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이미 검찰과 특검의 대면 조사를 거부했고, 헌재에도 불공정을 내세워 끝내 출석하지 않았다. 그동안 질문도 받지 않는 세 차례의 대국민 담화와 기습적으로 연 신년 기자간담회, 자신에게 우호적인 인터넷TV와의 단독 회견만 했을 뿐이다. 그 어떤 사법 절차에도 응하지 않으면서 일방적 주장으로 탄핵 불복의 배수진을 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은 사실상 마지막 대국민 소명 기회나 다름없는 헌재 최후진술마저 서면으로 대신했다. 어떤 구체적인 해명도, 필요 최소한의 설명도 없었다.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이 최 씨로부터 재단 명칭과 이사진 명단, 사무실 위치까지 전달받아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에게 일일이 지시한 사실이 확인됐음에도 “제가 믿었던 사람의 잘못으로 인해 선의가 왜곡됐다”는 한마디가 전부였다. 세월호 7시간에 대해선 “개입하면 구조작업에 방해만 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평소 차명 휴대전화로 측근들과 수시로 통화한 박 대통령이 그런 위기상황에서 왜 그렇게 서면보고만 기다리고 있었는지에 대해선 아무 설명이 없었다.
대통령의 진술로 헌재의 최종변론도 끝났다. 이제 2주 뒤면 탄핵 정국의 마침표가 찍힌다. 하지만 그 2주 동안 우리 사회에는 거센 소용돌이가 몰아칠 것이다. 지난 주말에도 탄핵 찬반 진영 집회에선 각각 “기각 땐 폭동” “인용 땐 참극”이라는 협박이 난무했다. 당장 내일 3·1절에도 각각 최대 규모의 집회를 예고하고 있다. 이렇게 2주가 지나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박 대통령은 ‘정치적 희생자’로 둔갑해 사실상 정치 전면에 나서게 되는 상황도 배제하기 어렵다. 박 대통령은 “어떤 상황이 오든 혼란을 극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누구보다 먼저 헌재 결정에 깨끗이 승복하고 지지 세력의 반발도 설득하겠다고 분명히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