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여해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이 2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려다 막히자 ‘라이언’ 인형을 든 채 입장을 밝히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류여해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이 22일 당협위원장직 교체 대상자로 지목된 데 항의하기 위해 당사에 왔을 때, 손에 작은 인형 하나가 있었다. 류 최고위원은 “너무 외로워서 이 ‘아이’와 함께 왔다”고 했다. 그 인형은 ‘라이언’(Ryan)으로, 카카오톡 이모티콘 캐릭터 중 하나다. 카카오는 2012년 무지, 콘, 제이지, 프로도 등 7개의 캐릭터를 내놓았고, 지난해 1월 ‘라이언’을 추가했다.
라이언은 갈기 없는 수사자다. 카카오프렌즈는 라이언의 특징으로 ‘무뚝뚝하지만, 누구보다 여리고 섬세한 감성을 지닌, 배려심 많은 조언자’라고 설명한다. 류 최고위원은 라이언을 갖고 온 데 대해 “(곰이 아닌) 사자다. 저도 가만히 있었지만 제 안에 있는 정의에 대한 욕망은 꿈틀거리고 있다”고 말했다.
류 최고위원은 7월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맨발 벗고 태극기를 흔들고 고함을 지르는 ‘폭풍 연설’로 주목을 끌며 최고위원에 올랐다. 이어 이혜훈 의원이 바른정당으로 가면서 빈 서울 서초갑 당협위원장을 맡는 등 초고속 성장을 했다. 하지만 포항 지진 ‘천심’, 김정숙 여사 ‘곶감’ 발언 등 잇따른 막말 논란으로 당에서도 부담스러워하는 기색이 점점 강해졌다. 10월에는 청와대의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방침을 두고,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자신의 공개토론을 제안하고 ‘대통령 탄핵’까지 언급하자, 홍준표 대표마저 “오버하지 말라”고 제지한 적이 있다.
카카오프렌즈 ‘튜브’
류 최고위원이 가져온 라이언은 늘 표정 변화가 없고, 격렬한 화를 내지 않는다. 그래서 카카오 캐릭터로 보자면, 류 최고위원은 차라리 ‘튜브’(Tube)에 더 가까워 보인다. 튜브에 대한 카카오프렌즈의 설명이다. “가끔 휴대폰을 집어던지며 온갖 ‘빡침’을 표현한다. 평소에는 겁 많고 소심한데, 극도의 공포를 느끼면 미친 오리로 변신한다. 또 다른 캐릭터 ‘어피치’한테 괴롭힘을 당한다.”
권태호 논설위원 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