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직 그 말씀을 안 드렸습니다. 큰 아이가 800km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무사히 완주하고 얼마 전에 귀국을 했습니다.
여수에 도착하는 날 KTX역에 마중을 나갔는데 아이는 수염을 덥수룩하게 길렀고 살은 쪽 빠져서 부모 앞에 나타났습니다.
그 모습이 짠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대견하기도 했습니다.
아이는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떤 어려움을 만나더라도 이번 여행을 기억하면서 그 어려움들을 이겨나가게 되겠지요.
제가 또 놀랐던 것은 30일 동안 800km를 걸으면서 아이가 쓴 비용이 총 55만원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아이 말을 빌리면 정말 거지(?)같이 살았다고 합니다. 아이는 순례자의 길을 걸으면서 순례자처럼 정말로 고생을 하면서 걷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그 마음도 고마웠습니다.
이 세상은 당췌 치열해서 좀처럼 정둘 곳이 없는 세상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칭찬하기보다는 비난하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이 더 많은 세상이지요.
아이는 길을 걸으면서 사람들에게 많이 얻어먹었다고 합니다. 같은 여행객에게도 얻어먹고
현지인에게도 얻어먹었다고 합니다. 잘했다고 했습니다. 세상 살다가 간혹 누군가에게 의지한다한들 크게 부끄러운 일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 까닭은 우리 중에 누구도 남의 덕을 보지 않고 지금 자신의 자리까지 간 사람은 한 사람도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신세를 져봐야 갚을 줄도 안다고 했습니다. 내 배가 고파봐야 누군가의 배가 고픈 줄도 알고 내 마음이 아파봐야 누군가의 마음이 아픈 줄도 안다고 했습니다.
배가 고픈 줄 뻔히 알면서 “배가 고파?”하고 묻는 것은 "먹을 것 좀 줄까?"하고 묻는 것은 배고픈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요.
그렇게 묻는 사람은 틀림 없이 배가 고픈 적이 없는 사람일 것입니다.
그리고 상대가 얼마나 배가 고픈지는 자신에게 배고픈 경험이 있어봐야 그 고픔의 깊이를 안다고 할 것입니다.
그래서 세상 살다가 힘들면 혼자 앓지 말고
아프면 아프다고.. 힘들면 힘들다고.. 힘들어서 못 살겠다고.. 그렇게라도 말을 할 수 있는 우리였으면 좋겠습니다.
정이 없는 사람들은 늘 정이 없이 세상을 살아갑니다. 세상 살아보니 정말로 그러더라고요.
그런 사람들의 말에 상처 받지 말고 그런 사람들의 말에 신경을 쓰지 말고 자신의 길이 옳다고 생각되면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는 우리였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 자신을 비난하는 사람이 있으면 자신에게 이렇게 한 번 물어보세요.
“이 사람은 나에게 어떤 사람이지?”
이렇게 물어보면 그 사람은 나에게 정말로 아무 것도 아닌 존재일 때가 많습니다. 정말 소중한 사람은 절대 그렇게 말을 하지 않지요.
그 사람은 내가 아플 때 도와줄 사람도 아니고 내가 어렵다고 해도 쳐다볼 사람이 아닐 때가 많습니다.
가끔 누군가 저에게 가슴 아픈 얘기를 하거나 이상한 소리를 해서 내 마음을 흔들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저는 제 자신에게 이렇게 물어봅니다.
“이 사람은 나에게 누구지?”
그러면 대개 답이 나오지요. 저에게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이 제 인생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훈수를 두면 그 말이 고맙기는 하지만 저도 그냥 고개만 끄덕이고 맙니다.
그런 사람이 하는 말에 내가 상처를 받고 의기소침해 진다는 것은 그것이야말로 그 사람이 나에게 원했던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혹시 누군가 여러분을 비난하거든 그래서 그 말에 마음이 아프고 주저하는 것이 있거든 저의 이 말을 꼭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나에게 아무 것도 아닌 사람들의 말에 내 귀중한 운명을 함부로 맡기지 마시라는 뜻입니다. 세상 살다가 정말 중요한 말이라고 생각되는 것이니 필요한 때, 저의 이 말을 꼭 기억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고운 하루되시기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대원(大原) 박 완 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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