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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재심 무죄 이신범ㆍ이택돈, 전두환ㆍ이학봉에 위자료 못 받아” 왜?

성령충만땅에천국 2015. 3. 27. 20:01
대법원 “재심 무죄 이신범ㆍ이택돈, 전두환ㆍ이학봉에 위자료 못 받아” 왜?

1심 손해배상책임 인정, 항소심은 위자료 낮추고, 대법원은 소멸시효 이유로 파기환송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 전두환 본부장과 이학봉 수사단장의 지시로 불법 체포ㆍ구금돼 고문 등으로 허위 자백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가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은 이신범(65)ㆍ이택돈(사망) 전 국회의원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는데,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

◆ 이신범ㆍ이택돈에 무슨 일이?

법원에 따르면 계엄사령부 소속 합동수사본부(합수부) 전두환 본부장의 지시를 받은 합수부 이학봉 수사단장은 수사관들에게 지시해 사전 체포ㆍ구속영장 없이 1980년 5월 17일 밤 11시 이택돈 국회의원을 계엄범위반의 혐의로, 서울대생이던 이신범은 6월 17일 내란음모, 계엄법위반의 혐의로 중앙정보부 지하3층으로 강제 연행했다.

당시 이택돈ㆍ이신범은 수사관들로부터 범죄사실의 요지 및 변호인 선임권을 고지받거나 변명할 기회를 제공받지 못했다. 두 사람은 구금돼 있다가 이희성 계엄사령관의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계엄보통군법회의 검찰부에 송치돼 군검찰부에 의해 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강제 연행돼 기소될 때까지 변호인이나 가족 등과 접견 또는 면회를 할 수 없었다.

수사관들은 이들을 수사하면서 허위진술을 강요했다. 그 과정에서 이들은 수사관들로부터 고문, 구타, 욕설, 협박 등 가혹행위를 당해 범행을 자백했다. 이택돈은 수사관들의 강요로 1980년 7월 4일 국회의원직을 사직하기까지 했다.

육군본부계엄보통군법회의는 1980년 9월 17일 이신범에 대해 내란음모, 계엄범위반죄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이택돈에 대해서는 계엄법위반죄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인 계엄고등군법회의는 1980년 11월 3일 양형부당을 이유로 이택돈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는 한편, 이신범의 항소는 기각했다. 이후 이택돈은 상고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고, 이신범은 상고했으나 기각돼 그대로 확정됐다.

당시 이신범이 군법회의 재판 및 대법원에서 고문 등 가혹행위로 인해 허위 자백했다고 호소하는 등 두 사람은 공소사실을 부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위법하게 수집된 수사기관에서의 허위자백은 군법회의 재판 및 대법원에서 적법한 증거로 채택돼 유죄를 인정하는 데에 주요한 근거가 됐다.

이신범은 2년 7개월간 복역하다가 1982년 12월 24일 형집행정지로 석방됐고, 1987년 7월 형의 효력을 상실하게 하는 특별사면을 받았다. 이택돈은 1985년 8월 15일 같은 특별사면을 받았다.

이들은 2004년 7월 육군계엄고등군법회의의 확정판결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서울고법원 2007년 7월 “전두환 등이 1979. 12. 12. 군사반란 이후 1980. 5. 17. 비상계엄 확대 선포를 시작으로 1981. 1. 24. 비상계엄의 해제에 이르기까지 행한 일련의 행위는 내란죄가 돼 헌정질서파괴범죄에 해당하고, 두 사람의 행위는 헌정질서파괴범행을 저지하거나 반대함으로써 헌법의 존립과 헌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정당한 행위이므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며 재심대상 유죄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그 무렵 재심판결이 확정됐다.

이에 두 사람은 “전두환, 이학봉과 합수부 수사관들의 행위는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이고, 이로 인해 원고들이 입게 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정신적 손해에 관해 금전적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다”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 1심, 전두환ㆍ이학봉과 국가 모두 책임 인정해 손해배상 판결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42민사부(재판장 이건배 부장판사)는 2011년 5월 이신범과 이택돈 전 의원이 전두환, 이학봉,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들은 각자 원고 이신범에게 7억원, 이택돈에게 3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전두환, 이학봉의 지시를 받은 합수부 소속 수사관에 의해 불법 체포ㆍ구금을 당했고, 그 후 고문과 구타, 욕설, 협박 등 가혹행위를 이기지 못해 허위의 자백을 했다”며 “이는 국가기관의 업무수행과정에서 통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정도의 잘못을 넘어서는 것으로서 불법의 정도가 매우 중하다”고 판단했다.

또 “원고들은 재판정에서 범행을 부인했으나 재판부가 위법하게 수집되거나 허위의 증거를 믿고 원고들의 주장을 배척함으로써 유죄가 인정된 점, 따라서 원고들은 자신들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사법부 스스로가 과거 자신의 판단이 오판이었음을 인정하기 전까지는 가해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할 것을 기대하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런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에 대한 재심판결이 확정된 2007년 7월 13일 무렵까지는 원고들이 피고들에 대해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객관적인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그러므로 피고들이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항변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원고들의 손을 들어줬다.

◆ 항소심, 손해배상 판결 대폭 낮춰

이에 전두환ㆍ이학봉과 국가가 항소했고, 서울고법 제32민사부(재판장 김명수 부장판사)는 2011년 10월 “대한민국은 이신범에게 2억원, 피고들은 각자 이택돈에게 1억원을 지급하라”고 손해배상액을 대폭 낮춰 판결했다.

피고들의 소멸시효 완성 항변에 대해 재판부는 “판결이 재심에 의해 취소되지 않은 채 효력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단지 군사정권 이후 (김영삼) 문민정부가 들어섰다거나 구 5․18 특별법이 제정돼 재심을 청구하는 것이 가능하게 됐다는 사정만으로 원고들이 곧바로 국가를 포함한 가해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한다는 것은 합리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어 “원고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재심판결이 확정된 때까지는 피고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객관적인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피고들이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항변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런데 원고들에 대한 재심판결이 2007년 7월 13일 선고돼 같은 달 21일 확정됐다”며 “이 사건 소가 그 때로부터 최단기간의 소멸시효기간인 3년이 지나기 전인 2010년 7월 5일 제기된 사실은 기록상 명백하므로 원고들의 소는 소멸시효기간이 완성되기 전에 제기됐다”고 판단했다.

손해배상액에 대해 재판부는 “불법행위의 반인권적, 조직적인 특수성과 불법행위의 중대성, 원고들이 불법 체포ㆍ구속돼 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한 기간, 이택돈은 수사관들의 강요로 국회의원직을 사직했을 뿐만 아니라 변호사로서의 업무도 수행하지 못하는 등 많은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원고 이신범은 2억원, 이택돈은 1억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항소심은 이택돈 전 의원을 불법체포ㆍ구속한 것에 대해서만 전두환과 이학봉의 책임을 인정하고, 고문과 국회의원직 사직 강요에는 국가 책임만 인정해 배상액을 1억원으로 낮췄다.

이신범 전 의원의 경우 당시 ‘국기문란자 수사계획’ 명단에 포함돼 있었다거나, 전두환과 이학봉의 구체적인 지시에 의해 체포ㆍ구속됐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국가 책임만 인정해 배상액을 2억원으로 낮췄다.


▲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 대법원, 전두환ㆍ이학봉에 손해배상책임 안 지워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20일 이신범 전 의원과 망인 이택돈 전 의원의 유가족이 정부와 전두환 전 대통령, 이학봉 전 의원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2012다1955)에서 이택돈 전 의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피고 전두환, 이학봉의 지시를 받은 합수부 수사관들은 국회의원으로서 임시회 회기 중에 있던 이택돈을 현행범이 아닌데도 체포ㆍ구속했고, 사전에 영장을 발부받지도 않았으며, 범죄사실의 요지와 변호인 선임권을 고지하거나 변명할 기회를 제공하지도 않았다”며 “위 체포ㆍ구속행위는 이택돈에 대한 불법행위를 구성하고, 따라서 피고들은 망인(이택돈)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망인이 유죄 확정판결의 기초가 된 수사과정에서의 위법행위 등을 이유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재심 무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손해배상청구를 할 것을 기대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으나, 그런 장애사유가 해소된 재심 무죄판결 확정일로부터 6개월의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에서와 같이 망인에 대한 수사과정에서의 피고들의 불법 체포ㆍ구속을 지시했다고 주장하면서 피고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도 늦어도 재심 무죄판결 확정일로부터는 그런 장애사유가 해소돼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망인은 재심 무죄판결이 확정된 날부터 6개월 이상이 경과한 후에 비로소 소를 제기했으므로 피고들의 소멸시효 항변을 저지할 수 있는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행사를 했다고 볼 수 없다”며 “따라서 손해배상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했다는 피고들의 항변이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망인이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행사를 했다고 판단해 피고들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했으니, 이런 원심판결에는 소멸시효 항변의 권리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어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케 하기 위해 원심법원을 환송한다”고 판시했다.

정리하면 대법원은 소송 시효가 지났다며 이택돈 전 의원이 전두환 전 대통령과 이학봉 전 의원을 상대로 승소 판결했던 원심 부분도 패소 취지로 판단했다. 다만 정부가 패소한 항소심 결과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두 사람은 정부로부터는 배상금을 받게 된다.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신종철 기자 sky@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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