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소추 의결 일괄처리는 적법절차 위반” 논리
“국회 탄핵심판은 섞어찌개다” 등 강성 발언 잇따라
“강일원 재판관, 국회 측 수석 대리인…법관 아냐”
이정미 권한대행 “말씀 지나치다…예의 아니다”
“섞어찌개를 13개를 만들었다. 13개 탄핵사유를 하나의 큰 통에 넣었다. 섞어찌개 메뉴가 뭐냐면 탄핵의 찬반 투표라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 소속인 김평우 변호사가 탄핵소추 의결에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지적하며 탄핵은 국회 탓이라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펼쳤다.
특히 김 변호사는 이 과정에서 헌법재판소 주심인 강일원 대법관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국회 측 수석대리인”, “법관이 아니다” 등의 폭언을 해 큰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22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 대통령 탄핵심판 16차 변론에서 “탄핵은 그 사유가 하나하나가 독립된 탄핵사유가 되는 것으로 여러 사유가 모여서 탄핵사유로 되는 게 아니다”며 “13개 탄핵사유에 대해 하나씩 투표하고 3분의 2 넘은 것만 기재해 헌재에 재판해달라고 청구해야 하는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이같은 주장은 국회가 탄핵소추 사유를 일괄 처리한 문제가 있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헌법 권위자를 증인으로 신청하겠다는 의견도 밝혔다.
하지만 헌재가 2004년 고(故)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에서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힌 바 있어 받아들여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당시 헌재는 “탄핵소추 의결은 개별 사유별로 이뤄지는 것이 국회의원들의 표결권을 제대로 보장하기 위해서 바람직하다”고 전제했다.
헌재는 하지만 “우리 국회법상 이에 대한 명문 규정이 없으며 다만 제110조는 국회의장에게 표결할 안건의 제목을 선포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이라며 “이 조항에 따르면 탄핵소추안의 안건의 제목을 어떻게 잡는가에 따라 표결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 “여러 소추사유를 하나의 안건으로 표결할 것인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표결할 안건의 제목설정권을 가진 국회의장에게 달려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힌 바 있다.
김 변호사는 이어 국회의 증거조사 없이 탄핵소추가 이뤄졌다는 주장도 펼쳤다.
그는 “국회가 조사에 착수하기도 전에 신문기사와 개인적인 감정을 가지고 탄핵소추 의결한다고 하는 것은 적법절차 위반, 탄핵소추권 남용에 고의가 인정된다”며 “이건 우리 헌법의 법치주의에 위배되는 위헌적인 탄핵소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변호사는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관련해) 기업 출연금 770억원을 뇌물죄로 한 부분이 국민에게 가장 큰 충격을 준 탄핵사유”라며 “국회가 뇌물죄를 떼서 독립적인 탄핵사유로 했다면 국회의원 3분의 2가 찬성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회의원이 탄핵에 동의한 부분은 뇌물죄가 아니라 모금 과정의 위법성과 모금 목적의 위법성에 찬성했다고 본다”며 “그렇다면 찬성한 의원들의 실제 의사가 대통령이 강요죄나 직권남용 문제가 있다고 해서 찬성한 것이지 어떻게 770억원을 받았다고 찬성했다고 보느냐”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770억원과 관련해 직권남용과 강요죄는 성격이 다르다”며 “만약 탄핵이 인용된다고 하면 박 대통령은 강요, 직권남용, 뇌물죄이기 때문에 종신형을 받아야 한다는 것인데 이게 말이 되느냐”고 열변을 토했다.
이날 김 변호사는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이 준비절차에서 쟁점 정리를 한다며 2004년 탄핵심판 선례에서 (탄핵소추 사유 일괄 처리 관련해) 국회의 자유권 행사라고 판결했으니 헌재에선 판단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은 잘못됐다고도 지적했다.
발언 내내 재판부에 등을 돌리고 방청객을 바라보며 주장한 김 변호사는 동료 대리인단의 주의를 받기도 했다.
그는 또 국회 소추위원인 권성동 법제사법위원장을 상대로 “국정농단이란 뜻은 알고 썼느냐”, “비선조직은 깡패들이 쓰는 말이다”, “국회는 힘이 넘치는 데 약자는 누군가, 여자 하나다. 법관은 약자 편을 들어야 한다. 강자 편을 드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등 강도 높은 발언을 이어갔다.
이에 놀란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말씀이 지나치다. 이 법정에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