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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찾아온 성탄절 / 박완규

성령충만땅에천국 2017. 12. 26. 05:18

어김없이 찾아온 성탄절

                        보낸사람

박완규 <pawg3000@naver.com> 보낸날짜 : 17.12.26 01:05                


 

 

 

 

 


 

어김없이 찾아온 성탄절...

 

 

 

 

 




올해도 어김없이 성탄절이 찾아왔습니다.

저는 성탄절과 성탄절 이브를 맞이하여 정신없이 바쁜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어제는 장애를 가지신 분들을 식당으로 모셨습니다. 오래 전부터 이분들은 모시고 싶었는데 드디어 어제 모셨습니다. 그런데 이분들 중에 한 분이 식사를 마치고 나가시면서 따뜻하게 저의 손을 잡아주었습니다. 표현하기 힘든 그윽한 눈빛과 함께요. 


그 따뜻한 손과 따뜻한 눈빛을 보면서 제가 얼마나 감동을 먹었는지 모릅니다.


요즘처럼 날씨는 춥고 각종 송년모임으로 모두가 바쁜 계절이 되면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하루를 살아내는 것이 평소보다 더 힘들어지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 세상에 아직도 이렇게 사는 사람이 있어?하는 말을 하게 될 때도 아마 요즘인 것 같습니다.


요며칠 그러한 집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크리스마스이브에는 선물 꾸러미를 잔뜩 들고 여수의 어느 섬에 있는 어느 아이의 집을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난방도 되지 않는 냉방에서 잠을 자는 사람을 보았습니다. 아이의 아빠였습니다.


아이 엄마는 수년 전에 가출을 해서 집에 없고 아버지는 알콜 중독으로 귀신같은 모습을 하고 누워있었습니다. 할머니가 어린 손녀를 키우고 있는 집이었는데 초등학교 5학년인 여자 아이는 아버지를 몹시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술이 떨어지면 할머니에게 돈을 내놓으라고 고함을 지르는 아버지를 몹시 무서워해서 아버지 옆에는 아예 가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 아이에게 선물을 전달하려고 해도 아이는 선물조차도 받지 않으려고 했습니다마음이 무척 무거웠습니다.


그 다음에 방문한 가정은 간경화를 심하게 앓고 있는 82살의 할아버지 댁이었습니다. 그 가정에는 산소호흡기가 없으면 잠시도 숨을 쉴 수 없는 할머니가 계셨습니다. 자신의 몸조차도 가누기 힘든 두 어르신이 어린 손주를 키우고 계셨습니다.


아이가 5살 무렵에 아이의 부모는 이혼을 했고 그 뒤에 아이 아빠는 아이를 금방 데리고 가겠다는 말을 남기고 섬에 있는 부모님에게 아이를 맡겨 놓고선 지금까지 몇 년째 아이 아버지 뿐만 아니라 아이 어머니까지도 소식이 없다고 했습니다 .


할아버지는 당신 몸보다 당신이 죽으면 이 아이는 어떻게 될 것인지를 더 걱정하고 계셨습니다. 이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어떤 세상일지는 너무나 선하게 보였습니다. 하지만 세상모르는 아이들의 눈빛은 그저 맑기만 했습니다. 그 모습이 더욱 슬펐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을 돌보고 도와주는 것은 지위와 상관없이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맡아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일은 나의 몫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조금 더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성탄절 기간에는 이렇게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습니다.


지금까지 저는 자원봉사자들을 모집해서 매년 이맘때가 되면 300가정 정도의 가정을 방문하는 몰래 산타 행사를 해왔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제가 회장으로 있는 여수사랑로타리클럽 회원들의 행사로 조용히 진행하였습니다.


그랬더니 많은 분들이 서운해 하셨습니다. '올해는 언제 할까?'하며 기다리고 있었는데 몰래 산타를 정말로 몰래 했다며 서운해 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럴 사정이 있었습니다. 내년에는 정말로 대규모로 한 번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회원들이 2천만 원 이상의 물품과 현금을 십시일반 모았습니다.


이것을 들고 회원 가족까지 해서 200명이 넘는 산타들이 여수 일대의 밤하늘을 누비고 다니면서 선물을 나눠주었습니다. 우리가 방문한 가정은 부모가 없거나 아버지가 없거나 어머니가 없는 아이들이 있는 가정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가정 방문을 하는 산타들에게 몇 개의 미션을 드렸습니다. 우선 케이크에 촛불을 밝혀서 모두가 함께 캐럴송을 불러주고, 그 다음에는 가족 모두를 한 사람 한 사람 꼭 안아주고, 그리고 그 다음에는 그 가족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오는 미션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가족들의 사연을 듣다가 함께 펑펑 울어버린 회원도 많았나 봅니다. 어느 가정에 가니 그날이 마침 아이의 생일이었답니다. 아이는 아침부터 할머니에게 생일 케이크를 사달라고 울면서 졸랐는데 할머니는 생일 케이크 살 돈이 없었다고 합니다 .


그런데 마침 그날 저녁에 산타가 생일 케이크를 들고 들어가니 아이는 정말로 산타가 나타난 줄 알고 폴짝폴짝 뛰며 좋아라 했답니다 . 이러한 가정들의 사연을 하나하나 풀어내자면 기가 막힌 사연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어제 낮에는 남편의 가정폭력을 피해서 집을 나온 분들이 기거하고 계신 곳에 다녀왔습니다. 여수에는 가정 폭력을 행사하는 못된 남편을 피해서 가정을 나온 여성들을 보호하는 시설이 5곳이나 있습니다.


이곳에는 이 쉼터를 살뜰하게 보살피고 계시는 박성미 시의원님과 여수사랑로타리클럽의 임원들이 함께 다녀왔습니다 . 박성미 의원님은 이러한 시설을 대모처럼 잘 챙겨주고 계시는 분입니다.


그곳 원장님에게 여쭤보니 작년보다 이곳에서 지내는 분들의 숫자가 더 늘었다고 했습니다. 세상이 험해지다 보니 가정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못된 남자들의 숫자가 점점 더 늘어나는 모양입니다.


이곳에 도착하니 아빠의 폭력을 피해서 엄마를 따라 집을 나온 어린 아이들도 여럿 보였습니다. 제가 들어가자 이 아이들은 누가 오는 줄도 모르고 마냥 웃고 떠들고 있었습니다. 이 아이들을 모아서 지금 문밖에 산타할아버지가 왔다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아이들의 눈이 똥그래지면서 저의 말을 정말로 믿는 눈치였습니다. 그래서 너희들이 지금처럼 떠들면 산타할아버지가 안 들어온다?고 했더니만 아이들은 일제히 떠들던 입을 닫았습니다. 속으로 웃음이 나왔습니다.


잠시 후에 여수사랑로타리클럽의 젊은 산타들이 빨간 산타 모자를 쓰고 안으로 등장하니 아이들은 일제히 ~~~~하며 함성을 질렀습니다. 이 아이들 모두에게 푸짐한 선물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에 6살쯤 되어 보이는 사내아이가 "산타할아버지가 아니라 삼촌 산타가 왔다"며 조금 실망하는 눈치였습니다. 그 아이는 흰 수염을 휘날리는 진짜 산타할아버지가 오실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설명하기를 이 사람은 산타할아버지의 아들이라고 했습니다. 산타 할아버지가 지금 다른 곳에 배달을 가서 산타할아버지의 아들이 대신 왔다고 했습니다. 그때서야 아이들은 믿는 눈치였습니다. 어찌 되었든 말이 되는 얘기였거든요.


이런 거짓말도 죄가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내년에는 더 열심히 살아서 더 많은 일을 해야 하겠습니다. 해마다 이렇게 저의 어깨 위로 무거운 짐이 점점 더 올라오기는 하지만 제가 감당할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감당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오늘도 고운 하루되시기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대원(大原)
박 완 규  올림