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광주 촛불집회 장을 찾은 세월호 엄마들 호소
시민들 “민주정부 세워 세월호 인양하자”며 한목소리
박근혜 탄핵 인용 촉구하고 특검 격려 메시지 담은 편지
시민들 “민주정부 세워 세월호 인양하자”며 한목소리
박근혜 탄핵 인용 촉구하고 특검 격려 메시지 담은 편지
11일 저녁 광주 금남로 시국촛불대회에서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이 세월호 인양을 촉구하고 있다.
“팽목항엔 바람이 많이 붑니다.”
11일 저녁 광주광역시 금남로에서 열린 ‘제15차 박근혜 퇴진 광주시국촛불대회’ 무대에 선 세월호 미수습자 어머니3명이 안타까운 심경을 털어 놓았다. “세워놓은 배에서 소리가 많이 난다. 처음엔 무서웠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소리가 ‘엄마, 빨리 (나를) 찾아주세요. 빨리 꺼내주세요’라고 우는 소리고 들렸다.” 세월호 미수습자 조은화양의 어머니 이금희씨는 “아직도 9명이 찬 바닷속에 있다. 세월호가 인양될 수 있도록 좋은 날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호소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000일 하고도 한달여가 지나가지만 단원고 학생 조은화·허다윤·남현철·박영인, 교사 고창석·양승진, 일반인 탑승자 권재근씨와 아들 혁규·이영숙씨 등 9명의 미수습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어 미수습자 허다윤양의 어머니 박은미씨는 “세월호를 인양하는 것은 유족들에겐 가족을 찾는 일이고, 생존자들에겐 진상이 규명되는 길이며, 시민들에겐 안전한 나라가 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팽목항에서 그 바다를 바라보면서 아직도 그 안에 아이가 있다는 생각을 하면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때로는 인양을 못할까 두렵습니다. 여러분 아이들을 찾아서 집에 보내주세요.”
11일 오후 광주 금남로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을 촉구하는 내용의 촛불들이 놓여있다.
이날 촛불집회에 참여한 1만5천여 명의 시민들은 촛불을 들면서 “힘내세요”라고 외쳤다. 사회자 백금렬씨가 세월호 구호를 외치자고 제안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세월호를 인양하라!” 백씨는 “민주정부 세워서 꼭 세월호를 인양하자”며 미수습자 가족들을 위로했다. 이날 저녁 7시 시민들은 일제히 촛불을 끄고 1분동안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이들을 기리는 묵념을 올렸다.
이날 오후 6시부터 시작된 광주 촛불집회장엔 지난 주보다 10배 정도 많은 시민들이 찾았다. 사회자 백씨가 “태극기들고 설치는 ‘좀비’들 때문에 걱정돼 이렇게 많이 나오셨느냐?”고 묻자, 시민들은 “예”라고 답변했다. 정영일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상임대표는 “새누리 잔당들이 뻔뻔하게 자신들의 주장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위기상황이 오고 있다. 오는 25일 박근혜 집권 4년차가 되는 날엔 금남로를 꽉 채우자”고 호소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손학규 전 의원, 박지원 국민의 당 대표 등도 참석했다. 이날 사회자 백씨가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은 오늘 15회 촛불집회까지 모두 참석하셨다”고 소개하자, 시민들이 큰 박수를 보냈다.
촛불집회장 주변에 마련된 게시판엔 “특검 화이팅!”, “특검 힘내요”라고 적은 포스트잇들이 눈에 띄었다. 집회장 옆엔 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밥차’에서 촛불집회장을 찾은 시민들에게 김밥과 국물 등을 건넸다. 밥차엔 ‘오메~반갑소! 많이들 묵고 가시오. 글고 고맙소’라고 적혀 있었다.
광주/글·사진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11일 광주 금남로 집회장에 등장한 `시민밥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