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문체부 간부 당시 상황 기록
박영수 “퇴직한 공무원들까지도
자료 가지고 기다리고 있었다”
특검팀에 따르면 당시 실무자들은 위원장 결재를 마치고 삼성 측에 통보된 상황에서 청와대 요구로 이를 번복하라는 지시가 내려오자 “향후 문제될 소지가 크니 정당하게 행동한 근거를 남겨 둘 필요가 있다”며 일지를 작성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수사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 공무원들의 기록이 큰 도움이 됐다. 박영수 특검은 “국·과장급 고위 공직자들뿐 아니라 그만둔 사람들도 자료를 가지고 기다리고 있었다”며 “덕분에 재판에서 사실관계 확정은 수월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의 수첩 39권도 수사의 핵심 단서가 됐다. 특검팀은 지난달 1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 부회장의 두 번째 영장실질심사에 수첩 내용에 주석을 단 서면을 만들어 이용했다. 이 수첩은 안 전 수석이 김건훈 행정관에게 폐기하라고 지시했으나 김 행정관이 청와대 내 자신의 책상 서랍에 보관해 오다 특검팀에 제출했다. 검찰이 먼저 발견한 17권의 수첩에서 설명되지 않은 빈틈들이 새로운 수첩으로 메워졌다. 김 행정관은 안 전 수석의 재판에서 “부담감을 벗고 싶어 특검에 제출했다”고 증언했다. 안 전 수석은 “추가 업무수첩에 있는 내용은 모두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담은 것”이라고 특검팀에 진술했다.
최순실씨와 박근혜 대통령의 내밀한 관계는 ‘특검 도우미’로 떠오른 장시호씨의 기억에 따라 복원됐다.
장씨는 이모 최씨가 2015년 7월부터 11월까지 사용한 태블릿PC를 제출하면서 “이모가 사용하던 암호 패턴은 ‘L자’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 태블릿PC에는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사용한 말씀자료 수정본 등이 저장돼 있었다. 장씨는 또 대통령의 차명 휴대전화 번호에 대해 “마지막 네 자리가 역삼각형 모양의 패턴이었다”며 ‘402X’를 기억해 냈다. 양재식 특검보는 “사진 찍듯 기억하는 장씨의 능력이 수사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