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류여해, 이언주. 연합뉴스
정치인의 눈물을 ‘악어의 눈물’에 비유할 때가 많다. 악어는 먹이를 우물거리며 씹을 때 눈물을 흘리는데, 마치 먹잇감을 애도하는 듯한 모습이 정치인들의 가식적 모습에 겹쳐지기 때문이다. 사실 이는 악어의 누선과 타액선이 가까이 붙어 있어 벌어진 일이지만, 대중의 눈물샘을 자극해 지지율을 높이려는 정치인의 모습이 악어와 닮은 구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지 한달여 뒤인 2014년 5월19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때가 그러했다. 카메라 렌즈에 클로즈업된 그의 얼굴에 주르륵 눈물이 흘러내리자, 어떻게 눈을 깜박이지도 않고 저렇게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것인지, 과연 진짜 눈물이 맞는지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눈물은 바닥 상태였던 당시 여권 지지율을 끌어올렸고, 지방선거를 앞둔 새누리당은 ‘박근혜 눈물 마케팅’으로 여론을 ‘포식’하는 전략을 취했다.
신뢰자본이 약한 정치인들은 그 눈물도 값어치가 떨어진다. 본인이야 울 만하니 울겠지만, 악플이 주렁주렁 달리는 사례가 많다. 특히 막말, 물의를 빚는 행동으로 표적이 된 정치인의 경우엔 예전에 흘렸던 눈물 동영상이 저렴하게 회자된다. 최근 포항 지진에 대해 “문재인 정부에 하늘이 주는 준엄한 경고, 천심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말해 파란을 일으킨 류여해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이 그렇다. 인터넷에선 류 최고위원이 지난달 말 에스엔에스(SNS)로 태극기집회 생중계를 하다가 ‘박근혜 제명’에 분노한 한 시위 참가자의 태극기 깃봉에 맞아 흐느끼는 장면이 화제가 됐다.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 7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과 관련해 “그냥 밥하는 동네 아줌마”라고 비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곤욕을 치렀다. 지난 대선을 한달여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에 입당했던 이 의원이 안철수 후보 유세장에서 지지를 호소하며 비 오듯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재차 입길에 오르내렸다.
드물긴 하지만, 정치인의 눈물이 시대적 상징으로 남는 사례가 있다. 그 유명한 ‘디제이(DJ), 세번의 눈물’이 대표적이다. 1973년 중앙정보부에 납치됐다가 생환한 그는 당시 사건을 설명하면서 울음을 터뜨렸는데, 생사를 오간 공포와 이제 드디어 살았다는 안도감이 혼재된 그 모습은 박정희 정권의 폭압을 생생하게 드러냈다. 두번째는 1987년 가택연금이 풀린 뒤 찾은 광주 망월동 묘지에서 쏟아낸 눈물이다.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에 휘말려 희생당한 동지들, 군부에 맞서다 총탄에 숨진 광주 시민들을 떠올리며 오열했다. 뿌리의 상처를 마주한 자의 흐느낌이었다. 마지막은 2009년 5월29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서 보인 눈물이다. 휠체어에 앉은 김대중 전 대통령은 권양숙 여사의 손을 잡고 얼굴을 온통 일그러뜨리며 엉엉 울었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전해 듣고 “나의 반쪽이 무너져 내린 것 같다”고 했던 그는 이후 뒤늦게 공개된 추도사에서 “당신은 저승에서, 나는 이승에서 우리 모두 힘을 합쳐 민주주의를 지켜내자”고 했다. 쇠약한 몸으로 땡볕의 영결식에 참석했던 김 전 대통령은 그로부터 82일째 되는 날 세상을 떠났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 때 눈물을 펑펑 쏟은 김대중 전 대통령. <한겨레> 사진 자료
Tears
눈물. 눈물샘에서 만들어지는 체액. 98%의 물과 염분과 단백질, 지방질 등으로 구성된다. 안구를 보호하고 시력을 유지시켜주는 기능을 한다. 슬픔이나 기쁨, 억울함 같은 정서가 극에 달했을 때 흘리는 눈물은 부정적인 감정을 다스리고 스트레스를 해소해주는 효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