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군 작성 기록물 첫 발견…소총 49만발·수류탄 194발 등 무차별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이 시민들을 향해 51만발이 넘는 각종 실탄을 사용했다는 군 기록문서가 처음 발견됐다. 계엄군은 M16 소총 외에도 기관총과 수류탄, 헬기기관총 실탄 등 최소한 11개 이상의 무기를 사용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경향신문이 27일 5·18민주화운동 당시 군이 작성한 ‘광주사태 시 계엄군 실탄사용 현황’을 확인한 결과 군은 당시 51만2626발의 각종 실탄을 사용했다. 5·18 당시 작성돼 국군 기무사령부에 보관돼 있는 이 자료에는 계엄군이 사용한 무기와 실제 사용한 실탄 수량이 기록돼 있다. 계엄군은 소화기(M16) 실탄 49만7962발을 사용했고 권총 실탄 2754발을 썼다.
살상 범위가 넓은 수류탄 등도 무차별적으로 사용됐다. 발사한 기관총 실탄은 1만759발에 달했고, 사용된 수류탄은 194발로 적혀 있다. 군은 ‘실탄 및 수류탄의 80%는 특전사(공수부대)에서 사용했다’고 기록했다. 공수부대가 별도로 작성한 ‘진압과정 사용 실탄량’ 문서에도 어떤 무기를 얼마만큼 사용했는지 나와 있다.
공수부대는 M16 소총 외에 중화기인 기관총 2종류를 동원했다. M60 기관총이 4925발을 쐈고, CAL50 기관총도 2253발을 소모했다. 이 자료에는 전차·장갑차 등을 공격하는 1회용 대전차로켓탄인 ‘66㎜ 로우’ 50발을 실제로 쐈고, TNT 폭약도 1200㎏ 사용한 것으로 돼 있다.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의 상급부대인 전투병과교육사령부(전교사)가 작성한 ‘탄약 기재’ 문건에서도 항공대에 ‘20㎜ 벌컨’ 실탄을 지급했다는 기록이 확인됐다.
당시 50만발이 넘는 실탄을 사용한 것을 두고 군 내부에서 ‘과다 소모’라는 지적이 나왔다는 내용도 있다. 광주에 계엄군으로 투입된 각급 부대를 지휘했던 전교사가 5·18 직후인 1980년 9월 발행한 ‘광주소요사태 교훈집’에는 ‘실탄의 과다 소모’를 지적하며 “작전기간 중(7일간) 1인당 평균 59발을 소모했다”고 분석했다. 당시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은 1만명 정도다. 5·18 당시 총상으로 인한 사망자는 128명, 부상자는 364명이다.
정수만 전 5·18유족회장은 “당시 광주에는 25개가 넘는 각급 부대가 무장하고 진압작전을 펴고 있었다. 엄청난 양의 실탄을 나눠주고 이를 시민에게 사용한 경위를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