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원세훈 대선개입 유죄, 청와대가 답할 때다
경향신문 입력 : 2015-02-09 20:43:20ㅣ수정 : 2015-02-09 20:50:19
선거를 일컬어 ‘민주주의의 꽃’이라 한다. 민주국가에서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행위가 중대 범죄로 간주되는 이유다. 더욱이 엄정중립을 요구받는 정보기관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하는 것은 상상조차 힘든 국기문란이자 헌정질서에 대한 도전이다. 그런데 2012년 18대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이러한 범죄행각이 벌어졌다고 사법부가 인정했다. 서울고법은 어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유죄를 선고했다. 1심에서 국정원법 위반만 유죄로 인정돼 집행유예를 받은 원 전 원장은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대선의 민주적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박근혜 정권의 정통성은 큰 타격을 입게 됐다.
1심 재판부는 국정원의 댓글·트위터 활동을 두고 ‘정치관여는 맞지만 선거개입은 아니다’라고 했다. 관권선거에 면죄부를 준 황당한 판결은 ‘지록위마’(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함)의 판결로 불리며 논란을 일으켰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정면으로 뒤집었다.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2012년 8월20일 이후 국정원 심리전단의 사이버 활동을 선거개입으로 보고, 원 전 원장이 이를 지시한 것으로 판단했다. 심리전단 직원들이 2012년 전파한 트위터글 27만여건을 분석한 결과, 8월 이전엔 ‘정치 관련 글’이 많았으나 이후 ‘선거 관련 글’이 압도했다는 것이다. 대선후보 확정 이후 사이버 활동은 선거개입으로 봐야 한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시민적 상식과 사법적 정의에 부합하는 판결로 본다. 사법 역사에 오점으로 남을 ‘짜맞추기’식 정치판결이 바로잡힌 것은 늦게나마 다행이다.
최근 법원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유출 혐의로 기소된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반면 회의록 초본을 폐기한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참여정부 청와대의 백종천 전 외교안보실장 등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했다. 대선 전은 물론이려니와 집권 이후에도 여권이 거듭해온 무분별한 정치공세의 실체가 법원에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답을 내놓을 차례다. 박 대통령은 대선 전 마지막 TV토론에서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을 두고 “(댓글 단) 여직원에 대한 인권침해”라며 야당을 공박했다. 경찰은 이 토론이 끝난 직후 ‘심야 중간수사발표’를 통해 ‘해당 직원 컴퓨터에서 댓글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선거는 박 대통령의 승리로 돌아갔다. 대선 후 원 전 원장이 기소되자 청와대 측은 “댓글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사안은 아니지 않으냐”며 어물쩍 넘어갔다. 하지만 더 이상은 안된다. 박 대통령이 불법 대선개입의 ‘수혜자’임이 드러난 이상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원 전 원장에 대한 선거법 적용을 반대하는 등 수사를 방해했던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물러나야 마땅하다. 검찰은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실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인지했는지 등에 대해 추가 수사에 착수하기 바란다.
1심 재판부는 국정원의 댓글·트위터 활동을 두고 ‘정치관여는 맞지만 선거개입은 아니다’라고 했다. 관권선거에 면죄부를 준 황당한 판결은 ‘지록위마’(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함)의 판결로 불리며 논란을 일으켰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정면으로 뒤집었다.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2012년 8월20일 이후 국정원 심리전단의 사이버 활동을 선거개입으로 보고, 원 전 원장이 이를 지시한 것으로 판단했다. 심리전단 직원들이 2012년 전파한 트위터글 27만여건을 분석한 결과, 8월 이전엔 ‘정치 관련 글’이 많았으나 이후 ‘선거 관련 글’이 압도했다는 것이다. 대선후보 확정 이후 사이버 활동은 선거개입으로 봐야 한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시민적 상식과 사법적 정의에 부합하는 판결로 본다. 사법 역사에 오점으로 남을 ‘짜맞추기’식 정치판결이 바로잡힌 것은 늦게나마 다행이다.
최근 법원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유출 혐의로 기소된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반면 회의록 초본을 폐기한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참여정부 청와대의 백종천 전 외교안보실장 등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했다. 대선 전은 물론이려니와 집권 이후에도 여권이 거듭해온 무분별한 정치공세의 실체가 법원에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답을 내놓을 차례다. 박 대통령은 대선 전 마지막 TV토론에서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을 두고 “(댓글 단) 여직원에 대한 인권침해”라며 야당을 공박했다. 경찰은 이 토론이 끝난 직후 ‘심야 중간수사발표’를 통해 ‘해당 직원 컴퓨터에서 댓글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선거는 박 대통령의 승리로 돌아갔다. 대선 후 원 전 원장이 기소되자 청와대 측은 “댓글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사안은 아니지 않으냐”며 어물쩍 넘어갔다. 하지만 더 이상은 안된다. 박 대통령이 불법 대선개입의 ‘수혜자’임이 드러난 이상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원 전 원장에 대한 선거법 적용을 반대하는 등 수사를 방해했던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물러나야 마땅하다. 검찰은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실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인지했는지 등에 대해 추가 수사에 착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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