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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열혈팬 40년…1112쪽 ‘베개책’으로 결실 / 한겨레

성령충만땅에천국 2017. 10. 31. 06:05

비틀즈열혈팬 401112베개책으로 결실

등록 :2017-10-30 04:59수정 :2017-10-30 08:43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비틀즈 전곡 해설집낸 회사원 한경식씨

282곡 가사부터 녹음 때 ·장소까지
흔한 사진 한장 없이 깨알 정보 빼곡
고교때부터 듣고 또 듣고
관련 원서자료 하나둘씩 사들여
회사 출근 전 매일 새벽 3시간씩 집필

비틀즈 전곡 해설집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펴낸 한경식씨가 25일 오후 서울 동교동 안나푸르나 출판사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비틀즈 전곡 해설집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펴낸 한경식씨가 25일 오후 서울 동교동 안나푸르나 출판사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누군가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비틀즈 전곡 해설집>을 두고 일본에서도 이런 책은 찾을 수 없다는 말을 했다. 기록이란 측면에서 일본은 굉장한 나라다. 음악 역시 마찬가지다. 비틀스만을 한정해도 일본에는 수많은 관련 서적이 나와 있고 깨알 같은 정보가 다 기록돼 있다. 그런 일본에서도 찾을 수 없는 책이라니, 하지만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를 읽고 나면 그 말에 수긍할 수밖에 없다. 비틀즈 전곡 해설집이라는 부제처럼 비틀스가 그동안 발표한 정규 앨범에 담긴 213곡과 그밖에 라이브 앨범 등에 담긴 69곡을 더한 282곡에 대한 정보가 모두 담겨 있다. 글쓴이 한경식(55)씨를 만나 비틀스 인생을 들었다.

■ 1112 모두 1112쪽이다. 웬만한 책의 세 배 두께다. 그 흔한 사진 한 장 없이 오직 작은 글자만이 빼곡하게 담겨 있다. 282곡 각각의 가사 번역부터 정보, 녹음 시기, 장소까지를 모두 기록했다. 동인천에 살았던 한씨는 종로서적에 가서 원서를 주문하고 언제 올지도 모르는 책을 기다려야 했다. 그렇게 구한 원서를 가지고 비틀스에 대한 정보를 하나씩 얻어갔다.

■ 40 1977년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비틀스를 만났다. 올해로 꼭 40년이 됐다. 레코드 가게에서 카세트테이프를 하나 사서 반복해 듣고 또 들었다. 말로 설명하기가 어려운데 초창기 노래를 듣게 되면 밝은데 그걸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중후반기 노래도 또 그대로 좋아요. 누군가 비틀스 노래 가운데 제일 싫어하는 노래가 뭐냐 물으면 그건 싫어하는 게 아니고 213번째로 좋아하는 노래다라고 말했다는데 저도 마찬가지예요. 모든 노래가 좋아요.

비틀스에 점점 빠져들면서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왠진 모르겠지만 나이 마흔이 되면 아무것도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40대가 되기 전에 뭔가 하나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집필에 매달렸다. 20대에 막연히 생각했던 일을 10년이 넘어서 실행에 옮겼다.

■ 2555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2001년에 나온 <더 비틀즈 콜렉션>의 개정판이다. <더 비틀즈 콜렉션>을 내는 데 5, 다시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를 내는 데 2년이라는 시간을 들였다. 7년간 2555일 동안 그는 비틀스를 파고들어 자료를 모으고 글을 썼다. 전업 필자도 아니었고 회사원이었던 그는 새벽에 일어나 3시간씩 글을 썼다. 새벽에 글을 못 쓴 날은 점심시간에 20분씩이라도 짬을 내어 글을 쓰려 했다. 음악평론가 강헌은 한 사람이 평생을 두고 한 가지 테마를 탐닉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장엄한 일이라 추천사를 썼는데 책에 담긴 압도적인 성실함과 내용을 보고 나면 동의할 수밖에 없다.

폴 매카트니, 러버 솔, 인 마이 라이프 네 명의 멤버 가운데 폴 매카트니를, 13장의 정규 앨범 가운데 <러버 솔>, 282곡의 노래 가운데 인 마이 라이프를 가장 좋아한다고 꼽았다. 음악적으로 가장 극찬받는 <화이트> 앨범이나 <서전 페퍼스 론리 하츠 클럽 밴드> 같은 앨범 대신 <러버 솔>과 그 안에 담긴 인 마이 라이프를 고른 건 의외였다. 한국에서 비틀스에 대해 가장 많이 아는 전문가의 대답은 간단했다. <러버 솔>에 있는 노래인데 그냥 들으면 편안해요. 제가 쉬운 노래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김학선 객원기자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culture/music/816561.html#csidxca658e01ece4627be7798e945d4c5d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