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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 재배당·밤샘·깜짝 증인…이재용 재판 160일의 기록 / 한겨레

성령충만땅에천국 2017. 8. 7. 16:21

2번 재배당·밤샘·깜짝 증인…이재용 재판 160일의 기록

등록 :2017-08-07 14:15수정 :2017-08-07 14:4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결심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결심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 사건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고질적인 정경유착 범죄로, 이 고리를 끊지 않으면 국민이 원하는 경제성장도, 선진국 진입도 어려울 것이다.” (박영수 특별검사)

“대가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이재용 승계작업’이란 가공의 틀이 급조된 것이다.” (이 부회장 변호인)

7일 마무리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임직원 5명에 대한 ‘뇌물’ 재판에선 ‘고질적 정경유착’이란 특검팀 주장과 ‘급조된 거짓말’이라는 이 부회장 쪽 주장이 160일 동안 격하게 충돌했다. 삼성에서 미르·케이스포츠재단, 동계스포츠영재센터와 정유라씨 지원 명목으로 최순실씨에 건넨 433억원이 뇌물인지 가늠하기 위해 재판만 53차례 열렸다. 밤샘재판, 연일증언 등 기존 재판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기록들도 나날이 쌓였다.

‘세기의 재판’에 쏠린 눈을 증명하듯, 법원은 배당부터 몸살을 앓았다. 사건은 애초 형사21부(재판장 조의연)에서 맡기로 했지만, 이 부회장의 첫 구속영장을 기각한 조 부장판사가 재배당을 요청해 형사33부(재판장 이영훈)로 옮겨갔다. 이번엔 가족력이 문제가 됐다. 이 부장판사 장인이 과거 정수장학회 이사를 맡았던 것이 드러나면서 사건은 두 번째 재배당을 거쳐 형사27부(재판장 김진동)에 종착했다. 이 부회장이 실제 법정에 선 것은 기소 38일 뒤인 4월7일이었다.

서울중앙지검에서 규모가 가장 큰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재판을 받던 이 부회장은 전직 대통령의 등장과 함께 자리를 비켜줬다. 5월 초순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이 시작되면서 재판날짜가 겹치는 날엔 이 부회장 재판은 중법정이나 소법정으로 옮겨갔다. 종종 대법정에서 재판이 진행되기도 했는데, 주로 밤샘재판이 열릴 때였다. 박 전 대통령 재판이 일과시간 중 끝나면, ‘개정중’ 알림등이 켜진 대법정이 이 부회장 등을 맞았다.

재판은 밤낮없이 계속됐다. 최씨와 삼성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한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뒤 순환출자고리 관련 삼성과 청와대의 압력이 미쳤다는 의혹이 나온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들이 증언대에 설 땐 특검팀과 삼성 변호인들이 새벽까지 주·반대신문을 반복했다. 이 부회장과 단독면담 뒤 박 전 대통령 지시사항을 수첩에 기록해 정황증거를 남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증언은 지난달 4~5일 이틀에 걸쳐 진행되기도 했다.

지난달 12일엔 정유라씨가 ‘깜짝 손님’으로 나왔다. 정씨는 불출석사유서를 냈다가 돌연 나와 “엄마(최순실씨)가 ‘삼성에서 말을 바꾸라고 한다’고 했는데 (삼성이 말 교체를) 어떻게 모를 수 있는지 더 의문이다”, “삼성이 사준 말을 내 말이라고 생각했다”며 정씨에게 말을 사준 게 아니라 빌려줬다고 주장해온 이 부회장 쪽에 불리할 수 있는 발언을 잇달아 내놨다.

반면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이들은 입을 닫거나 모습을 비추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3번의 증인 채택과 2번의 구인장에도 불구하고 건강상 이유를 들며 끝내 출석을 거부했다. 최순실씨는 지난달 26일 나와 “자진출석”을 강조했지만 “특검팀이 딸을 데리고 가서 증인신문을 강행한 것은 제2의 장시호를 만들기 위한 수법”이라며 특검을 비난하는 주장만 폈고, 정작 자신에게 돌아오는 질문에 대한 증언은 거부했다.

정유라씨에 이어 공방에 불길을 지핀 것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었다. 교수 시절 ‘삼성저격수’로 불렸던 그는 지난 14일 증인으로 나와 “미전실은 구태의연한 커튼 뒤의 조직”, “지금대로라면 이 부회장은 존경받는 최고경영자(CEO)가 될 수 없다”는 ‘독설’을 남겼다. 이에 응수하듯 삼성 쪽은 사흘 뒤 ‘엘리엇 저격수’로 불리는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를 증언대에 세우고 “삼성합병은 국익 차원에서 올바른 판단이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이끌어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캐비닛에서 발견된 ‘삼성경영권 승계 지원’ 문건 여파도 미쳤다. 자필 메모 작성자인 이영상 검사(전 민정수석실 행정관)이 지난달 25일 증언대에 서서 “2014년 7~9월 우병우 당시 민정비서관으로부터 삼성에 대해 검토해보란 지시를 받았고, 그가 메모 기조를 결정했다. 다만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됐는지는 모르겠다”고 증언했다.

재판의 열기는 방청청석으로도 번졌다.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사장, 이수형 전 기획팀장 등 ‘삼성맨’들은 방청석을 지키며 총수의 안녕을 확인했다. 이르면 오전 10시 열리는 재판 방청권을 확보하기 위해 새벽 6~7시께부터 법정 출입구 앞에서 가방 등을 활용해 대기하는 시민들도 줄을 이었다. 7일 결심을 앞두곤 삼성직업병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반올림’ 활동가 등이 전날 오전부터 서울중앙지법 정문 앞에서 자리 확보에 나서며 장사진을 이뤘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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