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등록 : 2014.11.11 20:38수정 : 2014.11.12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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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 공동행동’과 ‘기초법개악저지·빈곤문제해결을 위한 민중생활보장위원회’가 ‘서울 송파구 세 모녀의 죽음’과 관련해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박사라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가 발언을 이어가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
기초생활보장법 부양자 기준 ‘암초’
정부안, 소득기준 302만원으로 올려
복지부 “예산 2천억 추가 확보 가능”
야당·시민단체 “폐지·대폭 완화해야”
여당 “재정 여건상 추가 완화 곤란”
17일 국회 복지위서 다시 논의예정
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이 ‘부양의무자 기준’이라는 예정된 암초를 만났다.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는 생활이 어려운 이들한테 정부 지원이 좀더 효과적으로 이뤄지려면 현실에 맞지 않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큰 폭으로 완화하거나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정부와 여당은 재정 형편상 이런 요구를 모두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태도다. 여야는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열어 기초생활보장법(기초법) 개정안의 처리 여부를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정부는 기초생활보장제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하는 데 2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추가로 투입할 수 있다고 10일 밝혔다. 1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참석한 장옥주 보건복지부 차관은 “기초법 개정안을 시행하려면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에 따른 정부 예산이 해마다 9100억원씩 더 들어가는데, 여기에 2000억원 정도는 더 확보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모두 1조1100억원의 예산을 들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하고, 이를 통해 기초수급의 문턱을 낮추겠다는 뜻이다. 기초생활보장제는 생활이 어려운 저소득층한테 정부가 생계비와 주거비 등을 지원하는 제도다. 다만 수급자를 경제적으로 부양할 수 있는 부모나 자녀(사위·며느리 포함) 등이 있으면 정부 지원은 이뤄지지 않는다.
정부안(유재중 새누리당 의원안)에는 부양의무자 소득 기준을 일부 완화(상향 조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행 기초법은 부양의무자의 소득 및 재산이 최저생계비의 130%(2014년 기준 212만원)만 넘으면 부양 능력을 인정한다. 반면 정부안은 그 기준을 185%(302만원)까지 높여 소득인정액이 그 미만이면 부양 능력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지금까지 부양의무자 기준 탓에 수급 혜택을 얻지 못하던 12만명한테 생계비 지원 등이 이뤄진다. 여기에 투입되는 예산이 연간 9100억원이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은 부양의무자의 부양 능력을 판정하는 기준을 적어도 부양의무가구의 중위소득(391만원·최저생계비의 240%)까지는 높여야, 불합리한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피해를 입는 빈곤층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부양능력 판정 기준이 302만원에서 391만원으로 올라가면 1만6000명이 추가로 수급혜택을 얻는다. 아울러 근본적으로는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를 지향하되, 우선 교육비 지원 대상자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이라도 없애야 한다는 태도다. 노인·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나 사위·며느리한테 부양의무를 지우는 것도 야당은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말한다. 김용익 의원은 “부양의무자가 수급자를 부양하다 빈곤층으로 추락하는 일을 막으려면, 부양의무자의 소득인정액이 적어도 월 391만원 이상은 돼야 한다”며 “부양능력 판정 기준에 관한 정부와 야당의 차이를 좁히는 것이 기초법 개정안 처리의 전제조건”이라고 말했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와 참여연대, 빈곤사회연대 등 복지 분야 시민사회단체의 주장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철폐’ 쪽이다. 정부안처럼 부양의무자의 소득 기준을 일부 완화하는 정도의 조처로는 부양의무자 기준 탓에 수급 자격을 얻지 못하는 약 117만명의 저소득층을 ‘복지 사각지대’에서 빼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논리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