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DNA
요즘 날씨가 꽤 춥습니다. 아침에 집을 나서면 온몸으로 매서운 바람이 쏙쏙 들어오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찬바람을 맞으며 종종걸음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은 모두 잔뜩 웅크린 모습으로 출근을 합니다.
오늘 아침에 아내는 “여보! 내가 갱년기인가 봐?” 했습니다. 그래서 “왜?”하고 물었더니 “작은 일에도 자꾸 짜증이 나네?” 합니다. 아내는 자꾸 얼굴이 빨개지고 마음이 심난하다고 합니다.
갱년기가 맞는 것 같습니다. 이럴 때는 괜히 가까이 있다가는 언제 불똥이 떨어질지 모릅니다. 아예 멀찍이 떨어져 있는 것이 상책인데 늘 붙어 있어야 하니 요즘은 가자미 눈으로 아내의 눈치를 살피는 것도 일이 됩니다.
요즘 우리 식당은 닭 굽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날마다 오시는 손님맞이뿐만 아니라 때가 때인 만큼 어려운 이웃들에게 닭갈비를 선물하기 위해 날마다 닭을 굽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제도 닭을 제법 구워서 구워서 어려운 아이들이 있는 가정에 나눠주고 왔습니다.
내일도 50마리를 구워서 산타처럼 어려운 가정을 찾아가 나눠드릴 예정입니다. 이것도 식당을 하는 소소한 기쁨 중에 하나입니다. 어려운 아이들이나 어려운 어르신들을 위해 뭔가 이렇게 드릴 수 있다는 것이 말입니다.
어제는 제가 단장으로 있는 여수YWCA합창단과 함께 푸짐한 선물을 들고 어르신들이 모여 계시는 어느 시설에 갔습니다. '찾아가는 작은 음악회'를 해드리기 위함이었습니다.
우리 단원들은 이렇게 어려운 분들 앞에서 노래를 부를 때마다 늘 눈물을 흘리면서 노래를 부릅니다. 오늘은 아마도 힘이 하나도 없이 앉아 계시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연로하신 부모님 생각이 났기 때문일 것입니다.
관객 중에서 유독 치매를 앓고 계시는 할머니 한 분이 눈에 띄었습니다. 소녀처럼 예쁜 곰인형을 품에 안고 계시던 할머니였습니다. 그런데 노래를 잘 듣고 계시던 할머니가 갑자기 윗옷을 벗으려 했습니다.
그래서 "할머니! 왜 그러세요?" 하고 여쭤보니 할머니는 안고 있는 아이가 춥다고 한다며 기어이 옷을 벗어서 곰인형에게 덮어주었습니다. 그리고 마치 어린아이 달래듯 다독다독 해주고 계셨습니다.
우리도 언젠가는 할머니의 모습처럼 이 모습으로 늙어갈 것입니다. 나이는 먹어가는데 다시 아이가 되어 가는 과정 말입니다.
오늘은 오래 전에 라디오에 소개된 실화 하나를 소개합니다.
이른 아침 서울의 시내버스 안이었습니다. 버스 안에는 기사와 세 명의 승객이 있었습니다. 50대 신사와 회사원 차림의 젊은이 그리고 중학교 1~2학년쯤 돼 보이는 소녀가 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정류장에서 80세 전후로 보이는 노인이 탔습니다. 그 노인은 양손에 묵직한 비닐봉지를 끌고 힘겹게 버스에 올랐습니다. 노인은 “요금이 없어서 미안하다. 조금만 태워 달라.”며 기사 뒷자리에 걸터앉았습니다.
기사는 “요금도 없이 버스를 타시면 안 됩니다”하면서 “다음 정류장에서 내리세요.”라고 말했습니다. 일순간 버스 안에는 긴장감이 돌았습니다. 노인은 자리에 제대로 앉지도 못한 채 거듭 “미안하다”고 했고, 기사는 “돈이 없으면 안 된다, 내리시라”고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