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재 장로(박사)소설 콩트 에세이

천사를 보내주심

성령충만땅에천국 2015. 10. 19. 15:39

천사를 보내주심 |성경 말씀 묵상

은혜 | 조회 0 |추천 0 |2015.10.19. 13:51 http://cafe.daum.net/seungjaeoh/J75F/142 

 10월의 말씀 산책


   내가 삼 남매의 아버지가 되어 초급대학에서 정규대학으로 옮길 결심을 한 것은 우리 내외의 생애에 첫 번째 중대 결단이었다. 우리 뿐 아니라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도 너무 놀라서 어떻게 하려고 그러느냐고 말리기도 하고 걱정도 하였다. 그러나 막상 우리만 태평하였다.

 

   우리가 이사하기로 결정한 날은 눈이 유난히 많이 쏟아지는 날이었다. 우리는 새벽 230분에 눈을 떴다. 새벽 555분의 차를 타기 위해 지난밤을 거의 뜬눈으로 지새웠다. 그것은 이삿짐을 다 보내버리고 남겨 둔 얇은 세 장의 담요 때문만은 아니었다. 뜨내기처럼 전혀 예상하지 않은 방법으로 이곳에 와서 또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새 생활을 시작하려고 서로 헤어지는 시간이 너무 빠르고 급했기 때문이었다. 교회에서 마지막 송별 예배를 1953113일 밤 드렸는데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라는 송별 찬송을 불러 줄 때 아내는 눈이 붓도록 울었다. 평생 그렇게 울어 본 적이 없었다고 술회하고 있다. 슬퍼서가 아니었다. 연년생으로 낳은 세 어린애, 특히 한 달도 채 안 되는 핏덩이 같은 어린애를 안고 떠날 때, 하나님께서 간 데마다 보호하시며, 위태한 일 면케 해 주신다고 불러 준 찬송이 마음에 사무쳤기 때문이었다. 4시에 일어나 전주에서의 마지막 가정예배를 드렸다. 나는 이곳에 와서 억지로 기독교인으로 연단 된 것을 감사하였고 아내는 소원이던 예수 병원에서, 그것도 내 친구까지 있는 곳에서 3남매를 출산하고 떠나게 된 것을 감사하였다. 이제 하나님께서 우리를 또 광야로 내모시는데 오! 우리의 앞길을 인도하소서이것이 우리의 기도였다. 나는 잠들어 있는 어린애들을 내려다보았다. 큰 딸은 어머님을 따라 미리 내려가 있었고 두 아들들은 깊이 잠들어 있었다. 순간 나는 악인 같고 아내는 천사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내 의지는 항상 도달할 수 없는 것을 욕망하고 있는데 아내는 외양간으로 돌아가는 암소처럼 순종의 길을 걷는 것 같아 가슴이 저리었다. 1953116일자로 아내에게 쓴 편지는 아래와 같았다

                           

  세상을 온통 흰 눈으로 뒤덮고 당신을 그곳으로 내모는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당신을 이토록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 아니고 하나님을 빙자한 내 사사로운 욕심이 아닌지 모르겠다고 스스로 자책하기도 합니다. 광야로 가는 것은 당신이나 나나 마찬가지이지만 내가 가는 곳은 내가 기뻐서 택했고 당신이 가는 곳은 순수하게 순종의 길이라고 생각할 때 괴로웠습니다. 그러나 어제 그 눈이 우리의 장래를 축복하는 서설이기를 빕니다. 송정리 역에서는 애들과 짐들을 가지고 어떻게 내렸는지 또 거기서 아버지가 계시는 시골 삼도국민학교까지는 어떻게 갈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당신을 떠나보낸 그날 나는 아주 따뜻한 봄날이 찾아 온 것을 꿈에 보았습니다. 노란 개나리들도 길가에 활짝 피어 있었는데 나는 당신을 하루만 기다리게 했어도 이렇게 따뜻한 날 갈 수 있게 했을 것을 하고 가슴 아파하다가 눈을 떴습니다. 꿈에서 깨어 하숙방에 덜렁 혼자 누워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다음은 아내의 답장이다.


주 은혜 안에 무사히 도착한 것을 감사합니다. 그날은 송정리 고모 댁에서 자고 다음날 택시로 왔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정말로 천사를 보내 주셨습니다. 한 자가 넘게 덮인 눈 때문에 길과 논을 구분할 수 없는 삼십 리를 한 택시 기사가 거절하지 않고 우리를 데려다 주었답니다. 눈보라가 치는 창밖을 바라보고 있으니 제가 혼자 여기 와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험한 날씨 속을 혼자서 애들과 함께 무사히 도착했다는 생각을 하니 막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저희들은 부모님께서 잘 돌봐 주시니 오히려 이곳이 삼 남매를 기르기 위해 예비해 둔 집 같기도 합니다. 외로운 것은 참아야겠지요. 옆에서 딸애가 지희() 말 잘 듣는다.”고 쓰라고 하더니 잠이 들었습니다.


   훗날 나는 하나님께서 천사를 보내어 내 가족을 인도해 주셨다는 것을 믿으며 주시옵소서.”하고 내 이기심만을 위해 기도했지만 하나님의 섭리가 계셔서 그분이 나를 택하시고 애들을 아름다운 시골 산천을 바라보며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을 받고 자라게 하셨다고 지금도 믿고 있다.

 

너희가 나를 택한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택하여 세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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