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訴訟]=자유 평등 정의

재선거 불가능하지만…박 대통령 대선승리 정당성 ‘타격’

성령충만땅에천국 2015. 2. 10. 13:16

재선거 불가능하지만…박 대통령 대선승리 정당성 ‘타격’

한겨레신문 등록 : 2015.02.09 22:32수정 : 2015.02.09 22:32

항소심 판결 의미와 파장
새정치 “불법개입, MB 사과해야”
‘대선불복으로 비칠라’ 수위 조절
정권 정당성 문제로 연관짓진 않아
박대통령, 재판결과 언급할지 주목

9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국정원의 대선 개입’ 혐의가 인정됨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대한 정당성 훼손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해 선거 공정성을 해쳤다는 점에서 박근혜 정부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내년 총선 국면이나 2017년 대선 국면에서 박근혜 정권에 대한 정치적 평가를 논할 때는 국정원 대선 개입 문제가 다시금 불거질 가능성은 상존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이 시기와 맞물릴 경우 그 정치적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국가기관이 불법으로 지난 대선에 개입했다는 사실이 법적으로 인정된 만큼 이명박 전 대통령은 사과해야 하며, 박근혜 대통령 역시 국정원 대선개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법학자들도 “국정원 대선 개입은 민주주의를 뒤흔든 국기 문란”(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으로 행정부의 정통성에 흠결이 생긴 것”(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의 의미부여를 하며 향후 정치적으로 정당성 논란이 일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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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관의 선거 개입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 있는 조처를 내놔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목소리도 한층 높아졌다. 참여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어 “18대 대선이 불공정하게 진행됐고,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의 민주적 정당성에 큰 흠결이 있음이 사법적으로도 확인된 만큼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책임 있는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권 퇴진을 포함한, 적극적인 사회적 문제제기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성식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대변인은 “박근혜 정권이 국가기관의 법적 지원과 선거 부정을 통해 등장한 것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향후 정권 퇴진을 비롯해 적극적인 사회적 문제제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협동사무처장도 “‘대선 불복’이라며 물타기 할 게 아니라 박근혜 정부의 정당성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봤다. 국정원 개혁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삼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사법팀장은 “이번 판결로 국정원의 권한 남용과 정치개입 차단이 과제로 제기된 만큼 자유민주주의 수호 차원에서 국정원 개혁을 다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리상으로 부정선거가 있으면 선거무효 소송의 대상이 돼 재선거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지만 법적으로 박 대통령의 당선을 무효화하는 등의 방안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선거법 224조는 “(선거무효의 판결 등) 선거에 관한 규정에 위반된 사실이 있는 때라도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하는 때에 한하여 선거의 전부나 일부의 무효 또는 당선의 무효를 결정하거나 판결한다”고 돼 있다.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국가기관이 관권선거를 해 그것이 선거 결과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줬지만, 그 영향이 당시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표차를 뒤집을 정도였느냐는 따져봐야 한다”며 “그런데 사실상 이를 입증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우며, 따라서 2심 판결로 ‘지난 대선이 무효’라고 연결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당선무효 소송은 선거일로부터 30일 이내에만 할 수 있다.

 

또 야당이 이번 판결을 박근혜 정권의 정당성 문제로까지 연관지어 지도부 차원에서 계속 공략에 나설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다만 이번에 지도부에 입성한 ‘강성파’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트위터에 “이번 판결이 최종 확정될 경우, 불법으로 당선된 박 대통령의 대통령직은 유효인지 무효인지 심각하게 따져봐야 할 중대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정당성 논란을 시사했다.

 

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권력기관의 개입을 방지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현 정권의 반성이 필요하다”며 “재선거 자체가 힘들지만 현 정부에서 다시는 이런 것들이 재발되지 않도록 가시적인 제도화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이유주현 박기용 기자 edig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