라면 자기 배우자의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해 줄 것이라고 철석 같이 믿고 있습니다.
실망을 드려서 죄송한 마음이 있습니다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배우자를 제가 바꾸는 것이 아니라 배우자를 바꾸는 방법을 일러준다고만 할 뿐입니다.
그것도 엄밀히 말하면 바꾸려는 것이 아니라 다루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말하죠.
배우자는 변화의 대상이 아니라 바꿈의 대상입니다.
입에 거미줄 친 남편도 바꿔 주세요.
한 아내가 상담실에 와서 하소연 합니다. 자기 남편은 집에 오면 말을 안 한다며 답답해 죽겠답니다.
무뚝뚝하기로 유명하다는 경상도 남자도 “아는?” “묵자” “자자” 라고 세 마디라도 한다는데 자기 남편은 그 세마디도 안한답니다.
어떨 땐 차라리 언어장애인과 결혼하는 편이 나을 뻔 했고 자기는 졸지에 청각장애인이 되었다고 푸념을 늘어놓습니다.
말은 한마디 안하는 남편이 그 입으로 밥과 술은 얼마나 잘 먹는지 더 미워죽을 지경이랍니다.
그 정도 남편이면 심각한 문제 아니냐며 상담을 요청한 것입니다.
그리고 시작하자마다 자신이 힘들다는 말보다 고쳐달라는 말부터 먼저 합니다.
제가 웃으면서 물었습니다.
“남편이 항상 누구에게나 말을 안 합니까? 혹 다른 곳에서 말을 잘하는 일은 없습니까? 다른 가족들이나 친구들 만날 때라든지...”
그 말에 그 여자 분은 고개를 갸우뚱 하며 뭔가를 깊이 생각하는 듯 하더니 고개를 좌우로 천천히 흔듭니다.
얼마 전 부부동반으로 동창회 모임엘 갔을 때 보니 동창들끼리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말을 잘 하고 껄껄 대며 웃기도 하더랍니다.
특히 여자 동창들하고도 아무런 어색함도 없고 여자 동창들의 농담에 응수도 해주고 장난도 받아주더랍니다.
제가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그럼, 말하는 기능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네요? 그건 확인되었죠? 그럼 방법은 두 가지 입니다. 남편께서 본인을 볼 때 다른 여자라고 생각하든지, 아내 분께서 다른 여자인 것처럼 보이게 하든지 말이죠.”
스테레오 타입(Stereotype)
그 아내가 결혼 후 남편과의 관계에서 자기 스스로 만든 일종의 스테레오타입을 가진 것입니다.
Stereotype이란, 쉽게 풀이하면 아주 흔해 빠진 타입을 뜻한다. 그러니까 즉 전형적인. 원래 의미는 특정 대상이나 집단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가지는 고정적 견해를 말하죠.
그 관점으로 남편을 보면 남편의 모든 행동이 거기에 걸맞게 되죠. 그리고 세월이 갈수록 더 정형화 되게 되어 있죠.
다행히 그 여자 분은 제가 던진 질문 몇 마디의 의미를 재빨리 파악했습니다.
남편이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은 기능이 없어서가 아니라 환경이 여의치 않았다는 것을, 그리고 남편의 어린 시절을 잘 알고 있는 아내는 자신이 남편 대하는 태도가 남편으로 하여금 자꾸만 입을 닫게 했다는 것도 알아차렸죠.
그러니 굳이 상담을 길게 할 필요 없었죠.
아내가 잔소리를 줄이고 따뜻한 말투를 쓰기 시작하면서 주말마다 둘 만의 조촐한 술상을 마련했습니다.
일종의 데이트였죠. 그 자리에서의 남편은 동창회에서 본 남편과 똑 같았답니다.
다루는 법을 익혀라
결혼년차가 오래 되신 분들은 압니다. 배우자를 변화시키는 것이 얼마나 어렵다는 것을 말이죠.
그렇다고 나 자신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명분도 그렇게 의미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문제라고 느낀다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현명하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부부란 상대방을 변화시키려 애쓰는 것보다 그런 상대방을 내가 적절히 다루는 법을 알게 된 것이죠.
혹 배우자가 바뀌지 않는다고 푸념을 늘어놓기 보다 지금 이 단계에서 내가 무엇부터 시행해볼까를 생각해 보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