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예배성경 말씀 묵상
10월의 말씀 산책
나는 1960년 봄에 기전여자중‧고등학교에 교사로 취직해서 처음으로 ‘다락방’이라는 말씀 묵상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매일 첫 시간이 시작되기 전 직원 회의 때 이 책을 읽고 돌아가면서 기도를 하는 것이었다. 나는 솔직히 거기서 여러 사람 앞에서 기도하는 담력을 얻었다. 이 책자는 각 군 부대, 병원, 교도소, 연구소, 교육기관 등에 보내지는 선교지로 40여 개 국어로 번역된 세계적인 묵상집이다. 따라서 각 나라 사람들의 여러 형태의 사소한 간증 같은 것도 보게 되어 이렇게 성경묵상을 하고 있구나. 하고 깨닫게 되기도 했다. 당시 남장로교 선교사들이 소속된 모든 기관에는 이 책자로 직원들이 말씀 묵상을 하는 것 같았다. 후에 대전대학(현 한남대학)에 옮겼는데 거기서도 아침 첫 시간이 시작되기 전 교수들이 모여 이 다락방으로 아침 기도회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나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50여 년 동안을 꾸준히 이 책자로 은혜를 받고 있다.
나는 이 책자로 가정예배도 드리기 시작했는데 먼저 책에 나와 있는 성경 본문을 읽고, 기고자의 간증문을 읽은 다음 기도하고 주기도문으로 마치는 그런 순서였다. 초 신자였을 때 주인 장로님 댁에서 가정예배를 드리는 소리를 듣고 나는 그런 열심에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하루 밤은 여름이었는데 모기장을 치고 갓난애와 함께 자고 있었다. 그런데 아내는 촛불을 키고 뜨개질을 하다가 고단하여 잠들어 버렸는데 내가 눈을 떠 보니 화염이 모기장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숭늉을 떠 놓은 것이 머리맡에 있어 물을 붓고 모기장을 걷어내어 겨우 진화하였는데 하마터면 주인집에 불을 낼 뻔하였다. 너무 놀라서 정신을 가다듬자 함께 기도하였는데 그때부터 우리의 가정예배는 시작 되었다. 애들이 장성하자 부정기적이던 가정예배가 이제는 이 ‘다락방’이 우리 내외의 정기적인 가정예배의 지침서가 되었다. 나는 1994년부터 2012년까지는 7차례나 이 ‘다락방’의 필자가 된 일도 있다. 내가 옳게 말씀 묵상을 하고 있는지 검증을 받고 싶어서 보낸 원고였다. 그 뒤로 ‘다락방’은 내 사랑하는 애인처럼 더 친근해졌다. 그러나 내가 ‘다락방’을 사랑하게 된 진짜 이유는 여기에 있지 않다. 우리 부부는 둘이서 이 책자를 통해 아침예배를 드리면서 유익한 점을 한 둘 찾아낸 것이 아니다. 우리는 매일 홀수 날은 내가, 그리고 짝수 날은 아내가 ‘다락방’을 통해 기도를 하는데 아내의 기도를 들으면서 내가 아내를 더 많이 알게 된 것이다. 부부는 비밀이 없다지만 서로 말하지 못한 부분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하나님께 기도하는 그 음성을 들으며 나는 내가 평소 깨닫지 못한 아내의 놀라운 신앙의 깊이와 자녀들이나 이웃을 향해 가지고 있는 사랑의 감정을 들여다 볼 수가 있어 아내와 더 가까워짐을 느끼게 되었다. 또 살다 보면 무의식적으로 아내에게 상처를 주어서 사이가 서먹해져 사과하고 용서받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나 막상 마주 대하면 사과의 말이 나오지 않는다. 이럴 때 가정예배 시간에 하나님께 내 잘못을 회개하고 내 마음을 열어 고백하면 하나님으로부터 용서 받는 기쁨이 있다. 그 땐 내 마음이 홀가분해 지는데 아내도 말없이 나를 받아주는 것 같아 두 사람이 더 행복해 지기 때문이다. 요즘은 그보다 더한 기쁨이 있다. 나는 나이가 들자 기도하다가 애들의 이름, 병자의 이름을 잊어버리고 머뭇거릴 때가 있다. 그러면 말없이 기도하던 아내가 서슴없이 소리를 내어 그 이름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 그럴 때 나는 같은 마음을 가지고 합심해서 기도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 기도를 가르쳐주는 것이 부끄럽지 않고 오히려 기쁘다. 또 두 사람이 주님의 이름으로 기도하고 있을 때 주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는 것을 느끼는 것이다. 나는 그럴 때 이 땅에서 주님이 우리와 같이 계시는 하늘나라를 체험하는 기쁨이 솟는 것을 느낀다.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느니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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