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문석)는 21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진 전 검사장에게 징역 7년과 벌금 6억원을 선고하고 추징금 5억210만원을 명령했다.
1심에서 모두 무죄로 판단됐던 ‘뇌물수수’ 혐의 중 일부가 2심에서 유죄로 판단됐지만, 논란이 된 넥슨재팬 주식 부분은 무죄로 판단돼 검찰이 요청한 130여억원의 추징금 가운데 진 전 검사장이 물게 될 추징금 규모는 5억여원에 불과하다.
◇2심, 뇌물죄 입증 핵심 ‘직무관련성-대가성’ 일부 인정
2심 재판부는 1심에서 모두 무죄로 판단한 뇌물수수 혐의 중 진 전 검사장이 친구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대표에게서 보전받은 주식 매입 대금 4억2500만원을 뇌물로 판단했다. 또 김 대표로부터 받은 제네시스 차량과 여행 경비 일부도 뇌물로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진 전 검사장과 김 대표는 검사가 되거나 사업을 하기 전부터 친하게 지내왔고 이후에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며 “직무와 관련된 유의미한 게 없고 그 발생이 확인되지 않아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 대표가 친구인 진 전 검사장에게 ‘무엇을’ 바라고 금품을 제공한 것이 아니라, 오랜 친구 사이로 으레 있었던 일이라는 진 전 검사장의 주장을 인정한 것이다.
그는 앞선 공판에서 이같은 사실을 누차 강조했다.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알고 지낸 정주는 집안이 부유했지만 늘 남들 모르게 어려운 친구를 도왔다”며 “제가 검사가 되기 전부터 어려울 때 정주의 도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2심 재판부는 그러나 검찰의 ‘보험성 뇌물’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검사라는 직무와 관련해 김 대표로부터 금전과 경제적 이익을 받았다면 비록 직무와 대가 관계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뇌물죄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두 사람은 현실적으로 뇌물을 주고받은 것이 아니라 장래의 위험성에 대비해 보장 또는 보험의 성격으로 뇌물을 주고받은 것”이라며 1심의 뇌물 혐의 무죄 판단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뇌물 수수 혐의 중 일부가 유죄로 판단되면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김 대표도 2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뇌물 공여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김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넥슨재팬 주식’ 120억 차익은 또 무죄
진 전 검사장은 2005년 넥슨 비상장 주식 1만주를 4억2500만원에 사들였다가 이듬해 이를 넥슨 측에 10억원을 받고 팔았다.
그는 이 중 8억5370만원으로 다시 넥슨 재팬 주식 8537주를 샀고, 일본 증시 상장 후인 2015년 처분해 120억원대의 시세차익을 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진 전 검사장이 100억원대 시세차익의 종잣돈으로 쓰인 넥슨 주식 매입 자금 4억2500만원을 사실상 공짜로 받았다고 봤고 2심 재판부는 이를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비상장 주식을 취득한 뒤 이를 넥슨 재팬 주식으로 전환해 얻은 120억여원의 시세 차익은 위법하지 않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넥슨 재팬 주식으로의 전환은 진 전 검사장이 넥슨 주주 지위에서 취득한 것으로 별도의 뇌물수수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주식을 취득할 때 보전받은 돈은 유죄이지만, 주식을 취득한 후 진 전 검사장의 행위까지 죄가 있다고 보진 않은 것이다.
따라서 검찰이 요청한 추징금 130억7900만원을 받아들이지 않고 재판부는 유죄로 판단된 주식 매입 보전 대금 4억2500만원과 제네시스 차량 취득 비용 3000만원, 일부 여행 경비 등을 합친 5억210만원만 추징한다고 명했다.
이 밖에 진 전 검사장이 한진그룹 내사사건을 종결하면서 처남이 운영하던 청소업체와 대한항공의 청소용역계약 체결을 주선한 혐의도 1심과 같이 유죄로 판단했다.
또 재산을 숨기기 위해 처남과 장모 명의로 금융거래한 혐의는 1심에서 모두 유죄를 받았지만 2심에서는 처남 명의 계좌 사용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했다.
(서울=뉴스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