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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 박완규

성령충만땅에천국 2017. 8. 14. 14:08

중앙선...

                        보낸사람

박완규 <pawg3000@naver.com> 보낸날짜 : 17.08.11 14:41                

   



 

 


 



 


 

중앙선...


  


 


도로에 보면 중앙선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차를 운전하고 갈 때 절대로 넘지 말아야 할 선입니다. 차들은 이 중앙선을 넘지 않은 선에서 마음껏(?) 달리고 좌우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것은 자동차 운전자가 지켜야 할 원칙이고 규칙입니다.


그런데 차가 중앙선을 넘게 되면 대단히 위험한 일이 생깁니다. 그 중앙선을 내가 넘어가 상대를 해칠 때가 있고, 상대가 넘어와서 나를 해칠 때가 있습니다. 이랬든 저랬든 그러한 경우는 대개가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상대차가 절대로 중앙선을 넘어오지 않을 것이라 믿으며 운전을 하기 때문입니다. 운전을 하면서 상대방에서 오는 차가 언제 중앙선을 넘어올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운전을 하면 불안해서 우리가 어떻게 운전을 할 수 있겠습니까.


자동차뿐만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중앙선이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부부사이에도, 친구 사이에도, 동료 사이에도 이러한 선은 있게 마련입니다.


우리 사회가 그나마 안전하고 사람과의 관계가 편안한 까닭은 각자가 중앙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마음껏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누군가 그 선을 넘게 되면 그때부터 불편한 관계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좋았던 관계가 멀어지고 만남을 피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누군가와 관계가 시작되면 내가 넘지 말아야 할 중앙선이 어디인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 선을 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지켜야 하는 것입니다.


직장과 같이 상하관계가 분명한 곳에서도 그렇고 여타 인간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그렇습니다. 중앙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서로는 마음껏 움직이되 절대 그 중앙선을 넘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그것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서로가 암묵적으로 지켜야 할 예의이고 기본인 것입니다. 아무리 친하다고 해서 함부로 넘나들어서는 절대 안 되는 것입니다. 사람관계를 잘 못 맺는 사람은 대부분 이 중앙선을 쉽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도로 위에서 교통질서를 잘 지켜야 안전한 운전이 되는 것처럼, 사람과의 관계 안에서도 지킬 것은 마땅히 지켜야 안전운정이 되는 것입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그 중앙선을 정하는 것은 내 기준이 아니라 상대방의 기준이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우리 부부는 올해로 결혼한 지 26년째입니다.


지금은 거의 부부싸움할 일이 없습니다. 하지만 신혼 초에는 우리도 징그럽게(?) 싸웠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많이 싸웠습니다. ‘왜 그랬을까?’하고 지금 생각해 보면 두 가지 이유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나는 서로에 대한 정보의 부족이 이유였습니다. 저는 아무 생각도 없이 말을 했는데 아내는 그 말에 상처를 받을 때가 있었고, 아내는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을 했는데 저는 그 행동에 마음이 상할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같은 말을 하고 같은 행동을 해도 서로 상처를 받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배우자가 그렇게 말하고 행동하는 사전 정보를 서로가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전에 충분히 대화를 해서 배우자의 말이나 행동에 깔려 있는 의도를 내가 알기 때문입니다.


요즘 제가 아내에게 가장 많이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당신도 그렇고 나도 그렇게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너무 많기 때문에 우리 둘이는 절대로 내부에서 에너지 낭비를 하면 안 된다.”는 부탁입니다.


이 말인 즉슨 우리가 의견이 서로 다르다고 해서 부부싸움을 한다거나 서로의 신경을 건드리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는 당부였습니다. 아무리 가까운 부부사이지만 내부에서 에너지를 낭비하면 밖에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기 때입니다.


부부만 그러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조직에서도 그렇고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그렇습니다. 내부에서 에너지를 낭비하면 밖에서 제대로 된 활동을 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가화만사성이라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은 아닐 것입니다. 큰일을 하려면 가장 먼저 주변이 편안해야 하는 것입니다.


어제는 가까운 친구들과 만나서 우리만이라도 내부에서 에너지 낭비를 절대 하지 말자고 신신 당부를 했습니다. 우리가 할 일이 너무 많으니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고 힘이 되어야지 서로가 내부에서 기운을 뺏는 사람이 되지 말자는 당부를 했던 것입니다.


부족한 사람들이 모여서 제한된 능력으로 큰일을 도모해야 하기 때문에 가진 역량을 외부를 향해 사용해야지 내부에서 소비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부부가 오래 살다보면 서로 닮아간다고 합니다.


오랫동안 살을 비비고 살면서 배우자의 말하는 어투나 얼굴 표정 등을 보며 서로 은연중에 배우고 닮아가기 때문입니다.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 우리 동네에 말을 더듬는 아이가 한 명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를 유독 놀리는 또 한 명의 아이가 있었는데 말을 더듬는 친구가 말을 더듬을 때면 어김없이 그 말을 그대로 흉내 내면서 그 아이를 놀리는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지금 그렇게 친구 말을 흉내 내던 친구가 지금 말을 더듬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닮는다는 것은 이렇게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닮기 마련입니다. 특히 가족관계에서는 말이나 외모만 닮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마음 씀씀이까지도 닮아갑니다. 세월이 갈수록 자녀나 배우자는 부모나 배우자의 가치관이나 성격을 그대로 빼닮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어떤 쪽으로 닮아 가느냐 하는 것입니다. 서로 좋은 쪽으로 닮아 가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나쁜 쪽으로 닮아가는 경우도 없지 않기 때문입니다.


흥부전을 보면 놀부와 놀부 마누라의 심보가 똑같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두 사람이 그렇게 똑같이 고약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누가 먼저 나빴는지는 모르겠지만, 한쪽이 나쁜 쪽을 닮아가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이 이야기가 단순히 지어낸 말이라고 쉽게 생각하면 안 되는 것입니다.


남편이 독하면 아내도 독하고 아내가 독하면 남편도 독한 경우를 우리는 너무나 많이 봐왔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한 쪽이 '경우 없는 사람'이라면 그 배우자도 대개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부부는 동체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반대로 착한 방향으로 닮아가는 부부도 많습니다. 결혼 전에는 봉사나 나눔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결혼 후에 부부가 함께 사회봉사를 하고 어려운 이웃을 돌보고 기부를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서로를 닮아가는 것은 부부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통해서 우리는 서로 닮아가는 것입니다. 말을 더듬는 친구를 흉내 내던 친구가 결국은 말더듬이가 된 것처럼 나쁜 사람을 자주 흉내하면 나도 모르게 나쁜 생각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을 만나더라도 나쁜 쪽을 닮는 것이 아니라 좋은 쪽을 닮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상대의 나쁜 점을 크게 만들지 말고 좋은 점을 크게 만들어야 합니다.


세상이 각박하다 보니 옳고 그름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납니다. 넘지 말아야 할 중앙선을 너무나 쉽게 넘나드는 사람도 늘어납니다. 그리고 먹고 산다는 이유만으로 옳고 그름에 대한 잣대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사람도 늘어납니다.


그러다보니 세상에 악이 판을 치고 그 악에 상처를 받는 사람도 늘어납니다. 악한 사람은 좀처럼 상처를 받지 않습니다. 뻔뻔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선한 사람은 상처를 받습니다. 그런데 세상은 악한 사람들이 주도권을 쥐고 산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세상이 바로 서기 위해서는 선한 사람이 영향력을 발휘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그 선한 영향력으로 인해 세상 사람들 또한 좋은 쪽으로 닮아가려고 노력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랬든 저랬든 그 시작은 '남'에게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절대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오늘이 말복입니다. 이제 열흘 후면 처서입니다. 그러면 올 여름도 끝입니다. 마지막 가는 더위를 아쉬워하며 잘 보듬는 오늘이 되시기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대원(大原)
박 완 규 올림




 

 오늘 사진은 박곡희 작가님이

임실 옥정호에서 담아온 아침 일출 장면입니다.


작가님은 이 사진을 담기 위해 여자 몸으로

꼭두 새벽부터 이 산을 올랐을 것입니다.

사진 가득 땀내음이 묻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