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 정호승 시인
개혁보다 통합에 먼저 나서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돼 달라고 요청한 정호승 시인.
그는 “지금 한반도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군사적 충돌 위험성이 높다”며 북핵 등 안보문제에 대해 불안해하는 국민의 마음을 안심시켜 달라고 했다.
장미대선은 끝났다. 문재인 대통령을 맞이하는 국민들의 심장은 뛰고 있다. 국민들의 심장 뛰는 소리가 청정한 여름 바닷가 파도소리처럼 들린다. 민주주의의 새로운 수평선 앞에서 숨통이 탁 트인다. 이제 탄핵, 국정 농단, 특검, 촛불집회, 태극기집회 등은 국민의 뇌리에서 점차 사라질 수 있게 되었다. TV를 켤 때마다 질리도록 본 탄핵 관련 구속자들의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되고 그들의 잘잘못을 듣지 않아도 된다.
그렇지만 불안한 마음 또한 없지 않다. 국민의 마음이 이념과 세대 간에 극명하게 분열됨으로써 대한민국이라는 배가 산으로 올라갈까 봐 두렵다. “대선 전보다 대선 후가 더 걱정스럽다”는 얘기를 자주 들은 탓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내 사전에 정치보복은 없다”고 말했지만 그 말을 신뢰하지 않는 국민도 다수 있다. 대통령이 끊임없이 주장해온 적폐 청산이 여와 야,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들은 그 잣대가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질 것이라고 여긴다. 국민들이 염원하는 개혁과 통합을 이루기 위해 그 개혁의 칼날이 대선에서 패배한 기득권층을 겨냥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새 대통령은 개혁보다 통합에 먼저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그래야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될 수 있고 ‘나라다운 나라, 든든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 개혁 때문에 통합이 늦어지거나 이루어지지 않아서는 안 된다. 어둡고 고통스러운 탄핵의 터널을 뚫고 열린 이 새로운 시대가 기쁨과 평화의 시대가 되기 위해서는 관용과 화해의 정치, 통합의 정치가 먼저 요구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넬슨 만델라 대통령은 백인 사회에 대한 보복과 숙청, 처벌과 응징 대신에 용서와 화해를 선택함으로써 국민 모두가 공존하는 삶을 이루었다. 만델라 대통령이 흑인과 백인으로 나뉜 남아공을 하나의 국가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날카로운 응징 때문이 아니라 너그러운 화해를 통한 통합의 정치 때문이었다.
대통령에 당선되었다는 것은 ‘권력이라는 칼자루’를 잡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국민에게 안정과 평화를 주고 국가를 보다 발전시키는 기회와 임무를 일시적으로 부여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국민과 진정으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짜인 각본대로 하는 형식적 기자회견이 아니라 자유로운 기자회견을 수시로 자주 해서 국민의 마음속에 항상 한 가족처럼 자리 잡을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이 있기 때문에 국민이 있는 게 아니라 국민이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있다는 사실을 누구나 다 알 수 있게 해주는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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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다수의 국민은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을 기뻐하고 축하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안보 문제’ 때문에 마냥 기뻐하지는 않는다. 지금 한반도의 안보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군사적 충돌 위험성이 높다고 할 수 있으므로 북핵 폐기에 대한 대통령의 명확한 태도를 원하는 국민의 마음을 애써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중심제가 존속되는 한, 대한민국 안보의 미래는 대통령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에 북핵으로부터 주어진 국민의 불안을 불식시켜 주어야 한다.
이제 문재인 대통령 시대엔 ‘블랙리스트’라는 말은 사라질 것이다. 어쩌면 청와대에서 ‘시를 읽는 대통령’의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백범 김구 선생이 애송한 옛 선사의 시 한 편을 19대 대통령 당선 선물로 드린다.
‘눈길을 걸을 때/함부로 밟지 마라/내가 걷는 이 발자국/뒷사람의 길잡이 되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