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안나푸르나의 폭포들은 높고도 길다. 배낭보다 무거운 마음의 짐이 오래도록 미끄럼을 타고 쓸려내려간다. 그러니 그 ‘물소리가 장광설이요, 산색이 청정한 몸’이라는 소동파의 시를 어찌 실감치 않겠는가.그러나 세인에겐 무인지경이 서너날만 계속되면, 그 무엇보다 더 반가운 것이 인간의 목소리다.미국에서 막 대학을 졸업한 카터 롱과는 며칠 간격으로 가끔 만나 함께 걷다가 헤어지곤 했다. 그러나 청춘이 역시 빠르다. 그가 한 점으로 멀어져갈 때는 ‘무정한 녀석, 뒤도 안 돌아보네’라며, 가슴 한켠이 허해진다. 그러니 누군들 반갑지 않으랴. 할머니 두 분이 지나가자 삶은 감자 한 알씩을 건네주니, 안나푸르나 여신 같은 미소를 보내준다. 80살 인도인과 77살 독일인으로 친구라는 이 두 할머니는 5416미터 토롱라 고개에서 다시 만났다.
브라질에서 온 달바와 조현 기자가 걷고 있는 모습을 달바의 아들 마르코가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