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말아요, 그대...
희망찬 하루가 밝았습니다. 요즘은 가던 길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는 날이 많습니다. 앞만 보고 가기도 바쁜 세상인데 뒤가 자꾸 돌아봐집니다. 아마도 나이를 먹어가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동안 제가 살면서 가장 행복했을 때가 언제였을까? 생각해 봅니다.
참 많았습니다. 생각만 해도 입꼬리가 올라가는 일이 참 많았습니다. 그런데 저에게 있어 가장 행복했을 때는 아무리 생각해도 조용히 책을 읽고 글을 쓰고 혼자 생각에 잠겼다가 배시시 웃고... 그러했을 때가 가장 행복했던 시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일이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소망이었습니다. 그 당연한 것이 저에게 지금 소망이 된 까닭은 책을 읽고 싶은데 책을 읽을 시간이 없고, 글을 쓰고 싶은데 글을 쓸 시간이 없다보니 그러한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루치의 땀방울이 나중에 하루치의 빵이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이 말이 젊었을 때만 유효한 말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나이를 먹고도 이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는 요즘입니다.
최근 두어 달 사이에 몸무게가 6kg이나 빠졌습니다. 그만큼 일이 많았고 많이 뛰어다녔다는 의미입니다. 옛날 생각이 납니다. 11년 전에 제가 신문사를 창간했을 때도 이랬습니다. 그때도 멋모르고 시작했다가 혼이 많이 났었습니다.
그런데 그때도 이왕 시작을 했으니 이겨내야 했습니다. 그래서 죽을둥살둥 10여년의 세월을 보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저에게는 저의 사생활도 없었고 가정도 없었습니다. 오직 일만 있었고 하루 18시간씩 일에 매달려야 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서 그래야 했습니다. 그렇게 버텼더니 겨우 길이 보였습니다. 그 덕분에 험한(?) 그 바닥에서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의 '저'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제가 또 10년 전의 그 때와 똑같은 삶을 살고 있습니다. 산 하나를 넘고 나면 또 하나의 산이 나옵니다. 열심히 그 산을 넘고 나면 또 하나의 산이 다시 나오고 있는 요즘입니다. 하루하루가 마치 얽힌 실타래를 풀어나가는 느낌입니다.
그렇지만 제가 힘들어도 크게 걱정을 하지 않는 까닭은 지금까지 더 험한 세상도 살았는데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자신감 때문입니다. 지금은 비록 정신없이 힘들지만 한두 달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독수리가 바람을 타고 날듯 멋있는 비행을 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