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0억원대 뇌물공여와 횡령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재청구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News1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61·구속기소) 일가에 수백억대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구속 수사를 받게 됐다.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 사상 실제 구속된 첫 그룹 총수로 기록되게 됐다.서울중앙지법 한정석 영장전담판사는 16일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새롭게 구성된 범죄혐의 사실과 추가로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종합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17일 오전 5시36분쯤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 사장에 대해서는 “피의자의 지위와 권한 범위, 실질적 역할 등에 비추어 볼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이들에 대해 법리적으로 다퉈야 할 쟁점이 많았던 탓에 결과는 영장실질심사 시작 19시간을 넘겨서야 나왔다.
특검은 지난 14일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서 이 부회장에게 430억원대 뇌물공여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총 5가지 혐의를 적용했다.
재산국외도피와 범죄수익은닉은 1차 청구때에 비해 새롭게 추가된 부분이다. 특검은 삼성이 최씨의 독일 현지법인 코어스포츠에 돈을 송금하는 과정에서 금융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것에 재산국외도피 혐의를 적용했다.
또 정씨에게 여러 마리의 훈련용 말을 교대로 제공하는 과정에서 회계처리를 불분명하게 해 수익처분을 숨기려 한 것에 범죄수익은닉 혐의가 적용됐다. 특검은 1차 영장청구 때와 달리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204억원까지 횡령에 포함했다.
특히 특검은 보강수사 과정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이후에도 청와대 경제수석실이 공정거래위원회를 동원해 삼성의 주식 매각규모를 줄여주는 등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도운 것으로 파악했다. 특검은 ‘39권의 안종범 수첩’ 등 추가물증 등을 근거로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드러내 왔다.
삼성 측은 일관되게 정씨에 대한 승마지원에는 어떠한 대가성도 없었다고 의혹을 부인해 왔다. 이날 심사에서도 삼성은 박 대통령의 강요에 따른 피해자일 뿐 대가를 바라고 지원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거듭 주장했지만 이번에는 법망을 빠져나가지 못했다.
특검팀은 앞서 이 부회장의 혐의에 관한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소명 정도가 부족하다며 법원이 영장을 기각해 한차례 고배를 마셨지만, 약 3주간에 걸쳐 핵심 증거와 물증을 확보한 끝에 대가성 입증에 일단 성공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검의 공식 수사기간 종료가 오는 28일로 다가온 가운데 일단 청와대 압수수색은 무산된 상태여서 특검은 박 대통령 대면조사에 집중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