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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홍준표 진술 번복 녹취록’, 진실이 뭔지 밝혀야

성령충만땅에천국 2017. 10. 31. 06:23

[한겨레 사설] ‘홍준표 진술 번복 녹취록’, 진실이 뭔지 밝혀야

등록 :2017-10-29 18:31수정 :2017-10-29 18:59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친박 핵심인 서청원 의원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진술 번복 녹취록’ 공방이 새로운 차원으로 접어들고 있다. 서 의원의 ‘협조 요청’ 폭로에 이어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은 ‘진술 번복을 요청한 객관적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우택 원내대표도 홍 대표 재판에 미칠 영향을 거론하며 “당 차원의 진상 파악을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전·현직 당대표가 세력 패권을 놓고 펼치는 ‘꼴불견 진흙탕 집안싸움’을 넘어선 문제로 비화했다. 관련 자료를 낱낱이 공개하고 한 점 의혹이 없도록 해야 한다.

서청원 의원(왼쪽)은 ‘성완종 리스트’1억 수수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로부터 ‘협조 요청’을 받았다고 폭로하며 관련 녹취록의 존재를 암시했다.
서청원 의원(왼쪽)은 ‘성완종 리스트’1억 수수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로부터 ‘협조 요청’을 받았다고 폭로하며 관련 녹취록의 존재를 암시했다.


무엇보다 문제를 제기한 서 의원이 먼저 녹취록을 공개하고 사실관계를 가감 없이 밝히는 게 순서다. ‘성완종 리스트’에 올라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홍 대표한테서 서 의원이 받았다는 ‘협조 요청’의 내용이 뭔지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홍 대표도 “어떤 녹취록인지 한번 공개해보라”고 했으니 서 의원은 더 머뭇거릴 이유가 없지 않은가. 만약 모락모락 연기만 피우다 끝내 덮으려 한다면 ‘정치 흥정’을 위해 추한 뒷거래를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홍 대표는 “전화로 ‘왜 나를 엮어 들어가느냐, 자제시켜라’라고 말한 게 전부”라고 주장한다. 피의자가 펼친 자구 노력의 일환이라는 해명이다. 하지만 이용주 의원은 “단순한 협조 요청이 아니라 항소심에서 진술을 번복해달라고 한 것”이라고 국정감사장에서 말했다. ‘항소심 진술 번복’을 요청한 게 사실이라면 ‘위증교사’에 해당할 수도 있어 다른 차원의 문제가 된다. 홍 대표는 “그런 거짓 폭로를 하면 천벌받을 것”이라며 이 의원 주장을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이런데도 이용주 의원이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계속 침묵한다면 ‘우스운 사람’이 되고 말 것이다.

뇌물 사건에서는 돈을 줬다는 사람의 진술이 핵심 증거일 수밖에 없다.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던 홍 대표는 항소심에서 뇌물 공여자의 진술 일관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뇌물 공여자의 진술과 관련해 ‘진술 번복’ 또는 ‘협조 요청’이 있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만약 녹취록이 공개되면 그 내용에 따라 홍 대표의 대법원 판결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있다. 제1야당 대표의 거취와 관련된 중대한 문제인 만큼, 단순한 ‘당내 세력 싸움’으로 치부해 쉬쉬하거나 흐지부지 넘길 사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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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816532.html#csidxe3be8997a060de99d2f769879c8e1f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