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충북 제천시 하소동 두손스포리움 화재 현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관, 가스안전공사 등이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제천/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제천시 ‘노블 휘트니스 앤 스파’(옛 두손스포리움) 화재 때 건물주의 대응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화재가 난 21일 오후 3시53분, 건물주이자 사우나 주인인 이씨는 스포츠센터 1층 사무실에서 직원 면접을 보고 있었다. 불이 난 사실을 안 이씨는 한 층씩 올라가며 건물 안에 있던 사람들에게 대피하라고 소리쳤다. 3층에서는 남자 사우나 안까지 들어가 고객을 대부분 대피시켰지만 문제는 발화 지점과 제일 가까운 2층 여자 사우나였다.
2층 여자 사우나는 입구에 유리로 만들어진 자동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사우나에서 밖으로 바로 연결되는 비상구에는 목욕 용품과 각종 자재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그러나 이씨는 여자 사우나 안에 직접 들어가지 못하고, 문밖에서만 대피하라고 소리를 질렀다. 이후 8층 옥상으로 대피한 이씨는 옥상에서 기다리고 있던 다른 두 사람과 함께 민간 사다리차로 구조됐다.
이씨와 함께 건물 옥상에서 구조된 ㄱ씨는 22일 <한겨레>에 “불난 걸 인지한 시각은 오후 4시께였다. (건물 위로) 올라가던 중 5층에서 헬스클럽 트레이너를 만나서 8층까지 올라갔다. 1~2분 있으니까 건물 사장이 올라왔고 셋이 구조를 기다렸다”고 말했다. 즉 건물주인 이씨는 아무리 늦어도 오후 4시5분에서 10분 사이에는 옥상으로 대피한 것으로 보인다.
최초 화재 신고가 이날 오후 3시53분 이뤄졌기에, 이씨는 10~15여분간 구조 활동을 벌이다 대피한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2층 여자 사우나 자동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과 비상구에 각종 물품이 쌓여 탈출구가 마땅치 않다는 사실을 알았을 가능성이 커 더 적극적으로 초동 대처한 뒤 대피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이씨가 불이 난 뒤 소방 당국에 화재신고 등은 어떻게 했는지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한 변호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건물주이자 사우나 주인인 이씨에겐 보호 조치를 할 의무가 있고 당시 현장에 있었다면 대피시킬 의무가 있다”며 “2층이 여성 사우나라서 들어갈 수 없었다면 다른 여성 직원을 시키든 노력했어야 하는데, 불이 났다고 외치고 10여분만에 옥상으로 대피했다면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아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23일 오후 6시부터 이씨가 입원해 있는 원주 세브란스기독병원을 찾아 4시간가량 대면 조사를 했다. 제천경찰서는 이씨를 참고인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입건할 방침이다. 이씨에겐 업무상 과실치사상과 소방시설 설치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가 적용될 전망이다.
제천/신지민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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