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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 있는 인생

성령충만땅에천국 2015. 12. 7. 14:55

품위 있는 인생
공병호 박사(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KTX를 타고 목포를 거쳐서 진도를 가는 길이였습니다. 진도는 들어서자마자 아주 청결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지방자치단체를 이끄시는 분이 진도의 이미지를 ‘청결과 정리 정돈’에 중점을 두신 것 같았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면 여러 가지 상황이 벌어집니다.
그날은 바로 옆 편에 두 분이 앉아 계시는데 50대 중후반 정도 되는 부부였던것 같습니다.
서울서 출발해서 익산에서 내렸는데 오는 동안 제가 보기에도 닭살스런 부부로 표현하고 싶을 정도로 금슬이 좋아 보였습니다. 음식을 함께 나누어 드시며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잘 늙어 가는 분들이구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익산에서 두 분이 내리고 나서 그 좌석을 보니깐 그분들이 아무것도 정리를 해 놓지 않고 내리셨습니다.
먹다 남은 귤은 탁자위에 있고, 보던 신문은 구겨서 옆에 놓인것을 보고 굉장히 놀랐습니다.
그런데 그분들의 옷차림을 보면 그 정도인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있다가 앞자리의 건너편에 계신 분이 보였는데 40대 후반 정도로 사업하는 분으로 보였습니다.
그분은 대전에서 내리셨는데 컴퓨터를 하다가 내릴 때가 되자 전원도 끄고 주변을 다 정리하고 , 일어서서도 주변을 다시 한번 살피고 자기가 버려야 할 것은 다 챙겨서 내렸습니다.

저는 이 두 경우를 보면서 물론 정리를 강제할 수 있는 사람도 없고, 누가 흉을 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한 사람은 20~30초 정도 주변을 살펴서 정리하는 것이 몸에 베여 있는 거 같았습니다.
그리고 익산에서 내렸던 부부의 경우는 정리가 몸에 베여 있는거 같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사람이라는 것이 교양, 품격, 품위라는 것도 아주 사소하지만 저런 경우에도 표시가 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노무현 전대통령의 자서전에서 중요한 몇 부분이 발췌가 돼서 신문에 실렸습니다. 그 부분 가운데 제가 마음 아프게 받아들인 부분 가운데 하나가 있습니다.
격하게 표현을 잘 하시고, 글도 격정적으로 쓰시던 분이였더군요.
‘나는 교양이 없다. 크게 주위에서 보고 듣고 배운 것이 없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무척 힘들었다.’라는 글을 적어 놓으신걸 읽었습니다.
제가 그 내용을 보고 저 역시 촌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교양이라는 부분에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는 교양이라는 것이 아주 거창하거나 대단한 것이 아니고, 우리가 일상을 살면서 스스로가 품위 있고, 품격 있게 행동하고자 노력하는 것. 그것이 축적이 되면서 교양이라는 것이 생겨나는 것이라고 전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람은 스스로가 대접받을 수 있게끔 행동할 때 타인들로부터 기대하는 대접을 받을 수 있습니다.

어제 아침에 유성에서 간단한 조찬 모임이 있어서 갔습니다.
예상보다 좀 늦게 도착해서 저는 식사를 하지 못하고 강연을 하고 뒤늦게 대중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식당에는 젊은 사람 3명이 와서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식탁에서 세 명 모두가 발을 꼰 상태에서 식사를 하는 걸 봤습니다.
저는 그 광경을 보면서 그 분들은 별로 의식을 하지 못하겠고, 그것이 본인들의 선택의 자유니깐 제가 뭐라고 하지 못하겠지만 ’본인이 좀 더 교양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면 식탁에서의 예의범절도 굉장히 중요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 생활의 모든 면에서 좀 더 품위 있고 품격 있도록 스스로도 대접하고 타인에게도 대접을 받을 수 있도록 행동해 나가는 것이 교양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시골에서 태어나더라도, 크게 배움이 없더라도, 가진게 없더라도 얼마든지 교양있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힘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