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ETY 2014.12.09ㅣ주간경향 1104호
[유인경이 만난 사람]서재걸 자연치료의학회 회장 “주사나 약 처방보다 식습관부터 고쳐라”
데이터 스모그(Data Smog)의 시대다. 정보는 스모그와 같다. 시나브로 피어올라 뿌옇게 시야를 흐리게 하는 안개처럼 정보는 사방에 넘치는데 명확한 길은 안 보인다. 특히 건강과 의학 정보가 그렇다. 매일 각 방송과 미디어에서 ‘양파가 좋다’ ‘비타민을 먹어라’ 등등 정보가 넘쳐흐르지만 정말 내 몸과 건강상태에 맞는 것은 무엇인지 모르겠다.
건강정보 과잉시대, 고령화시대에 건강하게 사는 법을 묻기 위해 서재걸 원장을 만났다. 서 원장은 한국에 ‘해독주스’와 ‘유산균’ 열풍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그의 병원에 치료를 받으려는 환자들이 몰려들어 이미 2018년 스케줄까지 다 찼다고 한다.
얼마 전에도 학회를 개최했던데 산부인과 전문의가 대한자연치료학회를 만든 이유가 뭔지요.
“자연치료학을 공부한 지는 15년째이고, 학회는 2007년에 만들었습니다. 산부인과 전문의로 숱한 여성환자들을 만나면서 제가 배운 것만으로는 치료가 어렵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같은 병이라도 너무 원인이 다양하더군요. 또 왜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여드름과 관절염이 많은지 궁금했는데 수년간 연구 끝에 ‘음식’에 답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당뇨병 환자에게 당뇨약만 처방하는 것이 최선은 아닙니다. 당뇨약을 먹고 건강해졌다는 이들은 거의 없죠. 약은 당뇨를 조절할 뿐입니다. 약 처방에 앞서 식습관, 생활습관을 바로잡아야 질병을 고칠 수 있습니다. 책에 나온 증상과 주사나 약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느껴 기초과학과 자연의학을 독학했죠. 의대 시절에도 생리학, 물리학, 미생물학, 면역학 등 기초학문을 배우지만 전문의가 되고 나서는 이들을 활용해 진료하는 의사가 거의 없습니다. 기초와 임상이 따로따로죠. 특정과의 전문의라고 해도 질병을 통합적으로 바라보지 못합니다. 그래서 단순한 주사와 틀에 박힌 처방약이 아니라 폭넓은 치료방법으로 환자들에게 치유의 기쁨을 전해주고 싶어 모든 의사들이 참여할 수 있는 학회를 만들었습니다.”
대부분 의사들은 같은 전공끼리 모이고 학회도 하는데 호응이 좋습니까.
“반대와 냉소도 심합니다. 우리 학회에 한의사들도 포함시켰습니다. 왜 그들이 공진단, 청심환을 쓰며 많은 이들이 왜 그걸 복용하는지 궁금해서인데 양의사들은 우리끼리만 하자고 합니다. 저는 하버드의대 통합 동양의학 전문과정에서 공부하면서 침과 뜸도 배웠고 경락과 혈 등도 공부했습니다. 특히 한약재는 천연식품들이 대부분입니다. 같이 공부하는 것이 서로에게 도움이 될 텐데….”
의사들은 왜 자기 전공만 고집합니까. 정작 개업의들은 전공에 상관없이 보톡스를 놓거나 쌍꺼풀 수술까지 하면서 학회나 치료법에서는 편협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의사들은 자기 것을 지키는 데 익숙해서 남의 이야기를 잘 안 듣습니다. 그리고 의학은 과학이지만 의료는 경제라는 말이 있을 만큼 최근 개인병원이고 종합병원이고 다 운영이 어렵습니다. 대학병원의 경우 환자 1명당 진료시간이 2~3분밖에 주어지지 않는데 어떻게 차분하게 환자의 말을 듣고 진지하게 치료법을 고민할 수 있겠어요. 저는 그런 환경이 싫어서 환자마다 1시간 이상 대화해서 병과 그 원인을 분석하려 합니다만 다른 병원에서는 불가능할 겁니다. 단지 의료보험만이 아니라 의사가 환자에게 해주는 상담 등 모든 서비스에 대해 정당한 비용이 지불된다면 의사들도 더 친절해지고, 더 치유에 도움이 되는 공부를 할 수 있을 겁니다. 1분 설명 의사와 1시간 대화 의사가 공존할 수 있도록 의료시스템 등 제도적 보완도 필요합니다.”
그런데 자연치유학이라면 대체의학 같은 느낌이 듭니다.
“자연치료의학을 민간요법이나 대체의학으로 생각하는 분들도 계신데요, 저는 이것을 대체하는 의학이라기보다는 우선하는 의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질병이 생겼을 때 바로 약을 쓰는 게 아니라, 식습관부터 교정시키면서 자신의 문제점을 바로잡은 후에도 안 될 때 약을 쓰는 게 맞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지 않고 진단명이 떨어지는 순간 바로 약이 등장하면 약과 질병의 만남만 이루어지잖아요. 그곳에 ‘나’는 없는 거예요. ‘내가 주체가 되어야 된다’는 게 자연의학의 핵심이죠. 그리고 저는 자연치료의학을 원래 자리로 돌려놓는 의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이야기가 산골로 가라는 뜻이 아니에요. 원래 내가 가지고 있었던 환경을 만들자는 거죠.”
100세 장수시대가 열렸고 현대의학은 이렇게 발달했는데 암환자를 비롯한 환자들은 왜 아직도 이렇게 많습니까.
“그건 ‘의학’만 발달했기 때문입니다. 병이 생기면 치유를 해서 오래만 살게 만들 뿐이죠. 더욱 중요한 것은 암 등 각종 질병을 예방하는 생활습관을 평소 길러주고 몸상태도 신경써야 합니다. 암도 수술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술 후에 환자가 겪는 우울증과 피로감, 불면증 등을 함께 치유할 수 있는 생활습관과 건강유지법까지 알려주는 것이 의사의 역할입니다. 그러려면 의사들이 더욱 통합적인 공부를 충분히 해야 합니다. 갑상선암 환자들은 우울증을 많이 겪습니다. 보통 우울증 치료제로 항우울제인 세로토닌을 처방합니다. 세로토닌 등의 호르몬은 뇌에서는 10%만 만들어지고 80~90%가 장에서 만들어집니다. 실제로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겪는 환자에게 유산균을 먹게 해서 장을 평화롭게 만들었더니 우울감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또 세로토닌은 동물성 단백질과 아연, 철 등 미네랄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평소 고기를 전혀 안 먹던 우울증 환자에게 고기를 먹게 했더니 우울증이 치료된 사례도 있습니다. 항우울제만 복용하면 약으로 붕 떠 있는 상황만 유지되는 셈이죠. 그래서 이제라도 의사들이 전공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더 많은 기초과학을 함께 공부하고 자연의 원리에도 더 마음을 열어야 암환자도 예방이 될 겁니다.”
수만명의 환자들을 임상했는데 현대인들에게 가장 많은 질병은 뭔지요.
“암과 면역질환입니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암이 되고 모든 난치성 환자들의 문제도 면역력입니다. 면역질환의 경우 면역 저하 질환과 면역 과다 질환이 있습니다. 면역 과다 질환의 경우는 과민반응을 보여 아토피, 두드러기, 천식 등으로 나타납니다. 그런데 이때 면역억제약만 투여하면 날뛰는 아이의 발목만 잡는 셈이죠. 면역질환의 주범은 스트레스인데 특히 환경오염과 먹거리가 문제입니다. 함부로 먹다가 어떤 병에 걸렸다 해도 빨리 발견해 나쁜 음식을 끊고 좋은 음식을 먹으면 개선되는 경우가 많아요. 담배 피우다 금연한 후에 다시 건강해지거나 죄를 지었어도 반성하고 착하게 살 수 있는 것처럼요. 그래서 평소 건강한 식습관, 스트레스를 안 받는 면역력 키우기 등을 해야 진정한 무병백세의 삶을 누릴 수 있습니다.”
서 원장에게는 흔히 말하는 권력층이나 상류층 환자들이 많이 오던데 부와 명예를 누리는 이들은 왜 병에 걸립니까. 돈이 많아 좋다는 음식과 명약을 다 먹을 것 같은데요.
“가진 것이 많을수록 그걸 유지하거나 더 갖고 싶은 스트레스도 큽니다. 그래서 더더욱 불안하고 공포도 느끼겠죠. 무엇보다 워낙 바쁘니 불규칙한 생활, 특히 접대나 초대가 많아 식습관이 좋지 않습니다. 또 워낙 강인한 정신력의 소유자여서 아파도 못 느끼거나 무시하다 꼭 쓰러질 무렵에 병원을 찾는 것도 상류층의 특징입니다.”
대한민국에 ‘해독주스’ 열풍을 일으켰는데 주사가 아니라 주스를 개발한 이유가 있나요.
“해독주스는 제가 발명하거나 발견한 것은 아닙니다, 어머님 덕분이죠. 병원장이셨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집안살림을 꾸리던 어머니는 하루에 10알 이상의 진통제를 드실 만큼 건강이 나빴습니다. 그런데 14년 전쯤 미국에 다녀오신 후 채소를 삶고 갈아서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에 미국에서 그 정보를 얻은 거죠. 그 후 진통제 부작용이 줄고 심신이 건강해지셨어요. 그때 해독, 디톡스란 것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되었지만 의사로서의 자존심에 무시했습니다. 어머니가 하도 권해서 그 주스를 마셨는데 6개월 만에 12㎏가 빠지는 놀라운 체험을 했습니다. 살만 빠진 게 아니라 두통과 만성피로감도 사라졌고요. 그래서 해독주스를 연구·개발한 겁니다. 지난 15년간 전 세계의 모든 건강식품은 대부분 구입해서 직접 먹어봤어요. 자연의학 공부와 건강식품 구입에 투자한 돈만 10억원 가까이 될 겁니다. 해독주스를 통해 제가 전하고 싶은 것은 단순한 다이어트 방법이나 건강 회복의 비결이 아닙니다. 병원이 아닌 가정에서, 약이 아닌 음식으로도 얼마든지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서 원장만이 아니라 가정의학 전문의, 내과의 등이 최근 홈쇼핑에 나와서 유산균을 판매합니다. 왜 갑자기 의사들이 유산균 전도사가 됐습니까.
“수많은 환자들의 병을 연구하며 얻은 결과들입니다. 유산균은 위염, 위궤양, 변비, 소화불량, 과민성대장증후군 등 소화기 계통의 질병들뿐만 아니라 아토피, 천식, 류머티스 관절염, 안구건조증, 우울증, 당뇨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질병에 걸쳐 그 효과가 입증되어 있습니다. 약물치료와 유산균 처방을 병행하며 얻은 결과이기는 하지만, 모든 사례들에서 유산균이 치료에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은 놀랍죠. 우리 몸이 수많은 세균들로 이루어져 있고 그 중에는 우리에게 유익한 균뿐만 아니라 해로운 균 역시 존재한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유익균을 대표하는 유산균의 비중을 늘림으로써 유해균을 억제하면 같은 음식을 섭취하더라도 좋은 영양분을 더 많이 흡수시킬 수 있고, 반대로 좋지 않은 성분은 배출할 수 있거든요. 섭취하는 것이 음식이 아니라 약이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유산균이 모든 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의 근본을 이루는 면역력을 강화시키고 기본적으로 부족한 부분들을 조절해주는 것이라는 데 공감한 의사들이 다투어 유산균을 소개하는 것 같습니다.”
의료계도 패션처럼 너무 유행을 따르는 것은 아닐까요. 주사도 태반주사, 백옥주사. 비타민주사, 신데렐라 주사 등 별별 이름이 붙여져 피로회복제처럼 쓰이더군요. 병원에서 너무 영리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주사하는 것은 아닌지요.
“물론 그런 면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유난히 스트레스와 격무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이 자연식품이나 명상으로 차분하게 시간을 들여 치유하기 어려우니 즉각적 효과를 위해 그런 주사들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줄기세포 주사를 비롯한 주사들이 만병치료제는 아닙니다. 각각의 효능과 환자의 상태에 따라 처방해야 하고, 환자와 의사가 협의해 우선순위를 정해 치유해야 합니다.”
이렇게 바쁘고, 돈과 명예도 누리는데 왜 방송에 그렇게 자주 나오고 초등학교에서까지 강의를 합니까.
“아무리 의사들을 모아 학회를 열고 논문을 발표해도 전 국민을 건강하게 만들 수는 없습니다. 저는 가능한 한 많은 분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그분들이 자기 몸의 상태를 잘 파악하도록 해서 의사들에게 정확히 전달하고 의사들이 그 환자를 제대로 치료해주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정말 바쁘고 힘들어도 가능한 의학정보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하고 강의 요청이 오면 가는 이유가 치료 이전에 질병을 예방하는 생활 식습관을 잘 알려드리고 환자들이 직접 자신의 의사들을 만나서 의사들을 바꾸게 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의사이자 건강전도사인데 서 원장은 심신이 건강합니까.
“사실 지난 11월 초에 자선콘서트를 준비하면서 혼자 기획하고 사람들을 모으고 노래까지 부르느라 스트레스도 받고 피곤했는지 위에 문제가 좀 생겼습니다. 과로와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임을 다시 한 번 체험했죠. 그래도 평소 건강하고 즐겁게 지냅니다.”
며칠 전 이유 없이 우울해져 갱년기나 우울증을 의심했는데 간식을 먹고 나니 금방 행복해졌다. 허기와 우울을 분간 못할 만큼 우리는 자신의 몸과 마음 상태를 잘 모른다. 혹은 넘치는 건강정보에 엉뚱한 약이나 보조제를 먹어 오히려 몸을 망치기도 한다. 서 원장 말대로 이제 의사를 만나기 전에 우리 자신을 만날 때다.
< 글·유인경 경향신문 선임기자 alice@kyunghyang.com>
< 사진·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건강정보 과잉시대, 고령화시대에 건강하게 사는 법을 묻기 위해 서재걸 원장을 만났다. 서 원장은 한국에 ‘해독주스’와 ‘유산균’ 열풍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그의 병원에 치료를 받으려는 환자들이 몰려들어 이미 2018년 스케줄까지 다 찼다고 한다.
얼마 전에도 학회를 개최했던데 산부인과 전문의가 대한자연치료학회를 만든 이유가 뭔지요.
“자연치료학을 공부한 지는 15년째이고, 학회는 2007년에 만들었습니다. 산부인과 전문의로 숱한 여성환자들을 만나면서 제가 배운 것만으로는 치료가 어렵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같은 병이라도 너무 원인이 다양하더군요. 또 왜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여드름과 관절염이 많은지 궁금했는데 수년간 연구 끝에 ‘음식’에 답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당뇨병 환자에게 당뇨약만 처방하는 것이 최선은 아닙니다. 당뇨약을 먹고 건강해졌다는 이들은 거의 없죠. 약은 당뇨를 조절할 뿐입니다. 약 처방에 앞서 식습관, 생활습관을 바로잡아야 질병을 고칠 수 있습니다. 책에 나온 증상과 주사나 약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느껴 기초과학과 자연의학을 독학했죠. 의대 시절에도 생리학, 물리학, 미생물학, 면역학 등 기초학문을 배우지만 전문의가 되고 나서는 이들을 활용해 진료하는 의사가 거의 없습니다. 기초와 임상이 따로따로죠. 특정과의 전문의라고 해도 질병을 통합적으로 바라보지 못합니다. 그래서 단순한 주사와 틀에 박힌 처방약이 아니라 폭넓은 치료방법으로 환자들에게 치유의 기쁨을 전해주고 싶어 모든 의사들이 참여할 수 있는 학회를 만들었습니다.”
대부분 의사들은 같은 전공끼리 모이고 학회도 하는데 호응이 좋습니까.
“반대와 냉소도 심합니다. 우리 학회에 한의사들도 포함시켰습니다. 왜 그들이 공진단, 청심환을 쓰며 많은 이들이 왜 그걸 복용하는지 궁금해서인데 양의사들은 우리끼리만 하자고 합니다. 저는 하버드의대 통합 동양의학 전문과정에서 공부하면서 침과 뜸도 배웠고 경락과 혈 등도 공부했습니다. 특히 한약재는 천연식품들이 대부분입니다. 같이 공부하는 것이 서로에게 도움이 될 텐데….”
의사들은 왜 자기 전공만 고집합니까. 정작 개업의들은 전공에 상관없이 보톡스를 놓거나 쌍꺼풀 수술까지 하면서 학회나 치료법에서는 편협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의사들은 자기 것을 지키는 데 익숙해서 남의 이야기를 잘 안 듣습니다. 그리고 의학은 과학이지만 의료는 경제라는 말이 있을 만큼 최근 개인병원이고 종합병원이고 다 운영이 어렵습니다. 대학병원의 경우 환자 1명당 진료시간이 2~3분밖에 주어지지 않는데 어떻게 차분하게 환자의 말을 듣고 진지하게 치료법을 고민할 수 있겠어요. 저는 그런 환경이 싫어서 환자마다 1시간 이상 대화해서 병과 그 원인을 분석하려 합니다만 다른 병원에서는 불가능할 겁니다. 단지 의료보험만이 아니라 의사가 환자에게 해주는 상담 등 모든 서비스에 대해 정당한 비용이 지불된다면 의사들도 더 친절해지고, 더 치유에 도움이 되는 공부를 할 수 있을 겁니다. 1분 설명 의사와 1시간 대화 의사가 공존할 수 있도록 의료시스템 등 제도적 보완도 필요합니다.”
그런데 자연치유학이라면 대체의학 같은 느낌이 듭니다.
“자연치료의학을 민간요법이나 대체의학으로 생각하는 분들도 계신데요, 저는 이것을 대체하는 의학이라기보다는 우선하는 의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질병이 생겼을 때 바로 약을 쓰는 게 아니라, 식습관부터 교정시키면서 자신의 문제점을 바로잡은 후에도 안 될 때 약을 쓰는 게 맞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지 않고 진단명이 떨어지는 순간 바로 약이 등장하면 약과 질병의 만남만 이루어지잖아요. 그곳에 ‘나’는 없는 거예요. ‘내가 주체가 되어야 된다’는 게 자연의학의 핵심이죠. 그리고 저는 자연치료의학을 원래 자리로 돌려놓는 의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이야기가 산골로 가라는 뜻이 아니에요. 원래 내가 가지고 있었던 환경을 만들자는 거죠.”
100세 장수시대가 열렸고 현대의학은 이렇게 발달했는데 암환자를 비롯한 환자들은 왜 아직도 이렇게 많습니까.
“그건 ‘의학’만 발달했기 때문입니다. 병이 생기면 치유를 해서 오래만 살게 만들 뿐이죠. 더욱 중요한 것은 암 등 각종 질병을 예방하는 생활습관을 평소 길러주고 몸상태도 신경써야 합니다. 암도 수술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술 후에 환자가 겪는 우울증과 피로감, 불면증 등을 함께 치유할 수 있는 생활습관과 건강유지법까지 알려주는 것이 의사의 역할입니다. 그러려면 의사들이 더욱 통합적인 공부를 충분히 해야 합니다. 갑상선암 환자들은 우울증을 많이 겪습니다. 보통 우울증 치료제로 항우울제인 세로토닌을 처방합니다. 세로토닌 등의 호르몬은 뇌에서는 10%만 만들어지고 80~90%가 장에서 만들어집니다. 실제로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겪는 환자에게 유산균을 먹게 해서 장을 평화롭게 만들었더니 우울감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또 세로토닌은 동물성 단백질과 아연, 철 등 미네랄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평소 고기를 전혀 안 먹던 우울증 환자에게 고기를 먹게 했더니 우울증이 치료된 사례도 있습니다. 항우울제만 복용하면 약으로 붕 떠 있는 상황만 유지되는 셈이죠. 그래서 이제라도 의사들이 전공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더 많은 기초과학을 함께 공부하고 자연의 원리에도 더 마음을 열어야 암환자도 예방이 될 겁니다.”
“암과 면역질환입니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암이 되고 모든 난치성 환자들의 문제도 면역력입니다. 면역질환의 경우 면역 저하 질환과 면역 과다 질환이 있습니다. 면역 과다 질환의 경우는 과민반응을 보여 아토피, 두드러기, 천식 등으로 나타납니다. 그런데 이때 면역억제약만 투여하면 날뛰는 아이의 발목만 잡는 셈이죠. 면역질환의 주범은 스트레스인데 특히 환경오염과 먹거리가 문제입니다. 함부로 먹다가 어떤 병에 걸렸다 해도 빨리 발견해 나쁜 음식을 끊고 좋은 음식을 먹으면 개선되는 경우가 많아요. 담배 피우다 금연한 후에 다시 건강해지거나 죄를 지었어도 반성하고 착하게 살 수 있는 것처럼요. 그래서 평소 건강한 식습관, 스트레스를 안 받는 면역력 키우기 등을 해야 진정한 무병백세의 삶을 누릴 수 있습니다.”
서 원장에게는 흔히 말하는 권력층이나 상류층 환자들이 많이 오던데 부와 명예를 누리는 이들은 왜 병에 걸립니까. 돈이 많아 좋다는 음식과 명약을 다 먹을 것 같은데요.
“가진 것이 많을수록 그걸 유지하거나 더 갖고 싶은 스트레스도 큽니다. 그래서 더더욱 불안하고 공포도 느끼겠죠. 무엇보다 워낙 바쁘니 불규칙한 생활, 특히 접대나 초대가 많아 식습관이 좋지 않습니다. 또 워낙 강인한 정신력의 소유자여서 아파도 못 느끼거나 무시하다 꼭 쓰러질 무렵에 병원을 찾는 것도 상류층의 특징입니다.”
대한민국에 ‘해독주스’ 열풍을 일으켰는데 주사가 아니라 주스를 개발한 이유가 있나요.
“해독주스는 제가 발명하거나 발견한 것은 아닙니다, 어머님 덕분이죠. 병원장이셨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집안살림을 꾸리던 어머니는 하루에 10알 이상의 진통제를 드실 만큼 건강이 나빴습니다. 그런데 14년 전쯤 미국에 다녀오신 후 채소를 삶고 갈아서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에 미국에서 그 정보를 얻은 거죠. 그 후 진통제 부작용이 줄고 심신이 건강해지셨어요. 그때 해독, 디톡스란 것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되었지만 의사로서의 자존심에 무시했습니다. 어머니가 하도 권해서 그 주스를 마셨는데 6개월 만에 12㎏가 빠지는 놀라운 체험을 했습니다. 살만 빠진 게 아니라 두통과 만성피로감도 사라졌고요. 그래서 해독주스를 연구·개발한 겁니다. 지난 15년간 전 세계의 모든 건강식품은 대부분 구입해서 직접 먹어봤어요. 자연의학 공부와 건강식품 구입에 투자한 돈만 10억원 가까이 될 겁니다. 해독주스를 통해 제가 전하고 싶은 것은 단순한 다이어트 방법이나 건강 회복의 비결이 아닙니다. 병원이 아닌 가정에서, 약이 아닌 음식으로도 얼마든지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서 원장만이 아니라 가정의학 전문의, 내과의 등이 최근 홈쇼핑에 나와서 유산균을 판매합니다. 왜 갑자기 의사들이 유산균 전도사가 됐습니까.
“수많은 환자들의 병을 연구하며 얻은 결과들입니다. 유산균은 위염, 위궤양, 변비, 소화불량, 과민성대장증후군 등 소화기 계통의 질병들뿐만 아니라 아토피, 천식, 류머티스 관절염, 안구건조증, 우울증, 당뇨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질병에 걸쳐 그 효과가 입증되어 있습니다. 약물치료와 유산균 처방을 병행하며 얻은 결과이기는 하지만, 모든 사례들에서 유산균이 치료에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은 놀랍죠. 우리 몸이 수많은 세균들로 이루어져 있고 그 중에는 우리에게 유익한 균뿐만 아니라 해로운 균 역시 존재한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유익균을 대표하는 유산균의 비중을 늘림으로써 유해균을 억제하면 같은 음식을 섭취하더라도 좋은 영양분을 더 많이 흡수시킬 수 있고, 반대로 좋지 않은 성분은 배출할 수 있거든요. 섭취하는 것이 음식이 아니라 약이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유산균이 모든 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의 근본을 이루는 면역력을 강화시키고 기본적으로 부족한 부분들을 조절해주는 것이라는 데 공감한 의사들이 다투어 유산균을 소개하는 것 같습니다.”
의료계도 패션처럼 너무 유행을 따르는 것은 아닐까요. 주사도 태반주사, 백옥주사. 비타민주사, 신데렐라 주사 등 별별 이름이 붙여져 피로회복제처럼 쓰이더군요. 병원에서 너무 영리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주사하는 것은 아닌지요.
“물론 그런 면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유난히 스트레스와 격무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이 자연식품이나 명상으로 차분하게 시간을 들여 치유하기 어려우니 즉각적 효과를 위해 그런 주사들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줄기세포 주사를 비롯한 주사들이 만병치료제는 아닙니다. 각각의 효능과 환자의 상태에 따라 처방해야 하고, 환자와 의사가 협의해 우선순위를 정해 치유해야 합니다.”
이렇게 바쁘고, 돈과 명예도 누리는데 왜 방송에 그렇게 자주 나오고 초등학교에서까지 강의를 합니까.
“아무리 의사들을 모아 학회를 열고 논문을 발표해도 전 국민을 건강하게 만들 수는 없습니다. 저는 가능한 한 많은 분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그분들이 자기 몸의 상태를 잘 파악하도록 해서 의사들에게 정확히 전달하고 의사들이 그 환자를 제대로 치료해주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정말 바쁘고 힘들어도 가능한 의학정보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하고 강의 요청이 오면 가는 이유가 치료 이전에 질병을 예방하는 생활 식습관을 잘 알려드리고 환자들이 직접 자신의 의사들을 만나서 의사들을 바꾸게 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의사이자 건강전도사인데 서 원장은 심신이 건강합니까.
“사실 지난 11월 초에 자선콘서트를 준비하면서 혼자 기획하고 사람들을 모으고 노래까지 부르느라 스트레스도 받고 피곤했는지 위에 문제가 좀 생겼습니다. 과로와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임을 다시 한 번 체험했죠. 그래도 평소 건강하고 즐겁게 지냅니다.”
며칠 전 이유 없이 우울해져 갱년기나 우울증을 의심했는데 간식을 먹고 나니 금방 행복해졌다. 허기와 우울을 분간 못할 만큼 우리는 자신의 몸과 마음 상태를 잘 모른다. 혹은 넘치는 건강정보에 엉뚱한 약이나 보조제를 먹어 오히려 몸을 망치기도 한다. 서 원장 말대로 이제 의사를 만나기 전에 우리 자신을 만날 때다.
< 글·유인경 경향신문 선임기자 alice@kyunghyang.com>
< 사진·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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