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규칙 개정 생생한 진술 유도…재판부와 거리도 더 가깝게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거나 관심이 큰 사건을 다루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공개변론 방식이 대폭 바뀐다. 재판부와 소송당사자의 자리가 더 가깝게 배치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해 자유로운 토론 위주로 공방식 변론이 강화된다.
대법원은 “재판부와의 자유로운 토론 방식으로 생생하게 진술이 이뤄질 수 있도록 ‘대법원에서의 변론에 관한 규칙’을 개정했다”고 18일 밝혔다. 먼저 쟁점별 토론 방식의 구두변론이 강화된다. 일방적인 진술이 이어지는 게 아니라 당사자들이 주요 쟁점을 놓고 공방을 벌이도록 여러 장치를 마련했다. 또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공개변론에 나설 참고인의 범위를 기존 대학교수 위주에서 공익단체와 전문가단체 등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대법원은 재판부가 앉는 자리인 법대와 소송당사자들이 앉는 자리 간격도 좁혔다. 기존에는 4.9~5m 간격이었지만 소송당사자 좌석에서 약 1m 앞쪽에 변론을 위한 진술대를 추가로 설치하고 자리도 재배치한다.
대법원은 “5m 안팎의 거리에서는 일방적 프레젠테이션이 가능할 뿐 대화가 불가능했지만 이를 약 3.9m 거리로 줄이면 서로의 표정이 보이고 대화가 용이해진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대법원 공개변론은 소송당사자 및 대리인들이 대법관들을 상대로 보고하고 대법관들이 궁금한 사항을 물어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치열한 논쟁을 하면서 답을 찾아가는 방식이 아니어서 일각에선 공개변론 무용론도 제기됐다.
새로운 방식의 공개변론은 다음달 18일 예정돼 있는 ‘휴일근로수당·연장근로수당 중복할증’ 사건 공개변론에서 볼 수 있게 된다. 이 사건은 매일 8시간씩 평일에 총 40시간을 근무한 경기 성남시 환경미화원들이 토·일요일에 각각 4시간씩 근무한 데 대해 휴일근로수당만 받자 “연장근로수당도 지급하라”며 시를 상대로 낸 것이다. 원심은 원고인 환경미화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근로기준법이 정한 1주일 근로시간(40시간)을 넘겼기 때문에 연장근로이면서 휴일근로에 해당되는데, 수당을 중복해서 받을 수 있는지가 쟁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