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간 집권한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의 통치가 군부 쿠데타로 끝나가면서 이웃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과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 흑인 지도자였던 둘은 같으면서도 매우 다른 삶을 살았다.
만델라는 1918년생, 무가베는 1924년생으로 둘 다 식민지 시절 태어났다. 둘은 남아공 포트헤어대학을 다녔고, 만델라는 변호사, 무가베는 교사로서 소수의 흑인 엘리트에 속했다. 둘은 각각 백인정권에 맞서다, 만델라는 27년간, 무가베는 11년간 투옥됐다. 두 사람이 백인정권을 끝내고 각각 초대 흑인 대통령에 선출된 점도 같다.
둘의 궤적이 달라진 건 집권 후였다. 무가베는 1980년 집권한 뒤에도 철권을 휘둘렀다. 집권 초기 흑인 라이벌들을 짓밟아 2만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만델라는 1990년 석방된 뒤 4년간 백인들과 협상해 인종차별정책을 종식시켰다. 1994년 대통령이 된 뒤 첫 임기 5년만 채우고 물러났다. 헌법상 5년의 재임이 가능했다.
무가베는 한번 잡은 권력을 절대 놓지 않았고, 만델라는 스스로 내려놓은 게 결정적 차이였다. 지도자의 행보에 따라 나라의 운명도 갈렸다. 짐바브웨는 애초 경제가 번영하고 교육이 잘된 아프리카 나라였다. 무가베는 때때로 만델라가 백인의 경제적 지배를 끝내는 데 관심이 없었다고 비난했다. 그는 2000년대 초반 백인 땅을 빼앗는 토지개혁을 밀어붙였지만, 이로 인해 경제가 결딴났다. 무가베의 장기집권을 거치며 짐바브웨는 빈곤에 허덕이는 독재국가로 전락했다.
만델라의 남아공은 1994년 이래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집권하면서 지도층의 부패와 사회적 불평등이 문제되고 있지만, 그래도 헌법이 작동하는 자유민주 국가로 남아 있다. 만델라가 선, 무가베가 악이라 잘라 말할 순 없지만, 두 나라의 현실은 지도자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백기철 논설위원 kcbae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