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고등법원이 금호타이어 노조원 4명이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에서 18일 ‘신의칙(信義則)’을 적용해 회사의 손을 들어주었다. 법리(法理) 측면에서는 물론 노사관계의 실질에 비춰봐도 공감할 만한 합리적 판결이다. 법원은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면 노사 어느 쪽에도 도움되지 않는다”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신의칙은, 대법원이 2013년 갑을오토텍 소송에서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을 갖춘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면서도 확대 청구를 제한하는 법리로 제시했다.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노사가 합의했거나,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불러올 경우에 해당된다. 광주고법 판결도 맥락이 같다.
대다수 국내 기업의 임금협상은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것을 전제로 진행돼왔다. 통상임금은 연월차·연장근로·휴일수당 등 법정수당의 기준이 되고, 퇴직금에도 영향을 미친다. 부담이 증폭되는 기본급 인상을 피하려는 회사와, 그해 임금 총액을 늘리려는 노조 지도부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그러고도 이제 와서 통상임금 명목으로 수천만 원씩을 받아가는 건 노사 신뢰를 저버린 불로소득일 뿐이다. 더구나 통상임금 폭탄을 맞게 된 기업이 휘청거리면 근로자의 고용 불안으로 이어질 것이다.
금호타이어 2심 판결은 동시다발로 진행 중인 통상임금 소송의 최근 기류를 반영한다. 법원은 아시아나항공·현대중공업 등의 소송에서도 1심에선 신의칙을 배제했다가 2심에서는 인정하는 쪽으로 뒤집는 등 점차 폭넓게 수용하는 분위기다. 곧 기아자동차 1심 판결이 예정돼 있다. 기아차가 패소하면 일시 부담액만 3조 원을 넘어 당장 적자기업으로 전락한다. 그러잖아도 국내 자동차산업은 사드 보복·파업·한미 FTA 개정·한국GM 철수설·최저임금 인상 등 5중고(苦)로 벼랑 끝에 선 처지다. 통상임금 파고까지 닥치면 한국을 떠나겠다는 자동차 업계다. 노사 상생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