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신분으로 박영수 특검팀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19일 오전 특검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우 전 수석은 최순실씨와 일면식도없다고 강조하는 등 관련 의혹 대부분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특검팀은 직권남용과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이날 오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뉴시스]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해 19일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그에게 4가지 혐의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혐의의 주요 내용은 ▶정부 인사 불법 개입(직권남용) ▶특별감찰관실 조사방해 및 해체(특별감찰관법 위반)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방조 및 직접 관여(직무유기) ▶청문회 불출석(국회에서 증언 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이다.김재중 전 공정위 국장 좌천·퇴직 등
직권 남용해 인사 개입 집중 수사
김씨 “CJ 검찰 고발 지시 안 따랐더니
청와대 지시 내려왔다며 징계 거론
특검 “우병우가 김기춘 의중 반영해
미르내사 중단 요구했다는 진술 확보”
특검팀은 우 전 수석의 특별감찰관실 관련 혐의를 수사하면서 우 전 수석과 최순실씨의 관계를 집중 조사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감찰관실이 지난해 4월 미르재단 모금 과정 등에 대한 내사를 벌이자 우 전 수석이 이석수(54) 당시 특별감찰관에게 내사를 중지하라고 요구하면서 김기춘(78·구속)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최순실(61·구속)씨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취지로 압력을 가했다는 진술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특검팀은 최근 이 감찰관을 비공개 조사했다. 하지만 우 전 수석은 지난 18일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출두하면서 “최순실을 아직도 모른다는 입장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모른다”고 답했다.특검팀은 우 전 수석이 최씨의 전반적인 혐의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해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등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혐의 및 문체부 공무원에 대한 인사 등에도 전반적으로 연루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팀 수사 대상(특검법 제2조 9호)에 명시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재임기간 중 최순실 등의 비리행위를 감찰ㆍ예방하지 못한 직무유기 또는 비리 행위에 직접 관여한 의혹’의 정황을 확인했다는 것이다.특검팀은 우 전 수석이 문화체육관광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부처 및 기관 인사에 불법적으로 개입한 혐의도 적용했다. 김재중(56·전 공정위 시장감시국장) 한국소비자원 부원장이 산하기관으로 좌천된 뒤 퇴직하는 과정에 우 전 수석이 개입했다는 의혹도 그중 하나다. ‘찍어내기 인사’의 피해자로 분류된 김 부원장은 최근 특검팀 소환조사에서 “CJ E&M을 조사해 검찰에 고발 조치하라는 청와대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아 찍힌 것 같다. 이후 좌천된 뒤 사직서를 내야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특검팀은 김 부원장이 퇴직 강요를 받은 실질적 이유가 2014년 하반기 CJ E&M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조사를 ‘시정 명령’으로 마무리했기 때문이라고 의심하고 있다.김 부원장은 지난해 1월 공정위 서울사무소장을 끝으로 공직을 떠날 때의 상황에 대해 “김학현 당시 부위원장이 ‘청와대 지시가 내려와 어쩔 수 없이 징계를 내릴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 국장 재교육 프로그램을 받든 사표를 내든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신영선(57)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당시 사무처장)도 최근 특검팀 소환조사에서 “우병우 당시 민정비서관이 CJ에 대한 불이익 처분을 지시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김 부원장은 이 상황에 대해 “청와대에서는 CJ E&M에 대해 검찰 고발 등의 센 처벌을 원했지만 아무런 근거도 없이 그런 조치를 취할 순 없었다. 결국 시정 명령에 그치자 청와대에선 항명이라고 받아들인 것 같다”고 말했다.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는 이날 잡히지 않았다. 법원 관계자는 “법원 인사 이동 등으로 실질심사 일정이 가변적이다. 20일 오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진우·송승환 기자 dino8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