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친박 핵심인 서청원 의원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진술 번복 녹취록’ 공방이 새로운 차원으로 접어들고 있다. 서 의원의 ‘협조 요청’ 폭로에 이어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은 ‘진술 번복을 요청한 객관적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우택 원내대표도 홍 대표 재판에 미칠 영향을 거론하며 “당 차원의 진상 파악을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전·현직 당대표가 세력 패권을 놓고 펼치는 ‘꼴불견 진흙탕 집안싸움’을 넘어선 문제로 비화했다. 관련 자료를 낱낱이 공개하고 한 점 의혹이 없도록 해야 한다.
서청원 의원(왼쪽)은 ‘성완종 리스트’1억 수수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로부터 ‘협조 요청’을 받았다고 폭로하며 관련 녹취록의 존재를 암시했다.
무엇보다 문제를 제기한 서 의원이 먼저 녹취록을 공개하고 사실관계를 가감 없이 밝히는 게 순서다. ‘성완종 리스트’에 올라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홍 대표한테서 서 의원이 받았다는 ‘협조 요청’의 내용이 뭔지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홍 대표도 “어떤 녹취록인지 한번 공개해보라”고 했으니 서 의원은 더 머뭇거릴 이유가 없지 않은가. 만약 모락모락 연기만 피우다 끝내 덮으려 한다면 ‘정치 흥정’을 위해 추한 뒷거래를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홍 대표는 “전화로 ‘왜 나를 엮어 들어가느냐, 자제시켜라’라고 말한 게 전부”라고 주장한다. 피의자가 펼친 자구 노력의 일환이라는 해명이다. 하지만 이용주 의원은 “단순한 협조 요청이 아니라 항소심에서 진술을 번복해달라고 한 것”이라고 국정감사장에서 말했다. ‘항소심 진술 번복’을 요청한 게 사실이라면 ‘위증교사’에 해당할 수도 있어 다른 차원의 문제가 된다. 홍 대표는 “그런 거짓 폭로를 하면 천벌받을 것”이라며 이 의원 주장을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이런데도 이용주 의원이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계속 침묵한다면 ‘우스운 사람’이 되고 말 것이다.
뇌물 사건에서는 돈을 줬다는 사람의 진술이 핵심 증거일 수밖에 없다.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던 홍 대표는 항소심에서 뇌물 공여자의 진술 일관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뇌물 공여자의 진술과 관련해 ‘진술 번복’ 또는 ‘협조 요청’이 있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만약 녹취록이 공개되면 그 내용에 따라 홍 대표의 대법원 판결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있다. 제1야당 대표의 거취와 관련된 중대한 문제인 만큼, 단순한 ‘당내 세력 싸움’으로 치부해 쉬쉬하거나 흐지부지 넘길 사안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