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차장 취임 직전 청와대 거치지않고 직거래로 바뀌어
‘문화계 블랙리스트’ 보고서 수차례 받은 사실 확인
검찰, 26일 소환…‘우병우에 비선보고’ 등도 집중 추궁
‘문화계 블랙리스트’ 보고서 수차례 받은 사실 확인
검찰, 26일 소환…‘우병우에 비선보고’ 등도 집중 추궁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불법사찰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최윤수 전 국정원 2차장이 26일 오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최윤수 전 국가정보원 2차장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실행 관련 보고서를 수차례 받아보는 등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들을 찍어내는 데 깊숙이 관여한 사실이 26일 확인됐다. 이날 오전 피의자로 검찰에 출석한 최 전 차장은 “검찰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한 뒤 곧장 조사실로 향했다.
<한겨레> 취재결과 검사장급인 부산고검 차장을 지내던 그가 국정원 2차장으로 취임할 무렵인 지난해 2월, 국정원은 이전과 달리 문화체육관광부에 직접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명단을 전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전에는 국정원이 작성한 명단이 청와대를 통해 문체부에 전달되는 방식이었다면, 최 전 차장 취임하던 2월께부터 문체부가 사업을 진행하기 전에 신청자 명단을 국정원에 보내면 국정원이 배제해야 할 명단을 추리고 이유까지 따로 적어 문체부에 직접 전달하는 방식으로 바뀐 것이다. 문체부는 청와대에서 보낸 명단은 알파벳 ‘B’(비)로, 국정원에서 보낸 내용은 ‘K’(케이)로 표시해 관리했다.
특히 당시 국정원 일부 간부는 국정원이 직접 문체부에 블랙리스트 명단을 보내는 것에 대한 우려를 내놓기도 했지만, 당시 최 차장 등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적폐청산 티에프(TF)는 최근 조사 과정에서 ‘차장님께 보고’라는 문구가 적힌 ‘국정원 문화·예술인 배제보고서’ 등을 확보해 이를 검찰 수사팀에 전달했다고 한다.
검찰과 국정원 티에프의 이런 조사 내용은 최 전 차장이 지금껏 내놓은 해명과 어긋난다. 최 전 차장은 지난달 24일 “그동안 실무적으로 국정원이 해오던 일과 관련해 과장급 직원으로부터 (블랙리스트 등을) 보고받은 바 있지만, 그 내용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보고하지 말라고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검찰은 그 이후에도 최 전 차장이 지속적으로 블랙리스트 관련 보고를 받은 문건 등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은 이날 최 전 차장을 상대로, 추명호 전 국익정보국장이 이석수 전 청와대 특별감찰관 사찰 내용 등을 우병우 전 수석에게 ‘비선 보고’하는데 관여한 혐의에 대해서도 집중 추궁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2일 추 전 국장을 구속기소하면서 추 전 국장의 공소장에 최 전 차장과 우 전 수석을 ‘공범’으로 적시한 바 있다. 검찰 조사결과, 추 전 국장은 불법사찰 내용을 최 전 차장에게 보고한 뒤 자신의 보좌관을 통해 해당 문건을 청와대에 파견된 국정원 직원을 거쳐 우 전 수석에게 전달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서영지 기자 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