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인단 이중환 변호사는 지난번 변론에서 최순실-고영태 불륜설을 제기하며 대통령이 고영태에게 억울하게 당했다는 인식을 드러내 재판부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불륜설은 사실 여부도 확실하지 않을뿐더러 사건의 본질과는 무관하다. 어제 국회 측 요청으로 헌재에서 공개된 고영태 녹음파일에는 “VIP(대통령)는 이 사람(최순실)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한다”는 발언이 들어 있었다. 대통령에게 불리한 녹음을 증거로 신청하겠다고 먼저 밝힌 것은 어처구니없게도 대통령 측이었다. 녹음파일의 유·불리도 따지지 않고 파일이 증거로 채택되면 검증기일이 늘어나 재판이 연장될 것이라는 점만 고려하다가 오히려 대통령을 불리하게 만들었다. 일반 사건이라면 의뢰인이 변호인을 해임할 사유다.
후대에 남을 탄핵심판은 국회 측과 대통령 측 대리인단 모두 최고의 법리와 풍부한 판례로 재판관들을 설득해야 한다. 어제 첫 변론에 나선 대리인단 이동흡 전 헌법재판관은 “권력 주변에 기생하며 호가호위하는 무리가 있었고 그들을 사전에 제거하지 못한 대통령의 잘못은 따끔히 나무라야 한다”면서도 “그런 과오가 헌법상 임기가 보장되는 대통령직에서 파면할 정도의 잘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당연한 변론이 오히려 합리적으로 들릴 정도였다. 돌발행동이나 막장 드라마를 방불케 하는 저급한 폭로로 되지도 않을 지연작전이나 펴는 것은 옳지 않다. 대통령 대리인의 변호는 격(格)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